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1

한반도 평화의 뉴딜

지난 4월 11일, 전국적으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미국 백악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일곱 번째 정상회담이 진행되었다. 이 회담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전원회의(10일) 및 최고인민회의 일정(11~12일)과도 맞물려 있었고,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두 정상 간 첫 만남이었다.

하노이 이후 남·북·미의 행보

하노이 회담은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까지 포함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빅딜’과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이 맞서면서 합의없이 끝난 터였다. 3월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결과에서는 매우 아쉽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 부분적 경제 제재 해제, 북한 내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가 논의된 점과 “양 정상이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표명하고 회담 재개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타결 의지를 분명히” 한 점을 성과로 꼽았다.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이하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까지 일관되게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일괄타결’ 입장을 견지했다. 북한 역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3월 15일 기자회견 등을 통하여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신뢰를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일방적인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한국에게도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 역할을 촉구했다.

3월 28일 백악관이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했다. 의제는 북한 관련 최근 상황과 한미 양자 현안이었고, 그 효과는 ‘한반도와 그 지역의 평화와 안전의 핵심축(lynchpin)’인 한미 동맹의 강화였다. 4월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대화의 동력을 빠른 시일 내에 되살리기 위한 한미 간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동맹에 관한 문 대통령의 관심은 국내의 정치적 반대에 집중되었다. “한미 동맹 간 공조의 틈을 벌리고, 한반도 평화의 물길을 되돌리려는” 일부의 시도는 “남·북·미 의 대화 노력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갈등과 대결의 과거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것으 로, “국익과 한반도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대화가 시작되기 이전의 긴 박했던 위기 상황을 다시 떠올려 본다면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막힌 길이 면 뚫고, 없는 길이면 만들며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말하는 문 대통령의 결의는 단호했다. 4월 9일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문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은 톱다운식 접근을 지 속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계 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브리핑했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1박 3일의 워싱턴 여정에 올 랐고,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 안이 돼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고 연설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오전 숙소인 영빈관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하노이 회담을 망친 주역이라고 비난한 볼 턴 국가안보 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그리고 역시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펜스 부통 령을 연이어 접견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백악관에 도착해서 트럼프 대 통령 부부의 환영을 받고 방명록에 “누구도 가보지 못한 평화의 길, 위대한 한미 동맹이 함 께 갑니다”라고 적었다.

톱다운 방식 확인한 한미 정상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동맹보다 미국의 실제적 이익을 우선시했다. 정상회담에 앞선 공개 모두발언에서 한국의 미국 군사장비 구매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을 강조하며 한미 관계가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상태라고 평가한 것이다. 북한에 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북·미 관계의 엄청난 진전이 이루어졌고 북 한은 굉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환대 및 주한미군의 강원도 산불 진화 지원과 미의회의 상해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결의안에 감사를 표하고, “한반도 정세의 극적인 변화는 전적으로 우리 트럼프 대통령의 아주 강력한 또 탁월한 리더십 덕분”이라고 상찬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라 더 큰 합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평가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 회담이 열릴” 전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는, 미국과의 “빛 샐 틈 없는 공조”를 약속했다.

이어서 기자들과의 문답이 진행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의 적기가 아니고 추가적인 대북 제재는 취하지 않겠지만 현재의 제재는 유지되어야 한 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 다양한 ‘스몰딜’이 가능하지만 현재 미국은 ‘빅딜’을 추진하고 있으며 3차 북·미 정상회담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미국 기자들은 뮬러 특검 보고서 등 미국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도 하였고, 심지어 마지막 질문은 마스터스 골프대회에 관련된 것이었다.

정상회담은 단독회담과 소규모회담,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까지 총 90분 예정이었지만 116분에 걸쳐 진행되었다. 회담 이후 청와대는 8개항에 걸친 언론 발표문을 발표했는데, 핵심은 “양 정상이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했”고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통하여 “차기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 협상 과정 에서 또 다른 이정표가 되도록” 양국이 협력해 나간다는 것이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타협

「뉴욕 타임즈」는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는 ‘빛 샐 틈 없는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비공 개적으로는 미국이 제재 관련해서 보다 유연해지도록 분투했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제에 반대하고 ‘스몰딜’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 문 대통령에게는 “작은 성공(a modest victory)”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여야 정치권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한미 공조를 확 인하고 대화의 동력을 살렸다는 것이었지만, 김현종 차장의 9일 브리핑을 기준으로 한다면 톱다운 협상의 불씨를 살린 것은 성과이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확실히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할 것이다.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 해제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 며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3차 북·미 회담을 하자면 할 용 의가 있으며 이러한 결단을 올 연말까지는 기다려볼 것”이라고 미국에게 협상의 공을 넘기 는 한편, 한국에게도 “민족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 역할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 위터로 “우리가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만큼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데 동 의”한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위원장 은 시정연설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안팎으로 거듭 천명 했다”고 평가하고,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북 정상회담 을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문 대통령이 갖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확인했다.

트럼프 정부의 ‘빅딜’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 미 관계와 한반도 평화체제 및 비핵화의 틀을 벗어나는, ‘날강도 같은’ 일방적 요구이다. 또 완전한 비핵화의 상응조치인 북한의 밝은 경제적 미래가 지극히 추상적이란 점에서 ‘페이크 딜’이기도 하다. 북한의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는 비판과 민족 당사자 역할 요구 역시 남북 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군사적 긴장 완화나 교류를 전면적으로 중단한 가운데 나오 고 있는 점에서 ‘사이비 민족주의’ 혹은 ‘페이크 러브’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평화의 길”을 가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 할 군사적 옵션을 제외한다면 한미나 국제사회가 북한에게 비핵화를 강압할 방법은 없다. 북한 또한 비핵화의 실체적 이행 없이 미국 패권과 한국 민주주의의 일부로 제도화되어 있 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해소를 기대할 수 없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동맹의 이름으로 미국 에게 그리고 민족의 이름으로 북한에게 평화를 위한 대타협의 ‘뉴딜’을 촉구하면서 촉진자 와 중재자, 또 당사자의 역할을 다해 나갈 수밖에 없다.

1933년 취임연설에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정의한 ‘뉴딜’은 대공황이 극복될 때까 지의 과감하고 지속적인 실험이었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하여 과감하고 지속적인 실험으로 ‘막힌 길은 뚫고 없는 길은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혜 정 이 혜 정
중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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