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사랑채

평화경제에 상상력을 더하다
‘청년과 함께 그려가는 우리 한반도’ 슬램,
‘2021 피코노미컵’



  북핵, 미사일, SLBM, 김정은 위원장…
남북관계 뉴스는 늘 정치·군사 뉴스로 가득하다. 반면 교류협력과 평화경제 이야기는 거의 없고 대북제재로 마땅한 돌파구마저 찾기 힘들다. 한반도의 미래를 이야기할 청년세대에게 ‘통일’은 결국 ‘북한은 또 왜 저러나?’라는 정치·군사 담론으로 귀결된다.

자유로이 남북관계를 이야기 하는 대화의 장
  청년세대의 통일인식 약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2021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20대의 대북협력 인식은 44.4%→37.6%로 급감하는 등 청년세대의 통일인식 약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물론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되면 피로감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지만 청년세대 통일인식 약화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남북관계 의제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자기들만의 색깔과 관점을 담을 ‘공간’조차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청년세대 통일인식 약화를 오로지 남북관계 경색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지금 청년세대에게 닥친 현실은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박탈감 등 경제적 문제는 물론 노동에 대한 천시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등 사회현상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청년을 상징하는 단어들을 보자. N포세대, 흙수저, 영끌 등 부정적인 단어가 대다수이다. 이런 현실이 청년들의 눈앞에 있는데 과연 저 멀고 먼 통일 이야기가 청년에게 필요할까?

청년세대가 그려보는 ‘슬램’과 ‘2021 피코노미컵’
  (사)한반도평화경제포럼이 청년세대 중심의 공론장 ‘슬램’을 기획한 이유이다. ‘슬램’이란 과거 독일의 젊은 과학자들이 과학 분야가 전문화되고 어려워지자, 대중에게 한 발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 ‘사이언스 슬램’이라는 일종의 경연방식의 공론장을 만든 기획에서 차용했다. (사)한반도평화경제포럼은 ‘슬램’을 통해 지금 청년세대를 대변하는 문제들이 결코 분단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러한 문제의 해법을 통일이라는 단답형이 아니라 청년 주도의 다차원적인 상상력을 담은 여러 해법을 찾고자 했다.

  이번 슬램은 총 5회에 걸쳐 도시, 스포츠, 문화, 인프라, 통일로 진행되었으며 마무리는 세대 간 대화로 기획했다. 발제자들 모두가 2030 청년들로, 대중 앞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 비전을 남북관계에 구현하기 위해 당당히 경연에 참여했다. 도시 슬램은 두만강 하구 북·중·러 3국이 만나는 지점에 총 5개의 도시를 건설하는 콘셉트로 연합도시를 기획했다. 단순 아이디어가 아니라 청년건축사와 건축학부 박사 등이 구체적인 도시 설계안을 직접 선보였다. 스포츠 슬램 역시 기존 남북 단일팀, 공동 응원단, 공동 입장을 넘어 마케팅, 산업, 지자체를 통한 지속가능한 스포츠 사업 방안을 담았고, 유승민 IOC 위원은 프로 탁구 출범에 발맞춰 남북공동 탁구대회를 공식 제안했다. 인프라 슬램에서는 한신공영(주) 사원의 북한 마식령 스키장의 MTB(산악자전거) 사업 방안, 한국도로공사 사원의 북한 도로망 구축을 통한 관광계획, ㈜대우건설 사원의 DMZ 사업 전략 등이 소개되었다. 문화 슬램에서는 무지개색의 통일국가 국기, 전통과 미래를 담은 통일국가의 국호, 이념이 아닌 평화를 담은 BTS 노래 같은 국가 등도 제시되었다.

  이들 청년세대는 슬램에서 통일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분단을 넘은 상상력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021 피코노미컵 역시 마찬가지다. 본선에 진출한 10개 팀의 사업계획서에는 기존 남북관계 담론을 지배한 정치·군사 뉴스는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남북 원격의료 협력, 들쭉을 이용한 맥주, 산양유를 통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돼지 오줌을 활용한 요소 추출, 패션 교류 등 기존의 무겁기만 한 분단 문제에 청년들이 발랄한 아이디어를 던진 셈이다.

‘3의 법칙’ 새로운 남북교류협력 2.0을 제안하며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상상이 무슨 소용이 있어?’, ‘모여서 우리끼리 이야기한다고 뭐가 바뀔까?’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청년세대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을 깰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바로 ‘3의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재밌는 실험이 있다. 동시에 3명이 하늘을 바라보면 주변 사람들 모두가 하늘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즉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는 최소 3명이면 충분하다는 법칙이다. ‘슬램’에 한 섹션당 참여한 청년 수는 3명이었다. ‘피코노미컵’도 한 팀당 최대 인원이 3명이었다. 청년세대의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로 끝나지 않고 창의적이고 새로운 상상력을 담을 수 있는 남북관계를 만들고, 청년 주도로 그리는 새로운 ‘교류협력 2.0’에는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다. 단 3명, 3의 법칙에서 분단 문제와 남북관계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나아가 바꿀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모여서 이야기하고, 더 많은 토론을 나누어야 한다. 2030 청년세대가 우리 사회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제 역할을 하고 기존 기성세대의 권력을 상상력으로 극복하는 청년 중심의 공론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분단 문제는 70년이 넘도록 해결 못한 미래 이슈이다. 분단 역사를 새로운 평화경제로 채우기 위해 2030 청년세대가 상상력을 담는 플랫폼을 만들고 그 속에서 우리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그런 세상이 하루라도 더 빨리 열리기를 바란다.

홍명근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