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SPECIAL 02
평화의 일상화 위해
적대성 없애는 노력 필요

2017년 초 최악의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5대 국정 목표의 하나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강 한 안보와 책임국방, 남북 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 국제협력을 주도 하는 당당한 외교’를 3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평 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분단정부 수립 70주년 인 2018년, 한반도에서는 ‘전쟁의 시대’에서 ‘평화의 시대’로 축이 이동하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새로운 평화 시대

2018년 2월, 한때 성공적 개최마저 불투명했던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남북으로 선수단과 특사단이 오갔다. 그 결과 2018 년 4월 27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판문점 남측을 방문하고 국군의장대를 사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이 분단의 상징 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바뀌었다고 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고 강조했고, 김 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암흑 같았고 악몽과도 같던 북남 사이의 얼어붙은 긴긴 겨울과 영영 이별한다는 것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날을 위하여” 건배했다. 정상회담의 결과 채택된 ‘판문점 선언’은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 대가 열렸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한반도의 봄’을 알린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 이어 그해 가을인 9월 18일 ~20일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3차 정상회담에서는 정상이 서명한 ‘9월 평양 공동선언’과 국방책임자가 서명한 ‘군사분야 합의서’가 채택되었다. ‘군사분야 합의서’는 불가침선언의 실질적 제도화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 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기로 하였다. 구체적으로 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무력충돌을 방지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각종 군사연습을 중단하며, 포문을 폐쇄하고,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며, 우발적 충돌 방지책을 마련했다.

이어서 2조에서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고, 3조에서 서해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며, 4조에서 교류협력 및 접촉왕래를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강구하고, 5조에서 상호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강구키로 했다. 남과 북의 정상이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남과 북의 적대관계를 종식시켜야 하고, 또 종식되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평양 공동선언 뒤 기자회견에서 “전쟁없는 한 반도가 시작”되었다고 선언했다.

평화가 가져온 삶의 변화

2018년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획기적으로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가 중단되어 밤잠을 설치며 안보불안에 떨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한 뒤 핵실험과 탄도미 사일 발사를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는 2014년 이후 북한의 도발현황을 비추어 보면 아주 획기적인 변화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국제사회의 신뢰가 높아졌다.

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 북한의 비핵화·평화정착 의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15%에서 65%로 상승했다. 또한 4·27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109개국, 9월 평양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63개국이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뿐만 아니라 아세안외교장관회의 공동코뮤니케 (2018.8.2.), ARF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8.4.), 아시아-유럽정상회의 의장성명(10.19.) 등 다 자회의에서도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지지하는 결의문이 채택되었다.

남북 간의 각종 회담과 교류협력사업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남북고위급회담이 개최되었고, 군사·경제(철도 및 도로)·적십자·체육·산림 등 분야별로 실무회담이 지속되었다. 2018 년 한 해동안 정치 19회, 군사 4회, 경제 4회, 인도 2회, 사회문화 7회 등 총 36회의 남북 회 담이 개최되고, 21건의 합의·공동보도문이 체결되었다. 그뿐 아니라 남북 철도·도로 공동점 검, 산림병해충 현장방문, 이산가족 상봉행사, 10·4선언 11주년 기념행사, 민화협 금강산 공 동행사 등 분야별로 다양한 교류·협력이 추진되었다. 특히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9월 14일 개성에서 개소되기도 했다. ‘군사분야 합의서’를 이행하여 2018 년 11월 1일부터 남북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 했다. 공동경비구역(JSA)을 비무장지대화하기 위해 지뢰를 제거하고 화기를 철수했으며, DMZ 내 유해를 공동발굴하기 위한 도로를 개설했다. 또한 남북은 각자 11개의 GP를 시범적으로 철수했다.

남북은 또 서해상에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했다. 시범적 공동어 로구역은 남측 백령도와 북측 장산곶 사이에 설정하되 구체적인 경계선은 남북군사공동위 원회에서 협의해 확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합의를 토대로 해양수산부는 2019년 2월 20일, 서해5도의 어장을 245㎢ 늘렸고 군사적 긴장으로 금지됐던 야간조업을 55년 만에 1시간씩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긴장의 바다였던 서해 5도가 평화의 바다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번 조치로 어획량이 10% 이상 늘어나 어업 인의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남북은 한강 하구를 공동이용수역으로 설정하고 남북 간 공동수로조사를 벌이는 한편, 민간선박의 이용도 군사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공동이용수역은 김포반도에서 교동도, 판문군에서 연안군에 이르는 길이 70km, 면적 280㎢이다. 한강하구는 골재 채취, 관광·휴양, 생태보전 등 다목적 사업을 병행 추진할 수 있는 수역이다. 이로 인해 김포시, 강화군, 고양시, 파주시 등 한강접경수역 인근 지역에서는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평화로운 삶을 일상화하기

2018년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조성된 현재의 한반도 평화는 굳건한 것이 아니라 ‘살얼음판 위의 평화’이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개최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 서 2018년에 우리가 맛본 평화는 잠정적인 ‘휴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불안 정한 평화를 어떻게 하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체제로 만들 수 있을까?

우선, 남·북·미가 교착되어 있는 현재의 비핵화 협상을 궤도에 다시 올려놓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미국과 북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협상안으로 준비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것을 통해 서로가 합의할 수 있도록 지난 4 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고, 조만간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과 같은 적대관계로 돌아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고 주변국과 조율할 필요가 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는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펼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다시 전개되지 않도록 북·미 협상의 동력을 살리고, 중국·일본·러시아 등 유관국이 이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대중 관계의 개선에 이어 2019년 대러 관계를 개선하려 하기에 중국·러시아를 통한 북한 관리, 나아가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미국 관리가 필요하다.

셋째,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높이고 여야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여 당은 일부 보수 세력의 목소리도 외교·안보·대북정책 추진과정에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한 다. 일찍이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는 남북기본협정 체결을, 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 에 대해서는 통일국민협약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운바 있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지금 정 부는 이러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넷째, 국민들이 평화를 맛보며 평화를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는 DMZ 지역 에 평화안보 체험길(DMZ평화둘레길)을 조성하기로 했고, 4월 27일부터 일반 국민에게 개 방하고 있다. 이로써 ‘비무장지대가 국민의 것’이 되고, 국민들은 분단과 전쟁 그리고 평화와 안보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강화에서 고성까지 500km의 누리길을 인간띠로 잇는 ‘평화인간띠잇기’ 행사도 평화를 살아가는 하나의 계기 가 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멀리 있기도 하지만 가까이 있기도 하다. 평화는 ‘적’을 없애는 것이 아니 라 ‘적대성’을 없애는 것이다. 우리 한국사회 내부에서부터 서로에 대한 적대성을 없애고 서 로를 존중할 때 남과 북,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도 가능하다. 이 속에서 우리는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배 기 찬 배 기 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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