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현장

개성공단에서 얻은 남북통합 경험은
평화경제를 여는 소중한 자산



  최근 종전선언이 정치·외교권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잊고 지내지만, 한반도는 6·25전쟁 이후 전시국제법에 따라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전쟁이 멈춰 있는 상태다. 정전협정 후 68년간 남과 북으로 분단 되고 휴전 중인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평통 광주시협의회와 함께한 ‘한반도 평화경제와 개성공단, 민주평통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시민과 함께 남북통합경험을 나누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연내에 종전선언을 추진하기로 북한과 합의했다. 또한 금년 9월 제76차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하였다. 그러나 대내외적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종전선언은 국내 문제이면서 국제 문제의 성격도 가지기에, 국내의 지지여론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협조가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종전선언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국제적으로는 이해당사국들이 적극적이지 않다.

  필자는 개성공단을 관리·운영하는 행정기관인 ‘개성 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서 12년간 근무했다. 개성공단은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남북경제협력사업으로, 민관이 함께 투자하고 남북의 5만 5,000여 명이 참여한 통일의 시험장이었다. 개성공단은 통일의 과정과 통일 이후 겪게 될 문제들을 선험·해결하고, 상이한 체제의 남북이 통합되는 경험을 쌓는 공간이었다.

  2016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그동안 쌓인 통합경험들이 향후 전개될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교류협력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 보고, 남북통합경험을 공유하는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남북경협 전문가 양성과정’, ‘개성공단 평화통일 경험교육’, ‘개성공단 청년아카데미’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경제인·공공부문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남북경협 전문가 양성과정

한반도 평화경제의 열쇠, 개성공단
  최근 우리의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올해 7월 한국금융연구원은 고령화·인구감소 등으로 최악의 경우 잠재성장률이 2030년 0.2%, 2035년에는 -0.19%가 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치를 발표한 바 있다. 산업구조 변화 등 많은 요인으로 다량·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여의치 않다. 코로나19 이후의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 경향도 작은 내수시장과 수출 중심 산업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필자는 이 같은 난관의 돌파구가 개성공단 등 평화경제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가 모든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밝히며 북한의 잠재력과 남북경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평화경제가 한반도 평화 정착과 고용 창출, 우리 경제의 성장, 국가의 위상 강화에 어떤 기회와 변화를 가져올지 상상해 보자. 대북 투자 환경이 개선된다면 수많은 자본과 투자자들이 북한으로 진출할 것이다. 평화경제가 정착된다면 남북한과 중국 동북3성을 아우르는 1억 7,000만 명 규모의 경제공동체가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된다. 이 경우 내수시장·노동력 확보 등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많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이 대립을 지속한다면, 그 시기가 왔을 때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우선적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는 찾는 자의 것이며, 미래는 준비된 자의 몫”이란 말이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남북통합경험 공유사업을 추진하며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인과 시민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대전에서 음식가공업을 하는 한 기업인은 2007년 개성공단 분양에 참여하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하며, 향후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만난 대학생은 현재 아세안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세안 중심의 신남방정책과 남북경협사업, 그리고 북방경제를 연계하는 연구를 통해 평화경제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외에도 많은 기업인, 공공기관 관계자, 일반 시민이 한반도 평화경제에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북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였다. 이들은 북한의 영화·음악·음식 등 문화와 남북경협 유망업종을 다룬 프로그램, 남북경협사업 실무과정 등 다양한 추가적 프로그램을 요청하기도 했다.

  1400여 년 전 돌궐의 명장 돈유쿠크의 비문에 새겨진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만드는 자는 살아남는다”는 글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대립과 분단 강화를 위한 성을 쌓을 것이 아니라, 남북 간 협력을 통해 상생·공영을 위한 길을 내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시작점은 길을 내기 위해 성(城)의 문을 여는(開), 開城공단 재개가 될 것이다.

박창영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