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

성급했던 하노이...
비핵화 향한 쟁점과 전망
평화가 곧 서울의 경쟁력, 시민이 주도하는 서울-평양교류를 열겠습니다

하노이 북·미 회담 이후, 미국은 북한에 ‘확실한 비핵화’를,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요구했다.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가로막는 쟁점은 무엇이며, 비핵평화의 열쇠를 쥔 북한과 미국의 향후 행보는 무엇일까.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간 대화는 계속 열리지 못했다. 북·미 대화와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기 위해서는 먼저 하노이 회담의 결렬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정상외교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톱다운(top-down) 방식을 꼽을 수 있다. 물론 톱다운 방식은 정상급이 먼저 움직여서 합의에 대한 의지를 만들어 놓고, 그 후에 실무급에서 막힐 수 있는 협상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의 경우에 정상급은 회담을 개최하기로 결정하였지만, 실무급에서 만족스러운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 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상급의 합의문 서명이 결렬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번 하노이 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은 매우 부족하였다. 김혁철과 비건 특별대표는 겨우 두 번의 만남을 통해 합의문 초안을 작성하였으며, 그 결과 합의문을 포함해 매우 많은 부분을 두 정상 간의 합의로 넘김으로써 정상회담의 불확실성을 매우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특히 북측은 비핵화 부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정할 문제라고 하며 합의문 초안에 집어넣기를 꺼렸다고 한다.

과거 1994년 제네바 합의 시 북·미 간 실무협상은 16개월 남짓 걸렸으며, 6자회담 9·19공동성명 도출을 위한 실무협의 역시 2년가량 지속됐다. 부족한 실무협상은 결국 서로가 원하는 바를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시켰고, 이는 결국 미국이 북·미 간 합의를 깰 수 있다는 옵션을 고려하게끔 했다. 실제로 하노이에서 미국이 북한에 들이밀었던 비핵화 요구안은 북한이 수용하기에는 매우 힘든 것이었다. 결국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아무런 비핵화 성과를 만들지 않았던 북한에 합의결렬이라는 결과를 안겨준 셈이 됐다.

비핵화를 둘러싼 세 가지 쟁점

현재 북·미대화를 둘러싼 비핵화의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빅딜 대 스몰딜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 내에서는 북·미 간 빅딜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즉, 완전한 비핵화의 정의, 비핵화의 엔드 포인트(end point),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한 로드맵이 쟁점이 된 것이다. 미국은 북·미 간 스몰딜을 논의하기 전에 이 같은 큰 그림에 대한 북·미 간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러한 합의가 있고 난 뒤에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스몰딜이 가능하지만, 먼저 빅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볼턴 보좌관은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당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북한이 합의한 비핵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配備)·사용을 금지한다.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해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을 상호 사찰한다. 물론 북한 측은 이후 구성된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에서 한반도 비핵화에는 미국의 핵우산도 대상이 되며, 핵을 탑재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핵을 운반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자산 역시 한반도에 전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주장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개념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합의 내용이든,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 합의 내용이든 미국은 현재 북·미 양국이 동 개념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즉, 북한의 비핵화 최종단계가 무엇을 얼마나 없애는 것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빅딜에는 또한 로드맵이 포함된다. 로드맵은 비핵화의 단계별 내용, 이에 대한 단계별 제재 완화 내용, 단계별 체제안전보장 내용 등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내용을 담게 된다. 즉,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보장 내용,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단계적 이행방안 등이 담기는 것이다. 이를 북·미 양국이 합의하기 위해서는 매우 긴 시간의 실무협상이 필요하다. 물론 북한이 이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면 시간을 줄일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특히, 미국의 대선국면 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실무협상을 통한 로드맵 합의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은 여전히 스몰딜을 선호한다. 빅딜 없이 하노이 회담 때처럼 영변시설 폐쇄와 같은 비핵화 초기단계 이행에 대한 미국 측의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등가성을 맞춰서 재차 스몰딜을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 과거 핵 협상 때 했던 비핵화의 엔드 포인트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합의하려하지 않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미 고도로 발달한 많은 양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미국은 여전히 제재의 지속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즉,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를 이룰 때까지 제재는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즉, 하노이 때는 단계적, 동시적 접근법을 어느 정도 수용했으나 현재 미국은 다시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로 회귀하였다. 미국은 북한이 검증단계까지 나아간 이후에나 제재를 완화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는 다소 유동적이다. 최근 비건 대표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다시 동시적, 단계적 접근법으로 돌아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역시 빅딜에 대한 합의가 있고 난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며, 현재로서 재재완화를 시사하는 것은 현실성이 적어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더 이상 톱다운 방식은 없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간 충분한 실무협의 없는 정상회담의 실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은 더 이상 톱다운 접근법만으로는 북·미 간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즉, 충분한 실무협의를 하고 정상들이 만나서 이미 만들어진 합의문 초안에 합의만 하는 일반적인 정상회담의 형태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담판을 하고 싶어 한다. 실무진에서 협상을 하면 미국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고, 따라서 최소한의 핵 포기로 최대한의 제재 완화를 얻어내고 싶어 하는 북한으로서는 톱다운 접근법을 선호하는 것이다.

북·미 대화 위한 중국 역할 주목

북한은 여전히 미국이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세 가지 입장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2019년 말까지 북·미 정상회 담이 열려야 한다고 미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제3차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열리지 않으면 핵과 ICBM을 시험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대선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대선 출정식을 가졌으며, 올해 말이 되면 민주당 후보들 역시 경선을 시작하게 된다. 미국의 대선국면에서 북·미 간 정상회담을 하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집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운동 중에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를 하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이러한 북한의 도발이 우려스러워서 정상회담을 하게 될 것인가? 최근 미국에서는 북한 핵 문제로 인해 대선국면이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을 자신의 성과로 치부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런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하더라도 이것은 위성 발사라고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어떨까? 이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현재 미국은 2017년 군사옵션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지만, 대선국면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군사옵션으로의 회귀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북한 역시 이런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최근 시진핑의 방북은 북한으로서는 꽉 막힌 상황을 풀어줄 수 있는 동아줄과도 같은 것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현 상황에서 중국은 대미 압박 및 협상 전략으로 북한 문제를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낸다면 이를 이용하여 미국의 대중국 무역 합의를 이끌어내려 할 것이다. 북한은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현 경제난을 풀어보려고 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 북한은 자력갱생을 이어갈 경제 상황 회복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북·중 정상회담이 향후 북·미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G20 회담에서 성사된 미·중 양국 정상 간 회담이 앞으로 북·미관계와 비핵화 협상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현욱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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