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평화경제로 분단 극복하고 번영의 동력 만들어야 지난 9월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백악관 평화경제로 분단 극복하고
번영의 동력 만들어야

9번째 한미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의 9월 24일 제74차 유엔총회 연설과 함께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연내 제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방미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자리에서 북한을 향해 ‘70년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관계를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두 정상은 북한에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비핵화 시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기존 공약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합의를 기초로 협상해 비핵화 진전을 이루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선순환적 발전의 모멘텀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는 남북 상호 안전보장의 일환으로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화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남과 북이 이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에서 ‘DMZ의 실질적 평화지대화’에 합의하고, 구체적 조치 이행 등 전쟁 위험 감소를 위해 협력 중인 상황에서 나온 제안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3원칙을 재강조하면서, 특히 공동번영의 원칙을 강조했다. 진정한 평화는 단지 분쟁이 없는 상태를 넘어, 서로 포용성을 강화하고 의존도를 높이고 공동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경제체제는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고, 동아시아와 세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진정한 평화 위한 공동번영의 원칙

남북한은 지난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서로 간의 적대행위 종식을 선언함으로써 항구적 평화정착의 첫 번째 단추를 채웠다. 북·미 대화가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를 이뤄내고,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완전히 대체되면 비로소 냉전체계는 무너지고 새로운 한반도가 들어서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에서 평화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미래 질서에 대한 청사진을 ‘신한반도체제’ 구상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신한반도체제’는 이념과 진영의 시대를 끝낸, 새로운 평화경제협력공동체”라며 “한반도에서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북 간에 ‘경제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남북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도 부언했다. 임기 내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그 토대 위에서 평화경제를 시작하고 통일을 향해 가겠다는 집권 후반기 구상을 명확히 밝혔다.

신한반도체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대전환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은 섬과 대륙을 연결하는 연륙교를 만드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지난 8월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우리가 만들고 싶은 ‘새로운 한반도’를 위해 세 가지 목표를 제시한다며 △책임 있는 경제강국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교량국가 △평화경제 구축 구상을 밝혔다. 이 가운데 교량국가 구상을 제시하면서 “남과 북의 철길과 도로를 잇는 일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가는 첫걸음”이라며 철도·도로 연결에 방점을 찍었다. 철도와 도로는 교량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인프라이기도 하지만, 평화경제 구축을 위한 핵심 기반이 되기도 한다.

평화경제를 구축하려는 목적은 분단체제를 극복하여 겨레의 에너지를 미래 번영의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데 있다. 평화경제 체제를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남과 북의 역량을 합친다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8,000만 단일 시장을 만들 수 있다. 평화경제야말로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미래라는 확신을 가지고,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나갈 때 비핵화와 함께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그 토대 위에서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평화경제는 70년 넘는 대결과 불신의 역사를 청산하고,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평화와 번영의 새 질서를 만드는 세계사적 과업이자 한반도의 사활이 걸린 과제인 셈이다. 하지만 평화경제는 남북의 의지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평화롭고 강한 나라가 되려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평화경제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굴곡이 있다고 해서 쉽게 비관하거나 포기할 일이 아니다. 긴 세월의 대립과 불신이 있었던 만큼 끈질긴 의지를 가지고 서로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가능한 일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국제사회의 지속적 공감대 확대가 중요한 전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불신의 역사 청산하고 한반도 운명 바꾸는 평화경제

평화경제를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 선언을 통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합의하고,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작업에 착수하여 북한의 철도 현황을 실사했으며, 이를 위한 착공식도 개최했다.

이 모두가 한반도 평화기반을 다지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과정이다. 한반도의 허리인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바뀐다면,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비전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가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고 나아가 다자평화안보체제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DMZ 평화관광도 시작되었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올해 북·미/남·북·미 정상 간 6·30 판문점 회동 등으로 비무장지대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맞춰 비무장지대 관광을 평화경제 관점에서 재편하기 위한 DMZ 생태·평화 관광 활성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평화경제의 핵심 축은 평화관광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지구 최후의 냉전지 한반도는 역설적으로 평화관광지, 환경생태관광지로 도약할 수 있다. 이미 DMZ 안보관광에서 연간 최대 317만 명의 관광객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평화, 생태관광이 더해진다면 한반도 평화가 무르익을수록 관광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개성공단사업, 금강산 관광사업 등은 평화경제의 상징적 사업이자, 평화경제를 견인하는 선도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부는 이같은 중점사업들을 내년에 차질 없이 추진하여 평화경제의 기반을 구축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과정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평화경제는 평화정착과 경제협력의 선순환

구도 형성에 역점을 두고, 국민들 각자가 체감할 수 있는 평화를 더욱 공고화하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통해 경제협력이 촉진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경제협력을 추진함으로써, 평화를 내실화 하고 남북한 공동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남북한 경제협력과 경제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다시 남북의 경제협력이 한반도 평화를 공고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협력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슬로건만으로는 정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 평화적 남북관계가 비가역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수립과 입안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여건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이 이뤄져야할 것이다. 정책결정의 단위에서만 진행되는 평화경제 구상은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비가역적 평화 위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목표 세워야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서울-평양 표지판 제막식이 진행됐다. ⓒ연합

평화경제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것을 우선적인 과제로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남북한 주민의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평화 협력과 공동번영 협력이 선순환관계를 구축하여, ‘평화로운 공동번영’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분단으로 제한된 우리 경제 활동의 영역을 북한을 넘어 동북아와 유라시아로 확장하자는 구상이다. 이는 공고한 평화와 함께 추진이 가능하다. 다만 ‘선 평화, 후 협력’이 아니라, 동시에 추진해야 평화와 경제는 선순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평화경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목표설정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 임기 내에는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남북한 정상이 판문점선언, 평양선언 등에서 합의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DMZ 평화지대 구축, 서해경제공동특구 마련,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등을 적극 추진할 경우 평화경제공동체를 향한 토대는 어느 정도 마련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은 평화경제의 마중물 사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에 따라 대북제재가 완화되고, 경협이 본격적으로 재개된다면 그 방식은 생산성과 효과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남북한이 갖고 있는 다양한 요소를 혁신적이고 새로운 발상을 통해 결합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 남북한 동반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경제협력의 참여주체 다양화, 민·관 경협 거버넌스 강화, 북한 내 시장 확산 등 변화 양상을 반영해 시장 원리에 기반한 민간 주도의 남북경협 심화를 추구해야 한다. 정부는 제도와 인프라 지원을 통해 안정적 경협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노력들이 합쳐져야 한반도 평화경제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다.

임을출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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