3·1운동은 평화적인 자주국가 건설의 기초
한반도를 대륙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고자 했던 일본에 맞서 우리 민족은 항일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우리 민족 최초의 대한독립선언은 1919년 2월 1일 만주 길림성에서 발표된 무오독립선언이다. 이후 2월 8일 일본에서 2·8독립선언이 발표됐다. 3·1운동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개됐다. 1919년 3·1운동은 민족의 해방과 자주독립 국가 건설에 대한 염원이자, 이를 총칼로 제압하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항거였다. 3·1운동은 제국주의에 항거한 수천만 민중의 거국적인 항쟁이라는 점에서 세계사적인 의미와 민족사적인 교훈을 담고 있다.
세계사적인 측면에서 3·1운동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17년 레닌의 ‘민족자결주의’와 1918년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의 원칙’을 실천했다. 3·1운동은 평화, 자결, 독립, 정의, 인권의 가치를 세계만방에 알린 민족해방운동이었다. 1919년 4월 상해임시정부 수립은 자주독립 국가 건설을 열망했던 3·1운동 정신의 직접적인 산물이다. 자주독립 국가 건설은 식민의 역사를 해방의 역사로 전환하는 일종의 혁명이었다. 그 혁명은 민족해방과 동시에 민족자결의 가치를 담은 평화적인 자주독립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2·1무오독립선언, 2·8독립선언, 3·1기미독립선언으로 이어진 자주독립 국가 건설에 대한 열망은 무장독립 투쟁으로 발전하였다. 우리 독립군이 처음으로 승리를 거두었던 1920년 6월 7일 중국 길림성 봉오동 전투, 무장독립 투쟁사에서 최대 규모의 독립전사로 기록되고 있는 1920년 10월 만주 청산리 전투가 대표적인 사례다.
3·1운동의 현대적 계승은 평화 실현
도산 안창호는 항일 독립운동에서 임시정부 수립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민족통일 정신을 강조했다. 도산의 별명을 ‘통일독립’이라고 부를 정도로 당시 도산은 좌우로 갈라져 대립하는 독립운동 세력의 통합을 위해 애썼다. 도산은 독립을 위해 무엇보다 민족의 통일 단결이 중요하다는것을 ‘대공(大公)사상’으로 발전시켰다. 대공사상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희생한다는 것으로, 사(私)보다 공(公)을 앞세우고, 공명정대(公明正大)하고 공평정직(公平正直)한 태도로 공을 위하여 힘써야 한다는 사상이다.
대공사상은 강대국이 힘으로 약소국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민족평등, 민(民)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정치평등,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경제평등과 교육평등으로 4개의 구체적 실행방침으로 구성된다. 즉, 도산의 대공주의는 국제적으로는 평화의 사상이며, 민족적으로는 통일독립과 통합사상이며, 국내적으로는 정치·경제적 평등사상이다. 분단이 강대국의 패권경쟁의 산물이자, 민족 내부 좌우이념 대결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도산의 대공사상은 남북화해와 남남갈등 해소를 위해 반드시 새겨야 할 정신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 19일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북한 주민에게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고 하면서,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함께 살아가자”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한다.
이를 세계만방에 알려 인류가 평등하다는 큰 뜻을 분명히 하고,
자손만대에 알려 민족자존의 올바른 권리를 영원히 누리도록 한다“
-기미독립선언서 중에서-
3·1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분단이라는 치욕스러운 역사가 병존하는 오늘, 우리 민족의 슬픔과 분노는 깊고 크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남북이 3·1운동의 후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기미독립선언서의 첫 단락의 외침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우리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한다. 이를 세계만방에 알려 인류가 평등하다는 큰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자손만대에 알려 민족자존의 올바른 권리를 영원히 누리도록 한다’는 선조들의 외침을 되살려내야 한다.
또한 100년 전 우리는 비록 일제의 식민지였지만, 남북은 하나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919년 3·1독립선언문은 독립의 의미에 대해 ‘이천만 민중의 충성스러운 마음을 모아 우리의 독립을 널리 퍼뜨려 알리는 것이고, 겨레의 한결같은 자유 발전을 위하여 독립을 주장하는 것이며, 전 인류가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는 세계 개조의 큰 뜻을 따르고 함께 나아가기 위하여 독립을 주창하는 것이니, 이것은 하늘의 뜻이며 시대의 큰 흐름이며 전 인류가 더불어 살아가는 권리를 얻기 위한 정당한 주장’이라고 밝히면서, 한민족이 반만년 역사를 가진 권위 있는 민족임을 만천하에 천명하였다.
그렇다면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3·1운동 정신의 요체인 민족자결, 평화, 정의,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닐까. 우선, 민족자결의 정신은 민족자존을 회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민족 자존심의 회복은 분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4·27선언과 9·19선언은 분단 73년의 치욕의 역사를 걷어내고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4·27선언과 9·19선언을 통해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했을 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시대의 지도자로 우뚝 섰다. 또한 북·미관계를 화해무드로 전환시켰으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현실화될 수 있는 국면을 열었다.
다음은 평화의 정신으로, 남북이 더불어 살아가는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 시대를 이끌어야한다. 3·1운동이 세계적인 차원의 민족해방운동과 평화운동을 촉발시켰던 것처럼, 4·27선언과 9·19선언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시대를 열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의와 인권의 정신으로, 21세기 인류의 과제를 담은 제2의 독립선언문을 선포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세계사적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왜곡된 역사의 재정립, 냉전의 마지막 산물인 분단의 평화적 해결, 평화와 정의를 위해 생명을 바쳤던 수많은 숭고한 영령들에 대한 명예 회복 그리고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
독립을 ‘이끈’ 사람들, 통일을 ‘이끌’ 사람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정부를 비롯하여, 종교계와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시민사회는 독립을 평화로 이어가기 위해 뜻을 모았다. 7대 종단을 비롯하여 보수와 진보단체가 함께하는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두의 나라, 함께 평화”의 슬로건을 높이 들고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시민참여를 위해 ‘나도 독립운동가’ 시민참여단을 모집하고, ‘범국민대회 선언문 작성을 위한 100인 사회적 대화’도 추진했다. ‘나도 독립운동가’ 시민 참여단은 시민이 주체가 되어 범국민대회를 추진하자는뜻을 모아 진행하고 있다.
흥사단도 간사단체를 맡아 이러한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흥사단은 독립운동을 전개할 젊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도산 안창호 선생이 1913년 창립한 최초의 민간단체다. 국가의 서훈을 받은 흥사단 출신의 독립 운동가는 174명에 이른다. 도산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흥사단은 지난 2005년 ‘독립유공자후손돕기운동본부’를 설립하였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선조들에 대한 자 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독립유적지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장학금도 지원한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흥사단의 대학생·청년 조직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3·1운동이 우리 민족에게 자랑스러운 역사라면, 독립유공자에 대한 국가적 책무 또한 더 높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독립유공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역사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우리는 후손들에게 남북화해의 시대, 평화로운 동북아 무대에서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시대를 열어 주어야 한다. 4·27선언과 9·19선언은 그러한 미래에 대한 설계였으며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로드맵이었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우리 민족의 희망찬 미래를 열고 통일로 가는 실질적인 관문이다.
통일 과정의 역주행 막으려면, 국민이 주체로 나서야
역사가 언제나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통일로 가는 과정 또한 그렇다. 5천년의 민족사적 측면에서 볼 때, 분단은 분명한 역주행이다. 수많은 역주행의 역사는 언제나 시민 사회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통일문제 또한 그렇다. 시민사회가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통일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권력 집단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다. 따라서 우리는 시민사회의 역량을 축적하기 위해 언제나 노력해야 한다. 통일의 주체 역시 국민이어야 한다. 국민적 통합을 가로막는 남남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민이 통일의 주체가 된다면, 통일 과정의 역주행 또한 막을 수 있다. 국민이 주체가 되어 통일 과정을 설계하고 추진한다면, 불가역적인 남북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통일에 유리한 국제환경과 정치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힘 또한 국민으로부터 형성된다. 3·1운동이 그러했으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동북아시아에서 그렇게 작동할 것이다.
통일운동은 독립운동의 연장이며 3·1운동의 현대적 계승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불가역적인 통일의 길을 여는 것이다. 3·1운동은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로드맵 위에서 평화로운 통일국가로 완성돼야 한다.
흥사단 이사장,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