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된 한인과 그 후손 3만여 명이 살고 있는 러시아 사할린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리는 만세함성이 울려 퍼졌다. 민주평통 유럽지역회의가 주최하고, 블라디보스톡협의회가 주관한 ‘3·1운동 100주년 기념 평화통일 페스티벌’이 사할린의 악짜브리 극장에서 열린 것이다.이날을 위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자문위원과 사할린 현지 동포 등 500여 명이 모였다. 본 행사를 이끈 중심에는 박종범 민주평통 유럽지역회의 부의장이 있다.
유럽지역회의에는 영국을 포함한 전 유럽, 중동과 아프리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122개 나라에 420여 명의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자문위원 수는 적지만 지역이 방대하다보니 활동이 쉽지 않다. 이에 박종범 부의장은 지역별, 국가별로 진행되는 활동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유럽동포들의 평화통일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그는 성공한 기업인이기도 하다. 1996년 한국 기업의 오스트리아 법인장으로 발령된 것을 계기로 해외로 나갔다가 IMF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비엔나에서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유럽, 러시아와 CIS 국가, 아프리카 등 16개국에 30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종업원 수도 2,700명에 달한다. 오스트리아한인연합회장, 유럽한인총연합회장도 지냈고, 한국과 유럽의 문화교류 활동, 아프리카에서의 샘물 파기, 장학사업 등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박종범 부의장이지만, 평화통일 활동 또한 활발하다. 17기에 이어 18기에도 유럽부의장을 맡아 종횡무진하고 있는 그에게 유럽지역의 평화통일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 러시아 사할린에서 개최한 3·1운동 100주년 행사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A : 각 지역에서 온 민주평통 자문위원들과 사할린 한인동포, 사할린 주정부와 시정부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행사를 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3·1운동 당시와 같이 두루마기와 한복, 학생복을 입고, 고무신을 신었어요. 33명이 릴레이로 3·1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삼창도 하고, 3·1절 노래와 우리의 소원을 목청껏 불렀습니다. 사할린은 강제징용과 강제이주 등 민족의 아픔과 설움이 깃든곳이자, 독립운동이 펼쳐졌던 곳으로 아직도 3만 명의 한인 동포들의 거주하는 역사적 장소입니다.
먼 동토의 나라처럼 인식되지만, 인천공항에서 3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곳으로 가깝고 경치 좋고, 정 많은 우리 동포들이 어울려 사는 곳이죠. 통일된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안고 살았던 사할린 1세대의 뜻을 기리면서 새로운 평화 통일의 희망을 나누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했습니다.
Q : 인상깊은 평화통일 활동과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A : 지난해 연천군 ‘한반도미래센터’에서 진행한 차세대 교육이 기억에 남습니다. 올림픽 기간 중에 150여 명의 한인 차세대들을 한국에 초청하여 통일 강연회와 통일골든벨, 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오는 3월 22일~24일에는 스페인의 말라카에서 유럽한인총연합회와 공동으로 유럽 한인차세대 한국어 웅변대회도 개최합니다.
특히 올해는 국가별로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독립선언서 낭독과 만세운동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는데, 앞으로도 한인 동포들이 독립과 평화통일에 대해 고민하고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겠습니다.
Q : 평화통일 공공외교를 위한 자문위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 해외에 거주하는 자문위원들은 일제시기 해외 각 지역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 투사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한민족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더 나아가 통일을 위한 활동에 시간과 정열, 비용을 투자합니다. 진정한 공공 외교관들이죠. 외교부나 한국정부가 직접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려운 민감한 사업도 자문위원은 민간인 신분으로서 과감하게 진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독도나 동해 표기 문제 등을 비롯하여, 남북이 함께하는 행사나 포럼을 개최할 수가 있어요. 특히, 최근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각국 정부 고위층과 여론 주도층에게 좀 더 실질적이고 긴밀하게 설명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해외에 사는 한인동포들은 모두 애국자입니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면서 항상 고국이 잘 되고 발전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Q : 2019 평화통일 활동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A : 한반도 비핵화에 따라 앞으로 남북경협이 급속도로 전개 될 것입니다. 해외 기업인으로서 이를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해외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남과 북이 함께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 행사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해외동포 사회에 통일공감대를 형성하는 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자 합니다.
Q : 정부의 평화통일 정책에 대한 제언 부탁드립니다.
A :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평화와 번영의 흐름은 현 정부의 확고한 신념과 철학, 실천의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양 지도자 간의 굳은 믿음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유럽의 동포들도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의 변화에 대해 높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남북 화해와 협력,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이룰 수 있는 기회입니다. 우리 한민족이 국제사회에서 웅비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