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자력갱생과 외교공세로 버티며
미국의 양보 압박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결렬된 이후, 북한의 행보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월 11일 개최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를 비롯해 최근 북한 내부의 정치·경제 상황을 분석하면서 북한의 선택과 북한이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을 진단해본다.

기대를 모았던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2월 27~28일)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다. 이에 따라 대북 제재의 일부 해제라는 성과를 토대로 4월 10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와 11일 최고인 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를 열어 경제건설 목표를 제시 하려던 북한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대응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식 거래 계산 법’에 의문을 제기하며 결렬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일단은 ‘미국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기차로 60시간을 달려 하노이까지 가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빈손으로 돌아온 후폭풍을 내부적으로 수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의 이유를 단계 적, 동시적 해법의 틀에서 벗어난 미국의 무리한 요구 때 문이라고 정리했다. 그리고 실무협의안도 뒤집는, 예상 치 못한 ‘미국의 기이한(eccentric) 협상 태도’는 미국 이 스스로의 정치적 이해를 추구하느라 바빴기 때문이 라고 진단했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우리와는 매우 다른 계산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이해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북한은 일단 상대방이 협상 준비가 덜되어 있다며 양보를 촉구 했지만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다.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의 원인을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에 돌리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향후 톱다운식 해법 추구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회담 결렬 책임을 북한쪽에 돌리는 미국 측의 공세에 도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 를 거듭 표명했지만 실행방법으로는 단계적, 동시적 해법을 고수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실행조치에 대한 미국 의 상응조치를 요구했다.

이러한 북한의 초기 대응방식은 이후 4월 12일 최고 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통해 다시 확인되었다. 김 위원장은 시정 연설에서 하노이 회담에 대해 “미국은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 고 평가하면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북) 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대화의 조건으로 “전적으로 미국이 어떤 자세에서 어떤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달려있다”고 언급해 미국의 양보 없이는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대적인 지도부 세대교체

북한은 4월 10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와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를 열고 당과 국가기구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북한은 예상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재추대했지만 대외적으로 국가수반 역할을 했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내각 의 경제사령탑인 총리를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이뤘다.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당의 부서들과 내각의 사업 실태를 분석하면서 정치국 성원들과 정부, 지방당 간부들의 사업과 생활에서 나타난 결함들을 지적하고 “오늘의 긴장된 정세에 대처하여 간부들이 혁명과 건설에 대한 주인다운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부들의 부정적 현상으로 만성적인 형식주의, 요령주의, 주관주의, 보신주의, 패배주의와 당 세 도, 관료주의를 거론했다.

이러한 질책 이후 북한의 최고원로 대접을 받아온 김영남(91)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21년 만에 현직에서 물러났고, ‘혁명2세대’의 막내격인 최용해(69)가 자리를 이어받았다. 박봉주(80) 총리도 당 부위원장으로 자 리를 옮기면서 6년 만에 내각 총리에서 물러났고, 후임 에는 60세 전후의 김재룡 자강도당 위원장이 신임 총리로 발탁됐다. 또한 당 정치국 성원의 절반가량이 물갈이됐고, ‘당 안의 당’으로 평가되는 당조직지도부도 50 대 중심으로 세대교체됐다.

정부기구의 개편 중에서는 김정일시대의 국방위원회가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이름과 기능이 변화된 국무위원회의 강화가 주목된다. 북한은 2016년 6월 29일 최고 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무위원회를 신설하는 국가기구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이때 국무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이 국방 분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통일·외교·경제분야로 확대되었다.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선출된 국무 위원회 구성원을 보면 이 같은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개편된 제2기 국무위원회에는 제1부위원장 직제가 신설됐고, 위원으로 내각 총리, 당 조직부장, 당 국제부장, 당 통일전선부장, 당 군수공업부장, 내각 외무상, 군 총정치국장, 인민무력상, 국가보위상, 인민보안상, 외무성 제1부상이 임명되었다. 제1기 국무위원회와 비교해보면 직 제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외무성 제1부상이 추가되고, 당 선전선동부장이 빠졌을 뿐 큰 변동이 없으며 노동당의 결정과 지도에 따라 국가의 중요정책을 수립 해 집행하는 국가기구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제1부상으로 승진해 국무위원으로 임명된 것은 향후 대미협상을 외무성 중심으로 끌고 가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과 정부기구 인사 직후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이라는 기존 노선을 재확인했다. 이번 인사가 경제건설과 이를 위한 평화적 환경조성(북·미 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군수분야와 외교분야 인사의 중용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바로 정책방향 바꾸기는 어려워

향후 북한의 대응방향은 지난 4월 12일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잘 나타나있다. 첫째, 북한은 북·미협상에서 장기성을 거론하며 미국이 ‘계산법’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이라며 “적대 세력들의 제재 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힘으로 부흥의 앞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연말 까지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을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영변 핵시설과 민수분야 제재를 맞바꾸려는 협상안이 “천재일우의 기회”였지만 이제 유효하지 않으며, 향후 제재문제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연계하는 단계적, 동시적 해법을 고수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기본방향인 셈이다.

둘째, 북한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 년)에 차질이 있더라도 ‘자강력제일주의’에 의거해 ‘버티기’에 나서겠다는 정책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나라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과 가능성을 통일 적으로 조직·동원하고 경제발전의 새로운 요소와 동력 을 살리기 위한 전면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을 강조했다.

셋째, 북한은 ‘군사적 행동’보다는 ‘외교 공세’를 선택 하고, 예정돼 있던 정상외교를 추진해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유리한 국제환경 조성에 나섰다. 북한은 군사 적 행동으로 장거리미사일 발사나 인공위성 발사를 검토할 수도 있지만, 바로 행동에 돌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으로서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이 와버렸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행태로 무력시위 에 나서 대화국면을 먼저 깰 경우 자칫 내년 미국 대통 령 선거 때까지 더 강화된 대북제재를 견뎌야 한다.

또한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지지를 받기도 어려운 선택이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경제건설 집중과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바로 정책방향을 바꾸기에는 부담이 크다.

군사 행동보다 외교 공세 선택할 것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단기적으로 ‘군사 행동’보다는 ‘외교 공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 러시아와 ‘미국책임론’ 을 공유하며 대북제재를 사실상 완 화하는 우회로를 개척하는 방안이다. 중국, 러시아와 정상외교 일정을 진행하고, 유럽·동남아 국가들과의 대화를 모색하면서 미국을 압박해 새로운 협상의 틀을 만드는 길이다.

이와 같이 북한은 내부적으로 적폐청산과 자력갱생 을 내세우고, 올해까지는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남 겨둔 채 외교공세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대화도 북·미협상과 연계해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내부 정치상황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어렵다는 최종판단이 내려지면 ‘새로운 길’ 을 모색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제재와 압박 작전을 계속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단기적으로 과거와 다른 패턴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정 창 현 정 창 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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