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우리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SPECIAL 01
우리가 만든 한반도 대전환,
능동적 평화질서 구축으로 이어져야

문재인 정부 2년은 한반도문제 해결의 변곡점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출발점으로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남북 정상회담 3회, 북·미 정상회담 2회, 북·중 정상회담 4회, 그리고 북·러 정상회담 1회 등 북한이 참가한 정상회담은 모두 10차례에 달한다. 이 같은 역동적 변화의 중심에는 ‘한반도 운전자’로서 한국의 역할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이니셔티브

4· 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것임을 확약함으로써 한반도문제 해결의 입구를 형성했다. 남북관계 발전에 대해 확고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동안 채택된 모든 남북 공동선언과 합의를 이행하기로 한 점도 의미가 있다. 7·4, 6·15, 10·4 남북 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등 기존에 이루어진 모든 남북합의가 이행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 26 통일각 남북 정상회담과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는 결정적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한반도문제의 당사자로서 한국의 역할이 확인된 계기였다. 5·26 통일각 남북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연기발언으로 촉발된 비핵화 협상 결렬의 위기국면을 해소하고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결정적 계기였다.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연기로 초래된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을 해소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동력을 제공했다. 특히 평양 남북 공동선언은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엔진시험장 폐기에 대한 참관 허용과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의사 등 구체적인 비핵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이 남북 공동성명에서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을 적시한 것은 최초이다. 과거 북핵협상에서 한국을 철저히 배제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의미 있는 변화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여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귀국 즉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조건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는 6월 다시 한 번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모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남북관계 역시 빠르게 진전되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포함해 문화예술, 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남북교류협력이 활성화되었다. 또 철도·도로와 산림분야의 남북 당국 간 회담도 연쇄적으로 개최되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소로 남북한 당국 간 상시 협의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도 의미 있는 변화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군사분야의 남북협력이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9·19 군사분야합의서를 도출했으며, 이를 신속하게 행동에 옮겼다. 이는 6·25전쟁 휴전 이후 최초의 일이며, 과거 남북교류협력이 안보문제를 추월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중요한 변화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은 일정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가 일정 정도 구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과 새로운 남북관계 형성을 위한 프로세스는 사실상 불가역적인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과 미국 모두 비핵화 협상의 파기로 인한 고비용 구조를 감당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협상을 지속할 의사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도 질적인 변화의 과정 중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15만 군중을 향해 육성 연설을 한 것은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예견된 ‘디테일의 악마’ 문제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비핵화 협상의 구체적인 문제들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남북관계에서도 북한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디테일의 악마’ 딜레마

가장 큰 난제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지체이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합의했지만 구체적 이행 로드맵은 도출되지 않았다. 이후 다양한 채널의 실무 및 고위급 협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며, 비핵화 이행 로드맵 작성도 실패했다. 그 결과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결렬로 이어졌다. 북미 간의 입장차가 가장 뚜렷한 부분은 비핵화 방식이다. 미국은 동결 → 신고 → 검증 → 폐기 순의 투명한 매뉴얼 방식의 비핵화를 원하고 있지만 북한은 남아프리카공화국형 자발적 비핵화 방식을 원하고 있다. 매뉴얼 방식의 경우 초기에 북핵 프로그램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에게 부담이며, 자발적 비핵화는 투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비핵화 방식에 대해 북·미 간 기본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한 실무협상의 각 단계마다 난항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상응조치 문제로 결렬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원인도 비핵화 방식에 대한 합의 및 이행 로드맵의 부재 때문이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지체는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초래했다. 현재와 같은 대북제재 국면에서 는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이 가능하지 않으며,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합의사항의 이행도 어렵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와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는 남북관계 발전의 근본적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 업의 재개 문제도 이미 대북제재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특히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 기업, 단체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는 세컨더리보이콧은 모든 남북교류협력 주체에게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북관계 발전에 대해 한미 간 부분적인 시각차도 노정되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비핵화의 진전과 남북관계 발전의 연동이며,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간 공고한 협력체제이다. 미국은 대북제재를 가장 중요한 압박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제재 공조체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입장은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의 병행이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고, 공존·공영의 새로운 남북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궁극적인 통일로 가는 기반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진전과 남북관계 발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한국정부의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신한반도체제는 새로운 신질서의 비전

문재인 대통령은 금년 3·1절 기념사를 통해 신한반도체제를 천명했다. 신한반도체제는 일제강점기, 샌프란시스코체제, 그리고 분단체제를 통해 강요된 지난 100여 년간의 한반도 질서에서 벗어나 우리가 주도하는 새로운 100년의 신질서 수립에 대한 비전과 약속이다. 신한반도체제는 ‘수동적 냉전질서에서 능동적 평화질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한반도체제의 핵심 양대축으로 평화협력공동체와 경제협력공동체를 제시했다. 평화협력공동체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의미하며, 경제협력공동체는 한반도 평화경제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신한반도체제에서 남북한과 동북아 각국은 평화와 경제의 협력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분열과 갈등의 지난 100년과 질적으로 다른 공존·공영의 신동북아시대를 개막하게 될 것이다. 신한반도체제는 한반도의 비핵·평화체제와 새로운 남북관계를 기반으로 우리의 새로운 100년을 기획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구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한반도체제 형성의 출발점은 비핵화 프로세스의 본격화이다. 북한 핵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를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근본적 요인이자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형성의 장애물이다. 한국은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이며 한반도문제 해결의 핵심 주체로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북한의 실천적 비핵화 행동을 유도해 내는 동시에 상응조치를 견인함으로써 비핵화 프로세스를 선도하는 행보를 본격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반도문제의 당사자로서 완전한 비핵화를 기반으로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지향하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공존·공영의 신한반도체제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조 한 범 조 한 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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