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회 탐방

“지역과 융화하면서 알찬 평화통일 활동을 만들어 갑니다”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향유하는 도시 공주.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능선을 따라 이어진 백제시대의 공산성은 민주평통 공주시협의회의 모습과 닮았다. 이들은 지역과 융화되어 지역민과 같이, 그러나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휘둘리지 않고 각자의 중심을 잡고 있다. 작지만 속이 꽉 찬 알밤처럼 내실 있는 활동을 펼쳐 가는 공주시협의회를 찾았다.

평화와 통일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재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 평화통일 공감대를 끌어내기란 여간 쉽지 않다. 충남 공주시협의회의 활동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들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발굴하고 활용하면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평화통일 운동을 꾸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청소년과 함께 하는 통일골든벨이다.

청년과 기성세대의 연결고리

공주시협의회는 매년 한 학교를 지정해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통일·역사관을 심어주고 통일인재를 기르기 위한 통일골든벨을 진행한다. 올해는 특별히 3·1절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민주평통 공주시협의회가 주관하고 공주시가 주최·지원하는 ‘공주독립운동 사&통일골든벨’을 진행했다. 4월 4일 개최된 ‘공주독립 운동사&통일골든벨’은 관내 6개 학교에서 3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유관순 열사가 2년간 다녔던 공주영명고등학교에서 진행돼 그 의미를 더했다. 이재호 청년분과위원장은 “올해 범위를 넓혀 진행하다 보니 모 집이나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학생들이 문제를 막 힘없이 푸는 것을 보고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소회를 전했다. 이은국 부회장도 “통일골든벨을 운영하며 기성세대와 청소년들의 생각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장을 확대해 서로 이해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세대의 평화통일 인식을 고취하는 데에도 이런 사업은 좋은 매개가 된다. 기성세대와 젊은세대는 평화와 통일을 받아들이고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 거기에서 오는 세대 간 갈등이 존재한다. 공주시협의회는 통일골든벨이나 통일 후 가상 직업체험, 창업교실 같은 청소년 대상 사업으로 젊은세대와 기성세대의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SNS나 동영상 등 플랫폼을 활용해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발맞춰 나가다 보면 학생들에게 통일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부딪치며 모난 곳을 둥글게 만드는 활동

청소년과 관련한 사업 외에도 공주시협의회는 통일열린음악회, 3·1절 태극기 나누기, 북한 관련 영화 관람 등 시민사회와 함께 하는 활동 속에서 평화통일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해마다 통일시대 시민교실을 열어 대학에서 학생들과 토론하고, 통일에 대한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는 등 청소년, 대학생, 시민 모두가 한데 어우러지는 사업을 진행한다.

임흔구 여성분과위원장은 “지역의 여러 단체들과 함께 활동하며 시민들에게 민주평통을 알리고 서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서로 부딪쳐야 모난 부분이 깎이듯 함께 할 때 무언가가 이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고연화 기획홍보분과위원도 “민주평통 사업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지역 주민, 지역 단체와 함께하는 활동을 보며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소통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한사회에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북한이탈주민에 대 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공주시협의회는 관내 북한이 탈주민들이 겪고 있는 언어소통의 어려움, 직장에서의 차별, 외로움과 고독 등을 위로하고 해결하기 위해 정서 적 교류와 공감의 시간을 마련했다. 이들이 자신감을 회 복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2008년부터 이 어온 북한이탈주민 대상 사업은 외롭고 고독한 이들에 게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주었다. 현재 공주시 관내 북 한이탈주민은 약 80여 명으로 많지는 않지만 공주시 협의회는 통일나들이, 통일수다방, 행복한 동행 등의 사업 을 세심하게 진행하고 있다.

민주평통 배지에 자부심을 걸다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여러 해 활동하다 18기에 협의회장을 맡은 임재문 회장은 지난 2년이 ‘매일 어렵고 매일 바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처음 자문위원이 됐을 때는 특별한 사명감이나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 지만 계속 민주평통에 참여하면서 평화통일 활동에 대 한 사명을 갖게 됐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임 회장은 무엇보다 지역에서의 평화통일 운동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것을 경계했다. 지역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은 평화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확산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지속적인 사업 운영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평통 활동에 필요한 민주평통 지원조례와 남북교류협력조례도 일부러 야당 시의원에게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공주시협의회는 지금까지 큰 갈등 없이 지역사회의 다양한 인사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해올 수 있었다.

자문위원들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공주시협의회 자문위원들은 ‘한라에서 백두까지’, ‘평화통일기원 안보현장 견학’ 등 현장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직접 보고 느끼면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이러한 경험이 평화와 통일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는 동기가 됐다. 김홍 국민 소통분과위원장은 “공주시협의회 자문위원들은 한라산과 백두산을 한 번씩은 가게 된다. 통일교육의 답은 현 장에 있다고 하는데 평화통일에 대해 많이 배우고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였다”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소년, 시민, 자문위원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공주시협의회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12기부터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엄순천 간사는 “최근 공주시협의회 자문위원이 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는 분들 이 자문위원으로 위촉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산지원에 관한 건의도 이어졌다. 이용구 기획홍보분 과위원장은 “통일열린음악회처럼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사업을 개발해 운영해 나가기 위해서는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며, 좋은 사업에 대해서는 예산을 안정적으로 지 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는 지역사회와 얼마나 잘 융화되느냐가 관건이다. 외따로 떨어져서 자신들만의 사업 을 벌이거나 시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업은 단발성으로 끝나기 쉽다. 공주시협의회는 자신들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 지역민과 공감대를 높이는 평화통일 사 업을 통해 다가올 통일시대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

임재문 회장은 “공주시는 교육의 도시로 퇴직 교사 등 교육계와 학계를 망라한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통일 과정에서 이러한 분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공주시가 역사와 문화, 교육의 도시인만큼, 이러한 자산을 토대로 남북교류협력을 펼쳐 나가고 싶다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1500년 전 백제의 웅진성과 고구려의 평양성은 전쟁 과 대립의 장소였지만, 이제 웅진성과 평양성은 만남과 화해를 준비하고 있다. 그 길에 공주시협의회가 앞장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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