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소확행 시대의 소확평

전영선 건국대학교 HK연구교수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다가올 새로운 시대이다. ASDR 즉 로보타, 서브봇, 어센틱컨슈머 등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트렌드를 상징하는 용어들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 빠르게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 집단적인 이익이나 가치보다는 자신의 가치와 삶을 존중하는 것이다. 욜로(YOLO),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라고머(Lagomer)는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현대인의 트렌드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삶을 뜻하는 덴마크의 ‘후게’나 고급스러우면서도 적절한 소비를 하며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스웨덴의 ‘라곰’은 현대인의 삶에 새로운 가치 기준을 제시한다.

스웨덴은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삶과 경제가 어려워지자 과감한 복지정책으로 삶을 바꾸었다. 교양과 가치, 행복을 새롭게 정립하고 하나의 가치를 만들어 가면서, 스웨덴의 독특한 라곰 정신을 공유하게 되었다. 이후 글로벌 흐름에 맞으면서도 자기의 가치와 행복의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라고머’가 생길 정도로 큰 트랜드가 되었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삶은 사람들의 공통된 관심사이다. 평화로운 삶을 꿈꾸지 않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평화에 대한 분명한 가치 인식과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자유롭고 싶고 여유롭고 싶어도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한반도는 지금 갈등의 시대를 청산하고 평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평화는 일상에서 누려야 할 행복의 토대이자 권리이다. 하지만 한반도에 산다는 이유로 유보되었었다. 한반도의 평화는 거창한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삶을 평화롭게 만드는 토대이기도 하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시대에 평화가 일상에 어떻게 다가올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강원도 동해안 지역은 군사적 긴장과 불안이 감싸고 있던 한반도가 작지만 확실한 평화로 가고 있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강원도 동해안은 휴전선으로부터 100㎞ 정도 떨어진 후방 지역이다. 하지만 군사적으로는 최전방으로 분류한다. 야간통행금지도 가장 늦게 해제되었고,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철책선도 아직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 지금 동해안은 철책선으로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는 지역과 철책선이 걷어지고 관광객을 환영하는 지역으로 구분된다.

그런 동해안이 한반도 평화 모드와 함께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동해안 일대는 송림과 어울린 바닷가를 끼고 관광명소, 카페명소가 생겼다. 강원도 양양 해변은 전국에서 서퍼들이 즐겨 찾는 서핑명소가 되었고, 6·25전쟁이 가장 먼저 시작되었고 간첩침투로였던 강릉 시 정동진 일대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로 거듭났다. KTX나 새로 뚫린 고속도로를 타고 바닷가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는 ‘소확행’은 곧 ‘소확평(작지만 확실한 평화)’을 체감하는 일상이 되었다.

평화는 그렇게 우리의 삶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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