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IN

평양의 휴일 풍경

여가(餘暇)는 직장이나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휴식과 취미 등으로 재충전을 하는 활동이다. 우리에 비해 자유로운 개인생활과 이동이 어려운 북한 주민들도 여가생활이나 취미를 즐길 수 있을까? 북한 주민들은 여가를 언제, 어떻게 활용할까? 북한 주민들이 선호하는 여가생활은 어떤 것이며 계층별, 지역별로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공식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때는 크게 명절과 휴일이다. 북한의 명절은 국경일과 기념일 등 국가명절과 전통민속명절이 있고, 그 외 집단별 국가기념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부녀절(3.8)과 김정은 정권 집권 후 새로 지정된 어머니날(11.16), 국제근로자절(5.1), 조선소년단 설립일(6.6) 등이 있다.

집단주의체제로 국가를 중시하는 북한에서는 국가명절을 민속명절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한다. 북한 주민들은 국가명절에 직장이나 학급 단위별로 기념행사에 참석하거나 가까운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 또는 주체탑을 찾아 묵념과 헌화를 한 후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공원에서 자유시간을 즐기곤 한다. 민속명절에는 가족들과 함께 송편 등을 해먹으며 조상의 산소에 찾아가 간소한 차례를 지내거나 인근의 친척이나 친구의 집을 방문한다.

직장인의 휴가제도는 한국과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북한은 직종 및 지역에 따라 휴일이 다르다. 예를 들어 생산직 노동자의 경우 평양은 일요일, 함경북도는 수요일, 함경남도는 목요일, 평안북도는 화요일, 강원도는 금요일을 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협동농장의 경우는 매월 1일, 11일, 21일 등 10일에 하루씩이 공식 휴일이다. 한국보다 노동자, 농민, 사무원들의 공식 휴가가 매우 적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노력동원 및 목표달성 집중노동, 검열 시기가 아니면 개인적 용무로 휴가 신청을 많이 하고 있다.

북한의 사회주의노동법에 따르면 일반노동자와 사무원 대상 정기 휴가는 연간 14일, 지하 및 유해직 근로자 대상 보충적 휴가는 정기 휴가 14일 외에 7~ 1 일, 임산부의 산전산후 휴가는 산전 60일, 산후 180일로 도합 240일, 부득이한 특수사정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한 임시 휴가가 있다. 그렇지만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직장생활 외 에 비공식적으로 경제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여가를 즐기기는 쉽지 않다.

다양해진 즐길 거리 따라 데이트 양상도 변화

북한 사회에 시장화와 정보화가 진전되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여가생활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2012년 김정은 정권 집권 후 각종 유흥시설에 대한 집중투자로 국가놀이시설이 발전하고, 돈주들이 투자한 사설 서비스센터의 활동이 왕성해졌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인민중시’뿐 아니라 ‘청년중시’ 정책을 강조하며 김정일 시대보다 청년들의 데이트 양상이 다양해졌다.

시장경제와 함께 서비스업이 발전하며 영화 관람, 수영장, 노래방, 목욕탕, 당구장, 볼링장, 스케이트장 등 즐길 수 있는 수단도 다양화되었다. 평양에서 유행하는 목욕탕의 경우 한국의 사우나와 비슷하다. 입장료는 1인당 3~4불 수준이며, 초음파 마사지나 한증막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특히 돈을 좀 더 주면 커플만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는 커플 목욕 탕도 생겨났다. 평양과 신의주, 혜산 등 대도시에 다양한 유흥장들이 생겨났는데, 북한 청년들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것보다 ‘문수물놀이장’같은 개인이 하는 물놀이장이 더 멋있고 비용도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더 선호한다.

북한에서의 여가생활은 계층별,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다. 북한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가 계층별 여가생활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상류층은 외화식당이나 외화상점, 노래방을 넘어서 ‘개인투자 서비스센터(북한식 종합 유흥몰)’에서 수영, 당구, 볼링, 스케이트, 파친코, 탁구 등을 즐긴다. 중류층도 물놀이장이나 목욕탕, 노래방, 국제영화관 등을 찾는다. 중류층은 특히 가까 운 이들과 함께 돈을 모아 할 수 있는 유흥을 즐긴다. 하류층에서는 전통적으로 즐기던 강가나 공원 산책과 식사, 국립극장 등에서의 영화 관람 등을 즐긴다. 그러나 하류층이라도 평양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이들의 경우, 가끔씩 수영장이나 목욕탕에서 연애를 하고 두 커플 이상 모여서 카드놀이(주패) 등을 하며 돈을 모아 노래방이나 당구, 볼링을 즐기기도 한다.

김정은 정권이 평양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각종 건설 사업 및 위락-유흥시설 건설 활성화 정책을 실시하며 평양에서는 유흥시설과 서비스업이 집중적으로 발달해 여가를 즐길 장소가 다양해지고 그 모습도 자유로워졌다. 반면 농촌의 경우 서비스업 수준이 낮고 이용자들도 별로 없다. 따라서 농촌의 젊은이들은 도시나 해외로 나가 자유로운 데이트를 하고 싶어 한다.

박영자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카카오톡 아이콘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스토리 아이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