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채널

제24회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해법과 우리정부의 역할 모색

지난 3월 14일~15일, 강원도 강릉에서 민주평통이 주최하는 제24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新한반도체제 전환을 위한 우리의 역할과 과제’를 대주제로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이행전략(1세션)’과 ‘남북관계 전망과 우리의 대응전략(2세션)’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반도 비핵·평화프로세스 및 정책 방향에 대한 전 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계, 언론계 등 다양한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논쟁이 펼쳐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과 이를 위 한 미국과 우리정부의 전략, 민주평통의 역할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황인성 사무처장은 개회사에서 “지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역할이 다시 한 번 중요해졌다. 북·미 간 의 대화를 잇고 최종 협상 타결에 이르도록 촉진하는 역할이 우리에게 부여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강조한 신 한반도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민주평통이 더 낮은 자세, 열린 마음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기반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 필요 VS 제재와 압박 지속

본격적으로 시작된 제1세션은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 수의 사회로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가 ‘한반도 비핵·평 화체제 이행전략’에 대해 발제했다. 전 교수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불발로 북핵 정책에 대한 논쟁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며 “핵(비)확산에 대한 연구를 보면 국가들은 안보(Security), 정치(Politics), 위신(Prestige) 이라는 3가지 동기로 핵무장을 하며, 이 3개의 원인이 해소될 때 핵 포기도 가능했다. 북한도 이런 동기가 해 소될 때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더불 어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정상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가 되고픈 의지를 표명한 만큼 이러한 요구를 북핵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이어 “북한 핵무장의 근원에는 한반도와 동북아 냉전구조가 있다”며 비핵화, 평화협정, 북·미관계, 남북 관계, 동북아 평화체제, 경제에너지 지원 등 6개의 축으 로 구성된 한반도 비핵 평화체제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 했다. 덧붙여 그는 협상에서 대화와 신뢰를 강조하지만 핵심은 이익이라며 공동이익을 찾아낼 때 북핵문제 해 결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비핵화에 대한 로드맵 도출이 관건

발제 후 참가자들의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졌다. 남궁 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안보, 정 치, 위신을 지키는 방법은 핵 보유밖에 없다”며 “이 세 가지를 해소시킬 카드가 현재로써는 마련되지 않았다 는 사실을 도외시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한국의 입장에 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핵화 전체에 대한 로드맵을 도출 하는 것”이라며 중재 노력과 함께 이것이 관철되도록 해 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와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재와 압박을 하면서 북한을 비핵 화 할 것이냐가 과제다.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다음 협상이 굴러가게 하는 최소한의 조건을 고민해 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시일에 북핵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임을 지적하 면서 “현재 화두는 비핵화보다 핵을 가진 북한과 어떻게 살 것인가”라며 “이에 대한 충분한 숙고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에 대해 “경협 이외의 남북합의 사항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 군사합의서 불이행 문제도 적극 제기해야 한다”며 남북관계 차원의 접근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현준 국민 대 겸임교수는 “북한이 핵·화생방·ICBM 등 대량살상무 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안보를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만 드는 것이 중요하고, 안보에 대한 ‘대체재’ 없이는 북한 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라며 항구 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화와 교류 지속 VS 비핵화 개념 명확히 해야

이어진 제2세션에서는 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 위원의 사회로 ‘남북관계 전망과 우리의 대응전략’에 대 해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발제가 이어졌다. 홍 위원은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는 평화의 시대로 진입했고, 인도적 지원과 종교, 환경, 문화 등의 지원은 계속 진행되어 왔지만 경협 사업 은 북핵문제와 연계되어 연구·조사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북·미 양측이 우리 의 중재를 바라는 상황이므로 우리가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합의를 다시 한번 유도하는 차원에서 판문점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 유도,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한 평화 체제 기반 조성, 남북대화 정례화, 체육, 역사, 문화 등 다 방면의 정례적 교류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제제재와 상관없는 남북 인적 교류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 위원은 “정부가 진심어린 채근을 할 필요가 있다. 북· 미 양쪽 모두에게 할 말은 하는 방향으로 나서야 중재 도 되고 선의의 대화 재개도 가능하다”며 정부의 역할 을 주문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과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개념이 달라서 이 간극을 좁히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진단하고, “한국 정부도 비핵화 개념과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 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 리정부가 “미국과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히 공조해야 하 며, 다층적인 소통 채널을 활발히 가동해야 한다”고 강 조했다. 비핵화 개념에 대한 논의와 관련해 김영윤 남북 물류포럼 회장은 “북한의 비핵화 개념은 명확하고 비핵 화 의지도 있지만 실천은 다른 문제”라고 설명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실현하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좀 더 면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송은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 위원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과 같은 돌발 사태에 제대 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 준비가 필요하 다”고 강조했고,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도 “하노이 정상 회담 결렬을 보면서 ‘정말로 플랜 B가 없었나’ 하는 생각 이 들었다. 아무리 희망적이고 확실해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웅수 KBS 보도 본부 편집위원은 “미·중 관계와 대북 전략간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중국, 일본과의 전략대화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봉석 연합뉴스 기자는 “기다림의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우리정부가 당장 행동을 취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가정하면 서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북교류를 통해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김미경 서울신문 국제부장은 “국제제 재와 상관없는 남북 인적 교류 등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적극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며 남북관계 차원의 노력 을 강조했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협상 모멘 텀을 살리기 위해서는 “북한이 긴장 조성을 자제하도록 하고 군 핫라인 가동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성 사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 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남북관계가 모두 중단되는 것 을 막기 위해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다자협력 플랫폼을 구축하여 북한과 국제사 회의 관계 맺기를 다각화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참여하는 다 양한 국제회의 개최를 비롯하여, 다자 비핵화 회의 등 을 통해 동북아 다자평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고, 이태환 세종연구소 명예연 구위원은 한·중, 한·미·중, 한·중·일, 남·북·중이 참여하는 다중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통과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의 역할 촉진해야

최근 변화하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우리 내부에서 논 쟁과 갈등이 격화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진단과 해법들이 제시됐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북한도 일상의 정치가 행해지는 정상국가라는 것을 보 여줄 수 있는 장이 만들어져야 하고, 그 계기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희 KDB산업은 행 선임연구위원은 “평화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일치 시키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정치를 떠나 남북이 서로 만나 고 교류하면서 국제사회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내 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은 우리의 자율성과 지렛대를 만들면서 대북제 재 틀 안에서 하겠다는 것인데, 한미동맹을 해친다고 비 판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일”이라고 지 적하기도 했다. 김용호 경희대 특임교수는 “북핵문제가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되고 남남갈등의 원인이 되는 상황 이기 때문에 민주평통에서 북핵문제나 남북관계 문제 를 비정치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 했다. 이제훈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도 “오늘 토론회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공유하는 것 자체만으로 도 갈등 해소에 중요한 진전이라고 본다”며 남남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유은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정부가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어렵다면 평화경제 증진과 교류 확대가 평화 유지와 비핵화에 이르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설 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전문가 토론회는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가진 전 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공통성과 차이점을 확 인하면서 함께 해법을 모색했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가 진다. 목표는 같지만, 추진 방법에 있어서는 인식의 차이 가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1박 2일 동안 함께하면서 우리 내부의 소통이 더욱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며 소통을 넓 히기 위해 민주평통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

* 참가자(가나다순) 고유환 동국대 교수 · 김미경 서울신문 국제부장 ·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 ·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 ·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회장 · 김영희 KDB산업은행 선임연구위원 · 김용호 경희대 특임교수 · 김유은 한양대 교수 ·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 김창수 한국국방연구원 명예연구위원 ·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송은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 · 이봉석 연합뉴스 차장 ·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이웅수 KBS 보도본부 편집위원 · 이제훈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 이태환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 ·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 ·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카카오톡 아이콘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스토리 아이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