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들기 시작한 접경지대, 생산적 네트워크 필요
접경지역의 삶은 분단과 맞닿아 있다. 분단과 가까운 만큼 남북관계 와 한반도 상황변화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지역보다 높다. 새로운 평 화의 시대, 한반도 대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접경지역의 발전과 개발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평화의 문화를 확산하는 중요한 거점으로 접경지 역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10개의 접경지역 협의회에서 활동하고 있 는 자문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각 지역의 현안과 고민들을 함께 공유하면서 평화의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실천을 만들어나가 기 위함이다. 접경지역에 거는 기대 못지않게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해야 할지 자문위원들의 고민도 컸다.
이번 평화접경지역 간담회에는 황인성 사무처장과 김용복 인천광역 시 부의장, 윤신일 경기도 부의장을 비롯해 인천 강화군, 경기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 강원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 제군, 고성군에서 협의회장과 자문위원 등 50여 명이 참 석했다.
황인성 사무처장, 이한 경기연구원장,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김용복 인천부의장, 윤신일 경기부의장
황인성 사무처장은 인사말에서 “세상이 평화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시점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가꿀 수 있는 여건이 생기고 있다. 지역에서 느끼고 있는 기대와 우려를 서로 나누고 지혜를 모으면서 좋 은 협력관계를 맺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기대를 표 했다. 더불어 “이제 접경지역에도 햇빛이 들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변화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접경지역협의회가 함께 마음을 나누고 도우면서 생산적 네트워크를 만들 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한 경기연구원장과 육동한 강원연구원장의 접 경지역 현안에 대한 기조발제가 이어졌다. 이한 경기연 구원장은 ‘경기북부 접경지역 평화정착 및 교류협력 방 안’을 발제했다. 그는 “경기 북부지역은 성장잠재력이 큰 지역이나 인프라가 낮고 재정자립도도 떨어지는 상황이 지만 최근 남북 평화 화해 무드가 만들어져서 접경지역 이 남북교류협력과 신성장동력의 중심으로 한반도 내에 서 그 중요성이 커졌다”며 접경지역의 역할을 단·중·장 기로 나누어 설명했다.
육동한 강원연구원장은 ‘강원 접경지역 평화정착 및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육 원장은 “접경지역 은 냉전이 만든 설치예술, 안보의 최전방, 군 밀집지역, 모든 규제의 집결지, 낙후지역이기도 하지만 생태지역, 교류협력의 전진기지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하며 “과거 분단시대와는 달리 평화를 지향하는 관점에서 접경지 역을 새롭게 바라보고 입체적으로 관리하는 그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성장동력으로 중요성 커진 접경지대
기조발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접경지역 현안 및 평 화공감대 확산 방안을 위한 자문위원의 의견 발표가 이어졌다. 자문위원들은 접경지역에서의 삶과 각 지역에 서 준비하고 있는 남북협력 및 평화통일 사업들을 소개 하면서 새로운 평화시대 접경지역의 역할에 대한 의견 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김용복 인천부의장은 “오늘 발표된 고견들이 통일 사업에 진전을 가하는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한다. 평화통일을 하루속히 앞당기는 것이 민주평 통 자문위원의 최상의 소임인 만큼 오늘 논의가 통일을 위해 전진하고 최선을 다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신일 경기부의장도 “접경지역의 현안에 대한 이야 기를 듣다 보니, 우리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 다.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의 의견을 적극 표명하면, 우 리가 기대하는 평화 관련 사업이 효과를 내면서 좋은 결 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접경지역 협의회장이 말하는 접경지역의 삶과 평화
한반도 대전환기, 새로운 평화시대를 준비하는 접경지역 자문위원들의 기대와 고민은 무엇일까? 접경지역 협의회장들이 생각하는 지역별 현안과 평화공감 확산을 위한 실천 과제를 들어본다.
신득상 강화군협의회장
강화군은 고려시대부터 해상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개성공단의 해상 관문과 물류기지로서 지경학적 가치가 있는 강화군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선제적으로 건설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민족·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마니산을 매개로 남북이 역사, 문화, 체육 등 다양한 면에서 교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연 김포시협의회장
강원도와 경기도는 접경지역이라는 큰 틀로 묶여있지만 DMZ는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해 경기도 파주에서 끝나고 이후부터는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이어지는 중립수역으로 민간 선박이 다닐 수도 있는 곳입니다. 강화, 김포 지역은 정책을 세울 때 DMZ 부분과 구분해 정책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습니다.
박호영 고양시협의회장
고양시는 평화의 길목에서 평화를 추구하며, 평화통일특별시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고양시 전 자문위원들은 청소년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관련 사업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평화통일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며 인천, 강원 등 다른 접경지역들과 윈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양한 파주시협의회장
파주개성인삼축제를 14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개성 지역과 교류를 하고 싶어도 북한에 사업을 추진할 주체가 없습니다. 접경지역에 공통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남북이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 생기면 좋을 것같습니다. 또 경기, 강원 두 지자체에 걸쳐 있는 평화누리길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태원 연천군협의회장
연천군은 고구려와 고려의 역사 유적지와 왕건 위패를 모신 숭의전 등 남북이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향후 남북이 교류할 때 역사교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연천군에는 한반도통일미래센터도 있습니다. 향후 연천군에 국제평화학교나 제5유엔 사무실을 설립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영남 철원군협의회장
통일염원 금강산 옛길 걷기 대회 코스인 국도 31호선은 지금은 휴전선으로 막혀있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이 길을 걸어서 금강산까지 다녀왔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양구군협의회가 주관하는 금강산 옛길 걷기 대회는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습니다. 앞으로 하늘 길과 전망대 조성 계획도 있는 만큼 금강산 옛길 걷기 대회 같은 사업이 인접한 다른 지자체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임인순 양구군협의회장
철원군협의회는 평화와 통일공감대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오는 10월 제22회 평화통일기원 DMZ 걷기대회 개최를 계획 중입니다. 철원군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4 ·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6·25 전사자 공동 유해발굴을 합의한 화살머리고지 입구까지 약 6.7km를 걷는 코스입니다.
전현진 인제군협의회장
정부가 2040년까지 제5차 국토종합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때 인제IC에서 북한 금강군까지의 93㎞ 중 남측에서 내금강까지 가는 23㎞의 도로를 신설해 최단거리 지름길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민주평통 지역협의회 차원에서 함께 동참하고 있습니다. 31호선 국도 신설이 국토종합개발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각종 공청회와 토론회, 세미나 등에 참석하여 필요성을 알리려고 합니다.
장동화 화천군협의회장
화천군이 보유한 천혜의 자원과 근대 역사문화자원을 남북 공동으로 연구·조사하여 DMZ 탐방 올레길 등 생태관광 자원화 방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또 화천군의 대표 축제인 산천어 축제를 위해 산천어 양식장을 북강원도 지역에 설치,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등 축제를 남북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협력하면 좋겠습니다.
최학철 고성군협의회장
남북 평화시대가 조성됨에 따라 고성군이 그 어느때보다 주목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어 고성군이 입은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큽니다. 금강산 관광이 하루빨리 재개되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와 함께 동해북부선 철도가 연결되어 남북교류를 넘어 대한민국이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