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좌우하는 대학입시가 코앞이다. 수험생들은 촌음을 아껴가며 마무리 준비에 정신이 없다. 수험생들을 둔 학부모들의 절박한 심정도 수험생 못지않다. 필자 역시 수험생 자녀가 있다. 매사가 살얼음판이다. 상전이 따로 없다. ‘자기 공부하는 게 무슨 유세떨 일이라고…’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가도 그래 며칠만 참아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라앉힌다. 고행이 따로 없다.
시험이 끝나도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교와 전공을 찾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고비를 넘어야 한다. 자기가 원하는 학교나 전공을 택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대학의 다양한 입학전형에 맞추어야 한다. 초보 학부모에게는 미로가 따로 없다.
예전에는 전국적인 단위로 한 차례 평가를 통해서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 입학을 결정지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면서 복잡해 졌다.
대학별로 전형방식을 종합하면 일천여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대학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과외 해야 할 판이다.
입학상담전문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48년 동안 36번이 바뀌었다니 수험생을 둔 학부모라면 혀를 내두를 만하다.
대학의 다양한 전형은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천편일률적인 학생선발 방식으로는 창의적이고,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기 어렵기에 다양한 전형을 통해 특별한 재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오로지 성적에 의해서 학생을 선발하던 것에서 벗어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한 학생을 선발하자는 취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학교별로 요구하는 능력이나 기준의 차이는 있지만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것은 현대 사회는 어느 한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학문적인 구분을 중심으로 엄격하게 분화하기보다는 학문융합이 강화되면서, 대학에서도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형의 인재들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북한의 대학 입학시험은 특수대학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실력 본위로 한다. 예전에는 사상적인 측면을 강조하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철저히 실력 위주로 학생을 선발한다. 대학 및 전문학교 입시는 인물심사(면접)와 체육시험, 신체검사를 거친 다음 필기시험을 본다.
필기시험은 필수과목인 김일성 혁명역사, 김정일 혁명역사가 중심이다. 우리로 치면 국사에 해당한다. 시험과목은 국어, 물리, 화학, 역사, 지리 등이다. 대학의 특성에 따라서 한 과목을 대학의 특성에 맞는 다른 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다. 즉 김일성종합대학의 문학대학인 경우에는 화학 대신 창작실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이공계열의 대학에서는 국어 대신 수학이나 대학의 특성에 맞는 다른 과목을 선택할 수 있으며, 외국어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이 대학이나 전문학교에 추천된 경우에는 외국어 대신 화학으로 입시를 치를 수 있다.
입시 일정은 학교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3월∼4월에 치러진다. 일반적으로 대학과 전문학교 주간이 2월 29일∼3월 4일이며, 공장대학과 공장전문학교 입시가 3월 1일~3일, 평양외국어대학 학원반, 함흥컴퓨터기술대학 학원반 입시가 3월 14일∼18일, 대학과 전문학교 통신교육 입시가 4월 27일∼29일이다. 그리고 제대군인들의 입시는 8월 1일∼5일이다. 대학과 전문학교 통신 현지학습반 입시는 각 학교 실정에 맞게 결정한다.
농장대학은 영농시기를 고려하여 7월∼9월 사이에, 해운수산부문 대학은 어로 일정을 고려하여 정한다.
예비시험에서 정원의 500% 정도를 선발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비율도 전체 학생의 약 10% 정도이다. 입학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하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중학교도 중요하다. 각 시도별로 영재학교에 해당하는 1중은 좋은 대학을 가는 지름길이다. 북한에서도 최고 중학교는 평양 제1중이다. 평양 제1중의 전신은 고급당간부 자녀들만 다니던 남산고급중학교이다. 예체능계에서는 평양학생소년궁전 부설학교인 금성1중학교, 리설주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부설학교인 금성2중학교가 최고의 명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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