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SPECIAL 02
평화와 공동의 이익 만드는
경제협력 공동체

경제공동체 형성은 통일을 위한 경제차원의 통합과정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경축식에서 남북관계를 “신한반도체제로 담 대하게 전환해 통일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신한반도체제’를 “대 립과 갈등을 끝낸 새로운 평화협력공동체, 이념과 진영의 시대를 끝낸 새로운 경제협력공동체”라고 정의했다. 경축식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그대로 해석하면 ‘신한반도체제’는 바로 새로운 ‘남북경제협력공동체’ 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남북한 경제를 하나로 만드는 데 큰 관심을 쏟아왔다. 대선 후보 때 이미 ‘남북경제연합’을 이야기했는가 하면, 집권 후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구 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는 남북을 경제적으로 함께 가져가 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신한반도체제’의 중요한 축인 ‘경제협력공동체’를 어떻게 형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를 조망해 보고자 한다.

남북한이 경제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먼저 ‘공동 체’의 사전 의미는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일정 지역 사람이나 국가들 의 집단’이다. 같은 민족, 종교, 언어, 역사를 비롯하여 정치·경제·사회의 제도적 동질성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공동체’다. 경제공동체는 이와 같은 ‘공동체’를 기반으로 일정 지역 내 자본, 인력 등 생산요소의 이동 이 이루어지고 공동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경제단위를 의미한다. 다 만, 경제공동체의 수준에 따라 경제단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경제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경제통합을 지향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가 간 공동체 형성은 국제정치를 비롯, 국제경제 분야의 학문적 대 상이다. 국제정치학에서 공동체 형성은 세계의 평화질서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발전해 온 학문이다. 국가 간의 갈등과 분쟁원인, 전쟁 관리, 전후처리 등이 이 분야의 주 연구대상이다. 그러나 전쟁연구는 평화질서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극적인 접근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 없는 상태는 평화의 필요조건 이기는 해도 충분조건은 될 수 없기 때문 이다. 평화의 개념에는 비전쟁 상태를 뜻 하는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 외에 도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제도 확 립, 상호협조를 통해 공존과 공영을 이룩 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하려는 제도화된 평화(Institutionalized Peace) 즉, 적극 적 평화(Positive Peace)가 있다. 공동체 형성은 이러한 사고에서 생겨난 영역이다.

북한의 경제특구·경제개발구 ⓒ 부산연구원

반면, 국제경제학에서 공동체 형성은 평화질서 구축이라는 목표에 접근하기보 다는 경제적 이익, 다시 말해 공동체 구성원의 사회복지후생 극대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 경제공동체 형성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학자들이 많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사람이 발라사 (B. Balassa)다. 발라사는 경제공동체 형성을 그 대상이 되는 국가 상호 간의 내부 결속도와 이에 참가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차별 정도에 따라 자유무역지대 (Free Trade Area), 관세동맹(Customs Union), 공동시장(Common Market), 화폐 및 경제동맹(Monetary & Economic Union), 완전한 통합(Complete Integration)의 다섯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 흥미로운 것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제공동체 형성이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가장 마지막 단계인 완전한 통합이 국제정치학에서의 적극적 평화 창출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신한반도체제의 경제협력공동체와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왜 남북경제협력공동체를 형성해야 하는가? 앞선 언급에서 시사했듯이 다름 아닌 평화와 공동이익을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두는 또한 남북관계의 최종 목표인 통일로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통일은 분단을 평화적으로 극복하고 민족구성원 모두의 복지와 존엄을 구현하는 과업이다. 이는 남북 간의 상호 이해, 대화와 타협, 인내라는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갑작스런 통일,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일은 사회적 혼란과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한다. 남북한 사이의 경제적 격차, 체제 차이와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통일이 미래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점진적 통일, 다시 말해 공동체를 형성해 가면서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이런 점에서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경제 차원의 실질적 통합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경제공동체 형성의 관건이 바로 경제협력에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 없이는 경제공동체를 형성할 수 없다.

쉼없는 교류협력으로 북한 스스로 변화하도록 해야

남북경제협력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경제공동체 형성은 궁극적으로 단일경 제를 형성하는 것이다. 단일경제는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가 시장경제로 전환하여 남한과 같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흡수통일적 논리’로 표현할 수 있으나, 남한이 북한을 의도적으로 붕괴시켜 남한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 단일경제를 형성하는 방법 은 끊임없는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 스스로 체제 전환을 하고 오늘날의 중국과 같은 경제체 제 변화를 거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경제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화를 통해 폭넓은 자유가격제를 적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경제협력공동체는 다음과 같은 단 계로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북한 지역의 경제특구 간 물류 운 송 및 통신 시설의 개통과 함께 북한의 내적 개혁을 동반하면서 남북 간 생산요소의 이동이 크게 확대되는 방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북한 지역에 광범위한 투자 가 일어나고 생산의 표준화, 생산제품의 해외시장 공동 진출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북한에 생산요소시장이 형성되고, 남북협력사업의 고도화가 이루어지 는 것이다. 협력사업 고도화를 바탕으로 남북한이 화폐단일화를 창출하는 한편, 북한 지역 의 본격적인 국토개발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경제협력을 통한 남북경제공동체 형성과정 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남북경제협력공동체 형성과정

남북한 연결과 북한 경제특구의 경제허브화

남북경제협력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 째, 남북 철도·도로망 연결이다. 이는 남한기업의 북한 진출 기반 조성과 같다. 남북 철도·도 로망 연결은 생산요소 이동의 효율성을 도모함으로써 남북한 경제를 실질적으로 연결하는 효과를 자아낼 것이다. 둘째, 북한 경제특구의 경제적 효과가 북한 내부로 확산될 수 있도 록 남북이 협력하는 것이다. 북한이 이미 지정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특구를 확대·조성하 고, 북·중 경제접경 지역인 신의주와 라진·선봉에 남한 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북한의 경제특구를 산업·물류·비즈니스 및 관광중심지역으로 개발하여 관광·여가·위락 기능을 강화하 는 것이다. 생산된 물품을 북한 내부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하 는 동시에 에너지와 산업·정보통신 및 과학기술협력 사업을 추 진하여 경제특구 기업의 생산기능이 내륙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과 같은 과정을 통해 북한의 경제특구가 북한의 경제발 전은 물론, 남한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연결고리 내지 산업집적지(클러스터)로써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북한은 지속적인 대내개혁과 대외개방을 추진하는 일이 중요하다. 교역 및 대외경제 분야에서 남북 결제제도의 구축, 금융기관 진출, 국제금융기구와의 교류 등 북한 경제발전을 위한 물적·제도적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경제협력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북한이 남북협력사업에 실질 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추진했던 금강산 사업과 개성공단과 같 은 남북경제협력사업은 남한이 장비, 건설 등 모든 것을 ‘올인’하는 방식이었다. 북한은 단지 노동력과 토지만 제공했을 뿐이다. 북한이 노동력만 제공하는 방식은 북한개발을 위한 기 술축적과 사업운영에 대한 지식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 않다. 이 경우 북한의 경제 특구는 조차지(租借地) 경제(Enclave Economy) 밖에 될 수 없다. 남북협력이 남한이 주체 가 되어 우리 기업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수단으로만 기여하게 한다면 북한 개발에 는 바람직한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남북한 경제협력사업은 북한으로 하여금 자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기 술 축적, 생산성 향상 및 경쟁력 강화 등)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차관 을 통해 남한으로부터 장비를 직접 도입하고, 그 장비를 운용하여 공단을 개발하고 공장건 물을 자체적으로 지을 때, 기술, 기업 운영, 경제성 창출 등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얻은 경험은 북한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단 운영의 이익창출을 위해 북한 스스로 참여하고 노력해야 한다. 남한의 발전된 산업기술을 북한에 그대로 이전·적용하는 것은 북한 개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없다. 북한 개발은 기본적으로 북한 스스로 감당해야 하 며, 이는 개발을 위한 독자적인 경험을 축적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제 도적 장치 확립이 중요하다. 필요할 경우, 정상회담과 같은 형태를 통해서라도 합의 및 협약 을 체결함으로써 보다 기능적인 협력 고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교류·협력은 단순한 기능적인 차원에서 볼 때, 어느 일정한 규모까지는 활성화가 가 능하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제도적 이질성 극복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이해 관계 합치가 쌍방 간 합의·협약으로 이어지고 합의사항이 준수될 수 있는 제도화가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남북의 철도 ·도로 연결은 남한기업의 북한 진출 기반 조성과 연결된다. ⓒ연합

김 영 윤 김 영 윤
(사)남북물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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