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N

북한 주민들의 편리한 이동수단 써비차

이준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교통의 발달 여부는 그 나라의 발전 면모를 가리는 척도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악한 교통은 문명시대 인간의 일상을 저애할 뿐만 아니라 산업발전의 장애요인이기도 하다. 어느 나라나 도로교통 산업을 국가발전의 선순위에 놓는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북한의 도로교통망이 열악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나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주민들이 어떻게 교통을 이용하는지는 생소하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교통수단 ‘써비차’에 대해 알아본다.

써비차란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될까?

‘써비차’란 우리가 흔히 쓰는 서비스(service)와 자동차의 ‘차’를 더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서비스(service)는 봉사나 공짜의 두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공짜가 아닌 봉사의 의미로, 특히 돈을 받고 편의를 제공하는 일종의 대가성 봉사로 통용된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 주민들은 써비차보다 ‘벌이버스’, 또는 ‘벌이차’로 부르기도 한다. 써비차라는 말이 차주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 이용자는 공짜 또는 봉사를 받는다는 불편함이 느껴져 돈을 지불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그렇게 불린다. 써비차는 북한 전역을 활동무대로 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교통수단(철도·버스 등)이 이용자(주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등장한 써비차의 이용요금은 거리에 따라 달러, 유로, 위안화, 엔화, 북한돈으로 지불하며, 정해진 가격 외에 연유가격에 따라 변동되기도 한다.

처음 써비차가 등장했을 때 버스일 경우 개인이 구매해 여객운수기관에 등록한 뒤 월 수익의 30%를 기관에 납부하고 연유비, 부속비, 타이어 등 운영비는 70% 선에서 운영자가 충당하였다. 그러나 결제가 현금으로 이뤄지고 운영자가 수익금을 낮춰 잡아 납부액을 적게 바치는 등 탈세 현상이 지속되자 월 300$의 고정 납부를 받는 조치가 실행되었다. 기관에 공식 등록하고 운영하는 써비버스와 달리 공무 운행을 하는 화물트럭이 장거리 운행을 떠나며 장마당이나 10호 초소(단속초소)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태우고 4㎞ 정도 운행 후 정차하여 사람들에게 목적지에 따라 돈을 받는 일종의 불법 써비차도 성행하고 있다. 북한에서 움직이는 차(간부용 승용차제외)는 자연스레 ‘써비차’의 성격을 띤다. 따라서 돈만 들고 길(도로)에 나서면 못 가는 데가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써비차는 배낭이나 자루 한 개 정도의 짐은 운임비를 따로 받지 않으나 그 이상이면 짐의 개수에 따라 평균 1$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써비차를 ‘돈만 있으면 못 가는 데 없다’는 인식이 주민들 속에 확산되면서 ‘황금만능주의(자본주의)’에 젖어 사회주의 본태를 위협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잦은 주민이동이 집단통제에도 공백을 주는 만큼 활성화가 아닌 경계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그러나 우선 이동의 목적을 쉽게 달성한다는 편리심리가 당국의 통제를 앞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급행열차인 평양-두만강(1열차), 두만강-평양(2열차)행도 평균 3~5일이 걸리지만 써비차를 이용하면 24시간 안에 인원이나 화물이 목적지에 도착한다. 출장이나 여행은 3~5일이 걸려도 무관하지만 생계나 장사 목적의 이동은 시간에 반비례하는 만큼 비싸도 써비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자리매김하였다.

써비차로 달라진 북한 사회의 일상

써비차업이 발달하고 휴대폰이 생활화되면서 장사는 물론 가족·친척의 관혼상제(冠婚喪祭)도 경제적 여력에 따라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도로상에서 써비차가 고장나면 거리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평균 70%를 환불해주는 ‘신뢰’까지 형성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북한군에서 보급물자를 접수하려고 운행하는 화물트럭(빈차)이나 지휘관용 관용차까지 단기 써비차로 등장하여 돈을 받고 주민들의 이동편의에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용차량을 써비차로 이용하면 요금이 사회 써비차의 70%이고, 보안원(경찰)의 단속을 받지 않아 경제적, 정신적으로 ‘꿩먹고 알먹기’가 된다.

써비차들이 가장 불편해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월납부액이나 단속초소, 당국의 통제가 아니라 군인들이다. 군인들이 휴가나 출장, 군 병원 입원 등 합법적 외출로 주둔지역을 벗어날 때 이동수단으로 써비차에 매달린다. 써비차들이 조건 없이 태울 수 있는 군인은 기통수(기밀통신을 취급하고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로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 군인들도 써비차 한 대에 2~5명을 태워줄 것을 요구하면서 압박을 하기도 한다.

북한 주민들이 써비차를 이용할 때 첫째 롱구방(한국 스타렉스), 둘째 버스, 셋째 화물트럭 순으로 선호한다. 이는 써비차가 이동의 편리함과 동시에 교통사고 같은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고약’한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돈을 내고 이용하는 써비차도 수요대비 운행 대수가 적어 한여름 무더위에도 콩나물 시루처럼 빼곡히 버스칸을 채우는 사람들의 안쓰러운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하루빨리 남북경협이 활성화되어 북한산 자원이 내려오고 한국산 버스들이 올라가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교통수단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카카오톡 아이콘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스토리 아이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