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 모 일간지에서 기자단 활동을 했을 때 탈북여성들을 위한 토크콘서트 취재를 갔어요. 공연 후 어떤 남학생이 ‘탈북학생들을 만나면 우리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그 여성분은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편견’이라고 말했어요. 통일이 되면 함께 살아갈 사람들인데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좋은 마음인데도 잘 표현이 안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직접 탈북학생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는 이런 대외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상하▶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받는 통일교육은 주입식 교육이었다고 생각해요. 대학생이 되고 나니 ‘ 통일에 대한 진짜 내 생각은 뭘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됐고요. 그래서 북한 관련 정보를 찾아봤는데 북한주민들의 일상과 문화에 대한 정보는 너무 적더라고요. 이번에 영상을 제작하면 저도 이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될 거고, 이 정보를 저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도 공유하고 싶어요.
봄희▶ 한국에 와서 대학엘 갔는데 문화 차이를 심하게 겪었고 가치관도 다르단 걸 느꼈어요. 그땐 ‘이 상태로 통일이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조차 들더라고요. 연극은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고 사람 사는 넓은 세상이 궁금해 ‘스페셜 웨스트’로 미국엘 갔어요. 영어공부를 하면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에서 인턴십을 하는 동안 많은 걸 배우고 깨달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다는 걸 알았죠. 돌아와서 통일을 준비를 하려면 남한주민들과 제대로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래통일리더십아카데미에 지원했어요.
현진▶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형식적인 통일교육에 의문이 있었어요. 포스터만 그린다고 해서 통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생기진 않잖아요. 이후 경제적 측면까지 생각이 넓어지다 보니 한정된 영토를 가진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기 위해선 통일이 유일한 돌파구라는 걸 깨달았죠. 통일이 단지 윤리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필요하니까 해야 한단 생각, 그게 통일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생이란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었어요.
운송▶ 제 의지라기 보다는 먼저 와 계신 부모님을 따라 남한에 왔어요. 이곳에 와서 자유란 걸 알게 됐죠. 음... 자유란 저에겐 꿈을 위해 세계로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 폐쇄적인 북한과 달리 남한은 어디든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잖아요. ‘자유’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본 적조차 없을 북한 친구들이 자유를 빨리 찾도록 해주는 것, 그게 바로 통일이라고 생각해요. 남한 사회에 대해서도 알고, 북한도 현실로 겪었으니 이 두가지를 융합한다면 뭔가 제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상하▶ 북한문화나 북한주민들의 일상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직접 북한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보니까 확실히 미국에서 만나왔던 외국인친구들에 비해 동질감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특히 영화를 매개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것을 풀어내고 싶어요.
주은▶ 사실 편견을 갖고 활동에 참가했었지만, 막상 만나보니 우리와 다르다는 느낌이 안 들었고, 오히려 장기 자랑 같은 걸 했을 때 봄희 언니가 춤을 너무 잘 추고 멋있어서 ‘남한대학생보다 북한이탈 대학생들이 끼와 재능이 많구나, 아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생각했죠.
운송▶ 우리 영화팀원들 ‘스펙’이 좋잖아요(웃음). 전 북한에서 왔고 검정고시로 대학엘 왔는데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엄청 잘 챙겨주니까 재미있더라고요. 미리미리 준비하면 더 좋은 영화를, 좋은 통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제작 활동이 저에게 주는 선물이 많은 것 같아요.
현진▶ 처음엔 남한 대학생들이 북한이탈 학생들을 가르쳐주는 입장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북한에서 온 봄희 언니나 운송이 오빠의 경험을 들으면서 아직 저는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봄희 언니가 장학금을 찾아다니면서 ‘그런 장학금이 없다면 저를 위해서 만들어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모습은 그동안 많은 역경을 이겨왔기 때문에 가능해을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에 대한 지향점이 비슷하다는 게 굉장히 기뻤어요.
봄희▶ 신입생 때 남북한 사람들의 문화차이, 가치관 차이로 많은 방황을 해서인지 처음 만났을 때는 편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캠프활동 하면서 남한 친구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어요. 우리들의 이 이야기가 영화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통일이 올거라는 믿음이 확고해요. 그렇게 될 것이고 꼭 되어야만 해요. 이제 곧 시집갈 나이가 됐는데 결혼식장에 아빠 손을 잡고 들어가고 싶으니까요. 아빠가 북한에 계시는데, 통일이 당장 안 되더라도 자유롭게 기차나 혹은 버스를 타시고 서울까지 내려오셔서 저랑 같이 식장에 갔으면 좋겠어요.(웃음)
운송▶ 북한 남한 구분을 떠나서 사랑이나 우정을 주제로 북한 사람도 따뜻하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 국민 전체는 아니어도, 한 사람이라도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주은▶ 한국인 여성이 인도에서 결혼생활을 하며 겪는 어려운 상황을 TV 모 프로그램에서 접했는데, 여성의 입장에서 이입을 하니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고, 동시에 우리나라 다문화 여성분들의 삶의 애환이 한순간 확 다가왔어요. ‘영상이 가진 힘이 이거구나’라고 느꼈죠. 저희도 그런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영화도 텔레비전 나가면 좋겠네요(웃음).
상하▶ 베트남전쟁을 다룬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처럼 우리 영화도 ‘통일이 좋다’와 같은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기 보다, 다양한 장치를 통해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만들고 싶어요. 그 영화를 통해 베트남전쟁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달라졌듯 통일과 탈북민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진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봄희▶ 영화제에 나가봤으면 좋겠어요. 일반인들 뿐 아니라 예술인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요. 영화를 통해 탈북민들이 남한사회에서 느끼는 점들, 통일에 대한 열망 등을 공감할 수 있길 바래요. 장 피에르 다르덴 형제가 만든 ‘로제타’라는 영화가 있는데 스토리가 스펙터클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되는 게 있어요.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내는 이해와 공감같은 거요. 우리도 이처럼 ‘소통’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상하▶ 얼마 전 유럽단편영화제를 가봤는데, 다양한 유럽의 모습을 보여준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죠. 우리가 만든 영화도 남한, 북한이탈 학생들이 모여 만든 영화라는 자체만으로도 외국인이 보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규모가 작더라도 외국 영화제에 출품하고 싶네요.
현진▶ 상하 말대로 영화제 출품까진 아니더라도 저희만의 상영제가 있으면 좋겠어요. 상영제를 열고 SNS를 통해 알린다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영화의 파급력이 커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운송▶ 남한 학생들을 보면 공부는 잘하는 데 꿈이 없고, ‘왜 사는 지 모르겠다’는 말을 해요. 제가 보기엔 저 정도 되면 엄청 행복할 것 같은데요. 통일을 꿈꿔 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거죠. 통일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한데, 만화처럼 재미있게 만들면 청년들도 스트레스 풀기 위해서라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주은▶ 저도 동감해요. 당장 우리 살기가 바쁘니까, 통일이 내 삶과 직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관심을 갖기 어려운 거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남북한 사람들에 관한 시트콤도 있던데 아직은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것 같아요. 제가 PD가 되면 통일관련 콘텐츠들을 재미있게 만들어 볼래요.
상하▶ 그래도 주위를 둘러보면 젊은 사람들도 계기만 주어지면 통일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엔 SNS나 대중매체에 탈북민들이 자주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나운서 등 다양한 방면에 탈북민들의 활동이 많아지길 바래요.
봄희▶ 각 학교마다 북한이탈 친구들이 있는데 일부러 가서 친해지려고 할 필요는 없지만 우연히 만나게 됐을 때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방법을 추천해요. ‘말투가 다른데?’라며 한 걸음 물러서지 말고 10분만 앉아서, 다를 거라는 편견을 버린채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현진▶ 일단 20~30대가 관심을 가지려면 각종 통일관련 프로젝트나 아카데미 등에 투자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미래통일리더 아카데미 참가하는데, 다른 친구들도 SNS를 통해서 그런 기회를 많이 알고 참여하는 걸 봤어요. 하나의 프로그램이 열리면 적게는 몇 십명에서 많게는 몇 백명이 통일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 어른들이 저희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줬으면 좋겠고 그 기회를 잘 잡고서 참여해 나가는 것은 저희세대의 몫인 거지요.
<글/사진. 기자희>
북한이탈 대학생들과 남한 대학생들이 함께 영상제작을 하게 됐는데 멘토가 되어 통일 비전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통일에 대해서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허리역할을 하는 나이가 됐다고 평소 생각해 왔는데, 통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머지않아 통일이 이뤄지겠구나란 생각이 들어 흔쾌히 수락했어요.
실질적으로는 통일의 시작점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한 주민들이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한민족이란 공통분모 아래 같이 서로 이해하면서 배려하며 통일을 준비하면 어떨까 싶어요. 오늘 시놉시스가 결정됐는데, 영화는 SNS를 통해 전파가 쉽도록 단편으로 제작될 계획입니다. SNS를 통해 남한은 물론, 북한에까지 이 영화가 알려지길 바래요. 남북대학생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고, 통일을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