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8월 15일, 평화와 번영의 전환점 만들자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심신을 지치게 만든다. 특히 7월 1일 ‘아베 폭탄’의 투하는 한반도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구었다. 그래도 8월 말복이 지나면 어김없이 계절의 변화가 느껴질 것이다. 그 무렵에 8월 15일, 해방의 날이 있는 것이 참 좋다.

8월 15일은 올해도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던지고 있다. 84년 전 미·소가 분할시킨 38선과 그 연장으로서의 휴전선은 우리 민족에게 고통과 시련, 식민주의를 가져왔다. 그 결과 1965년 한일협정도 미국에 의해 부여된 동아시아 질서와 한·미·일 삼각안보동맹에 따라 반 강제적으로 체결되어야 했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일제 식민주의 하에서 불법적인 강제징용으로 피해를 입었던 우리 민족, 일본군에 ‘위안부’로 끌려갔던 여성들, 불법적으로 빼앗긴 문화재, 고혈을 짜낸 예금 등에 대한 전체 규모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일본은 미국이 제시한 3억 달러를 독립축하금 내지 경제협력자금으로 시혜하듯 10년 거치로 지불했다. 일본은 필요한 모든 배상을 해준 듯 굴었고, 더 나아가 한국의 경제 성장이 식민지 근대화정책의 결과라고 강변해왔다.

8월 15일은 해방의 날이자, 분단의 날이기도 하다. 고려시대에 한반도를 영역으로 하는 통일국가가 세워진 후 우리는 1,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통일 영토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일제는 한반도 식민지를 내놓는 대가로 우리의 분단을 미국 측에 제안했고, 그 결과 발표된 것이 ‘일반명령1호’이다. 일반명령1호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회담을 거쳐 지금까지도 한반도 질서를 규정하고 독도 문제를 비롯한 영토를 둘러싼 갈등을 낳은 원천이다. 당시 6·25전쟁 중이었던 남과 북은 회담에 참가하지도 못했는데, 그들이 행한 순간의 결정으로 한반도는 지금껏 고난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주변국이 결정한 질서를 대화와 설득, 인내심과 지구력을 가지고 풀어내기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할 때이다. 우리의 힘으로 맞이하지 못했던 1945년의 8월 15일을 지금이라도 되찾기 위해 단호하고 단결된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 아직도 한반도를 지배하는 줄 아는 일본의 아베와 지배세력,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질서를 유지하려는 시대착오적인 미국의 지배세력이 미몽에서 깰 수 있도록 우리가 나서야 한다.

세계는 이미 하나이고, 글로벌에는 중심이 없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나라와 근린친선 외교를 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을 미워하고 일본에 분노하느라 평화의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반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고질적으로 잘못된 관계를 바로잡으려 하는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는데, 왜 한국은 여전히 낡은 식민주의 질서 속에 남아 있어야 하겠는가.

그리고 최근의 한일 갈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1965년 한일협정 이래 54년간 지속되었던 잘못된 관계 속에 내재되어 있는 갈등을 피하려 한다면, 한국은 계속해서 식민 질서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인권과 평화를 제1의 가치로 삼는 21세기를 글로벌 국가의 시민으로서 평화와 평등, 통일과 번영의 시대로 만들어가자.

2019년 8월 15일을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출발의 날로 전환시키자.

김귀옥 김귀옥
한성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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