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북한의 식량난은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국제기구들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수백만 주민들이 충분한 영양과 식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지난 5월 14일,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슬리 사무총장도 서울시를 방문하여 북한의 식량 실태를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아이들의 생명이 정치보다 우선’이라는 WFP 사무총장의 인도주의적 호소에 적극 공감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여 100만 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가 북한의 어린이들을 돕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지원은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진행됩니까?
서울시와 WFP가 지원약정을 체결하고 지원금을 전달하면 WFP가 식품원료 해외구매, 수송, 북한 내 공장 가동과 생산, 분배, 모니터링을 순차적으로 진행합니다. 영양강화식품은 북한 내 60개 군 지역에서 WFP가 지원하는 탁아소에 분배되고, 이 모든 과정은 WFP 평양사무소 책임하에 수행됩니다. 비록 서울시가 모니터링의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지만, 비슬리 사무총장이 분배의 투명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가 집행하는 만큼 투명하고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Q│인도적 차원의 지원임에도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찬반 논쟁이 거셉니다.
우리도 보릿고개 시절이 있었는데, 이웃이 힘들면 일으켜 주기 위해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인도적 대북지원은 어디까지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 역시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원조를 필요로 했던 나라였습니다. 그 원조가 발판이 되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이명박, 오세훈 시장 시절에도 식량과 보건의료와 같은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활발 하게 했습니다. 이명박 시장 당시에는 총 17억 5천만 원, 오세훈 시장 당시에는 총 33억 3천만 원에 달하는 인도적 지원을 했어요.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일을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미래의 어느 날 남북의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며 살아갈 때,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선한 이웃’의 보편적 가치와 정신을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서울시 차원의 직접적인 교류계획은 없습니까?
국내외적 여건 때문에 현재 당장 직접적인 대북 지원과 교류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직접 지원과 교류는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춰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지자체도 정부, 시민사회와 남북교류를 진행하는 당사자로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갈 방법을 꾸준히 모색해야 합니다. 특히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 부족 문제를 북한 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긴급지원을 넘어서는 개발협력 방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남북협력추진단을 구성하고 지자체 최초로 개발협력담당관을 별도로 설치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도적 지원과 농업, 산림, 환경, 보건, 도시 인프라 등 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 의제와 남북협력을 연계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서울시가 추진하고자 하는 서울-평양 교류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서울은 전쟁과 안보 불안으로 줄곧 저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바로 서울디스카운트였어요. 그러나 한반도가 평화로 가는 순간 서울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겁니다. 서울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반도 평화 조성에 앞장서야 하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중앙이 할 일, 지방이 할 일이 있습니다. 지방 대 지방, 사람 대 사람의 관계가 국가외교의 질을 좌우합 니다. 당연히 서울은 북한의 수도 평양과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하고 전면적인 교류 관계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2016년부터 3대 분야 10대 과제의 서울-평양 포괄적 협력방안을 준비해 왔습니다. 서울시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중앙정부의 요청을 받아 삼지연악단 공연과 태권도 초청공연에 예산을 지원하는 등 꾸준히 남북교류를 준비하고 추진해 왔습니다.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사업은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2032년 하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저에게 요청한 대동강 수질개선 사업으로 이를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해 나가고 있고요.
Q│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유치가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2032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의 적극적인 협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올림픽은 개최 도시가 중심이 되어 준비하는 만큼, 국내도시로 선정된 서울과 북측 대표도시인 평양 간 협력체계 구축이 시급합니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는 인프라, 환경 등 도시 전 분야에 걸친 남북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남북 당국 회담이 이뤄지는 대로 북측에 올림픽 공동유치를 위한 직접소통창구인 ‘서울-평양 간 공동 실무협의체’ 구성을 제안할 계획이고, 이를 계기로 올림픽 유치와 연계된 다방면의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서울과 평양이 올림픽을 공동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 이고 안정적인 도시교류협력이 절실합니다. 서울과 평양이 올림픽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전국에 계신 민주평통 자문위원님들의 성원과 협력을 부탁합니다.
Q│여러 지방정부에서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방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중앙정부가 동북아와 한반도라는 커다란 지도를 펼쳐 놓고 평화와 번영, 교류와 협력의 틀을 짠다면, 그런 틀에 따라 특정 지역과 함께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것은 지방정부입니다. 지방의 자율성이 반영된 분권형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은 지방자치단체를 교류협력의 주체로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의 남북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또 지자체 간 지나친 경쟁과 사업 중복이라는 문제도 있는데,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충분히 협의하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도 맡고 있는데요, 협의회 사무처 내에 전담부서와 남북교류협력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지자체 간 의견을 조율하고 협력하면서 남북교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시민참여형 남북협력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서울의 모든 정책은 시민중심, 시민주도입니다. 서울의 복지정책이나 도시계획, 도시 브랜드를 결정하는 문제 등 실제로 많은 권한이 서울 시민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이제 서울은 시민의 참여로 만들어가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남북문제와 통일에서도 정치나 지방정부가 아닌 시민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통일과 남북관계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이를 통해 시민이 통일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념갈등과 남남갈등이 첨예하고 심지어 가짜뉴스까지 등장하는 현재의 상황은 결코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시민의 이해와 공유, 그리고 결의가 필요합니다.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서울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도 시민 공감대 확산인데, 이것이 뒷받침되어야 지속가능한 남북교류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자치구, 민간단체들과 함께하는 ‘2019년 시민참여 평화·통일 교육’에 상당한 예산을 지원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시민이 주도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교류협력의 장을 만들면서 시민의 체감성을 높이고 시민이 참 여하는 공론의 장을 통해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해 나가고자 합니다. 시민 주도성, 시민 체감성,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서울-평양 교류를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Q│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장님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과정은 민족의 문제이자 평화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파적 입장에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독일은 사민당이었던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보수당인 기민당의 콜 수상이 이어받았고 이것이 바로 통일로 이어졌습니다. 이렇듯 통일을 위해서는 초당파적 이해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통일정책은 지속해서 추진되어야 효과가 있고 변화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냉전시대에도 동독지역에는 서독의 TV 프로그램이 중단 없이 방영되 었다고 합니다. 서독 TV의 방영이 체제 위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음에도 그것을 보장했다는 것은 서독이 동독을 끊임없이 지원했고, 그러한 지원을 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우리가 협력을 지속해서 남북이 끊을 수 없는 관계로 진전되는 것이 바로 평화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한반도가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에 어떤 미래를 꿈꾸십니까?
평화로 가는 길은 산을 넘는 것이 아니라 산맥을 넘는 일입니다. 남북관계는 서두른다고 되는 일도 의욕만으로 풀리는 일도 아닙니다. 70년간 지속해 온 반목의 역사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앞으로 미래의 시민들이 서울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뻗어 나가는 원대한 꿈을 꿀 수 있도록 뚜벅뚜벅 평화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 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장으로서 문재인 정부와 발맞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민과 함께하며 역사적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서울특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