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SPECIAL 01
평화와 경제를 연결하는
선순환 질서

신한반도체제가 여는 새로운 시대

‘신한반도체제’는 100여 년에 걸친 역사의 수동성에서 벗어나 향후 평화와 번영으로 이끄는 100년의 질서를 주도적으로 만들겠다는 비전 이다. 20세기에 우리는 일제의 식민 지배와 분단과 전쟁을 거쳤으며 아 시아 냉전의 전초기지로서 이념대립, 분열, 갈등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세계적 냉전구도는 해체되었으나 한반도의 냉전질서와 분단체제는 아직도 공고하게 유지되어 우리의 삶을 구속하고 있다. 이 런 상황에서 신한반도체제는 동북아 냉전질서의 유산과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평화와 번영이 함께하는 새로운 시대 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구상인 것이다.

이와 함께 ‘신한반도체제’는 한반도의 평화를 바탕으로 동북아의 평 화협력구조를 만들고, 미·중 전략경쟁에서 평화와 공존의 고리를 발견 함으로써 이를 한반도의 평화협력과 연결하는 것이다. 또한 남북 간의 대립과 갈등을 종식시키고 공존과 공영의 틀을 확대하는 것이다.

‘신한반도체제’의 첫 번째 목표는 새로운 평화협력공동체 형성으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을 이룩함으로써 평화와 협력이 촉진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새로운 경제협력공 동체 형성이다. 경제협력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 성장 동력의 한계, 4차 산업혁명의 도전 등 당면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도 필요하다.

평화와 경제를 복합적으로 연결하는 창조적 발상 필요

‘신한반도체제’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적 지침은 평화경제론이다. 평 화는 전쟁위기의 해소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불공정의 해 결, 폭력과 차별의 해소, 환경문제의 해결, 일상에서의 평화 등을 아우 르는 폭넓은 개념이다. 이뿐 아니라 경제분야를 넘어 일상의 안정과 편 안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경제적 조건, 생태적 조건 등을 포함하 는 넓은 개념이다.

평화경제론은 우리의 일상에서 평화문제와 경제문제가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 주목 한다. 특히 한반도는 평화와 경제가 특수한 형태로 결합되어 있다. 한반도의 특수성은 분단 체제의 지속, 북핵문제의 압도적 우위, 제재로 인한 남북경협의 정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합의, 비핵화 협상 등을 의미한다.

한반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평화와 경제를 복합적으로 연결하는 창조적 발상이 필요 하다. 평화경제론은 기능주의와 정치군사주의의 이분법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전략적 개념 이다. 그동안 남한의 대북·통일정책은 대체로 기능주의에 근거한 반면, 북한은 정치군사문 제를 우선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기능주의는 비정치·비군사분야인 경제, 사회문화의 교류 협력에 의해 정치적 신뢰구축과 군사분야 협력이 가능하다고 가정한다. 반면, 정치군사주의 는 정치군사문제를 우선 해결하지 않는 한 경제, 사회문화의 교류협력이 불가능하다고 가정 한다. 평화경제론은 이 두 가지, 즉 기능주의의 장점을 수용하는 동시에 정치군사문제의 해 결을 병행함으로써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평화경제론은 평화정착과 경제협력의 선순환 구도 형성에 역점을 둔다. 군사적 긴 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통해 경제협력이 촉진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교류·협력의 군사 적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또한, 평화경제론은 경제협력을 추진함으로써 평화를 내실 화하고 공동이익을 창출함으로써 평화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평화가 경제협력을 위한 환 경을 조성하는 한편, 경제협력이 평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상호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2019년 3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신한반도체제 구상을 밝혔다.

또한 평화경제론은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통해 남북경제협력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한 다. 2018년 남북군사합의서로 우발적 무력충돌방지,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 등 군사적 신 뢰구축을 통한 평화여건이 조성되었다. 또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 철도·도로 연결, 산 림협력, 보건·의료협력 등의 성과를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앞으로 제 재완화(해제)가 이루어질 경우,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구체화하고 남북공동번영 프로그램 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평화경제론은 비핵·평화프로세스, 남북관계 발전, 북한의 변화라는 3두 마차를 이끌어 가는 수레바퀴이다. 비핵·평화프로세스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긍정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제도화와 발전은 비핵·평화프로세스의 열매라고 할 수 있다. 비핵· 평화프로세스와 남북관계 발전은 북한의 개방과 경제발전을 촉진함으로써 북한의 경제개 혁, 주민의식 변화, 사회적 다원화를 촉진할 것이다.

한편, 평화경제론은 남북한 평화공존과 이익공동체 형성을 가능하게 하고 장기적으로 평 화공동체, 경제공동체, 사회문화공동체, 생활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 남북평화협력 의 초기단계에서 인적 교류, 정보 유통, 주민의식 변화 등이 촉진될 것이다. 그리고 중장기적 으로 남북한이 이익공동체를 형성하고 분야별 공동체 형성으로 연결될 것이다.

평화협력을 실천하는 플랫폼 만들기

평화경제론에 입각하여 평화협력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거 점 사업으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이 플랫폼에서 여러 가 지 아이디어와 방안들을 교환하고 다양한 방향의 협력 사업 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평화경제를 테스트하는 실험사업이자 남한기 업과 북한 근로자가 윈윈하는 협력모델이다. 개성공단에서 5 만 명 이상의 북한 근로자가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공장 운 영을 학습했으며, 개성공단 사업을 위해 경의선 도로·철도가 연결되는 파급효과도 가져왔다. 또한 개성공단 사업은 북한 군부대 및 장비가 후방으로 이동하는 군사적 긴장완화 효과 를 수반했다. 앞으로 개성공단 사업과 같이 평화협력의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 남 북경제공동특구이다.

2019년 3월 7일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와 금강산기업협회 및 시민사회 단체 공동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금강산 관광을 염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8·15 경축사에서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 시했다. 제재국면 하에서 본격적인 남북경협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우리 측 접경지역에 통일 경제특구와 같은 경제 배후단지를 건설하여 남북경협 활성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재가 완화(해제)되면 남북경제공동특구를 설치하여 남북한 공동번영과 윈윈 효과를 거 두기 위한 초석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한반도 신경제구상(서해권 산업·물류벨트,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 접 경지역 환경·관광벨트)과 북한의 경제특구 발전계획을 접목하여 공동 협력사업을 발굴해 야 할 것이다. 어느 일방의 필요나 시혜적인 차원의 남북경협이 아니라 공동번영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경제협력의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한편, 평화관광도 다목적 효과를 지닌 평화협력 플랫폼이다. 일반적으로 관광 사업은 경 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급효과를 지닌 다목적 사업이며, 분쟁지역에서는 화 해와 평화를 증진하는 역할을 한다. 관광은 경제적 이익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사람과 정보 의 교류, 유대감 형성, 문화적 교감 증대 등을 가져 오는 복합 사업이다. 예를 들어 중국·대만 간 관광교류는 긴장 해소와 상호이해 증진에 기여했다.

북한 관광은 인적 교류를 통한 상호이해와 공감대 형성, 군사적 긴장 완화, 갈등과 대립 문화 청산 등 복합적 의미를 지닌 평화협력 사업이다. 북한 관광을 통해 인적 교류를 확산하 고 남한 국민들이 북한 실상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증대될 것이다. 또 남북한 주민 간 평 화의식 및 동질감을 증대하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촉진함으로써 평화문화 형성에 기여할 것 이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한 인적 교류와 신뢰형성의 모델 사례이다. 금강산 관광을 통해 남 한 국민들은 북한을 체험하는 학습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금강산 관광은 인적 교류 로 신뢰형성에 기여하였으며 이산가족면회소 운영은 인도적 문제 해결의 통로로 작용하였 다. 또한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 도로 개설의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금강산 관광을 위해 북 한의 군사항구인 장전항 개방, 군통신선 개통이 이루어지는 등 군사적 신뢰구축 효과도 뒤 따랐다.

중장기 사업인 남북경제공동특구 개발과 달리, 북한 관광은 관광자원을 활용하여 단기간 에 실시될 수 있는 평화경제의 선도 사업이다. 금강산 관광 사업을 통한 신뢰조성을 출발점으 로 개성공단 사업, 철도 ·도로연결 사업 등으로 남북경협을 확대했다. 북한은 원산·갈마지구, 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등의 관광자원을 활용한 외화 획득에 지대한 관심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비무장지대 관광, 금강산·설악산 연계 관광 등은 군사적 대립을 해소하고 공존의 식을 증진시키는 평화의 매개체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금강산 관광은 원산·갈마지구와 연 결되는 복합 관광단지의 거점 역할을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로 접경지역 환경·관광벨 트를 구축하고, 북한의 원산·갈마관광지구 연계 등 프로젝트로 환동해권 관광·경협벨트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차례의 무력충돌이 발생한 지역이며 북방한계선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존재하 는 서해에 서해평화수역을 설정하는 것도 평화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대표적 사업이다. 작 년 남북군사합의서로 서해상에서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합의했으며, 한강하구 와 서해에서 공동어로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앞으로 서해평화수역 설정은 군사적 충돌 을 방지하며, 공동어로로 남북한 어민이 함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평화협력의 대표 적 사업이 될 것이다.

박 종 철 박 종 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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