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공공외교

워싱턴에서 본 한반도
문화와 기업이 만든 공공외교 토대
평화로 다져 나갈 것



  워싱턴 백악관 뒤편 듀퐁서클에서 미 해군 천문대까지 이어지는 약 1.6km의 메사추세츠 애비뉴(avenue)는 세계 외교의 각축장임을 보여주듯 공관 건물들마다 만국기가 펄럭인다. 세계의 모든 시선이 이곳에 모였다가 다시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간다. 19세기 이후 워싱턴 D.C.는 말이 필요 없는 세계 정치·외교의 중심이다. 따라서 워싱턴은 750만 재외동포들의 보편성과 대표성을 지닌 곳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세계 정치의 1번지 워싱턴과 대한민국
  주미 초대 전권공사 박정양의 『미행일기(美行日記)』(1888.1.11.)에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을 구입했던 당일의 상세한 기록과 ‘영약삼단’ 위반에 대한 주미 청국 공사들의 항의방문 내용이다. 영약삼단은 ‘조선 공사는 주재국에 도착하면 먼저 청국공사를 찾아와 그의 안내로 주재국 외무성에 간다’는 등 조선공사가 지켜야 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박정양 초대공사는 미 국무부와 직접 상의하여 당시 미 대통령 클리브랜드에게 고종황제의 국시를 전달하여 자주외교의 첫 문을 열었다. 이는 오늘날 미국 전역에 살고 있는 재미 한인동포 공공외교의 장엄한 첫발이었다.

  이후 미국인들에게 기억되는 ‘한국 관련’ 사건들을 보면, 먼저 1950년 6월 25일 시작된 한국전쟁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전쟁에서는 남북뿐 아니라 미국의 군인들도 큰 희생을 당했다. 1953년 7월 27일 전쟁은 멈췄지만, 남과 북은 여전히 전쟁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휴전상태로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1976년 일어난 코리아게이트(Koreagate)는 대한민국 중앙정보부가 재미 실업가 박동선을 통해 미국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주어 미국 정부에 영향을 끼친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ugly Korean’이라는 말이 미국인 사이에 회자되었다.

  2007년 4월 16일 미국 버지니아텍 캠퍼스에서 재미 한국인 조승희가 일으킨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일들이 한미 간에 있었다. 한국전쟁처럼 세계역사에 기록될 사건도 있고, 미국 내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각인된 사건들도 있다. 이 사건들은 공공외교의 지향점과 과제가 무엇인지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문화와 기업이 견인한 대미공공외교
  최근에는 문화와 기업이 한국에 대한 인식을 선도하고 있다. 2012년 7월 15일 발매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7주간 2위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BTS의 기록은 지면에 옮기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이외에도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 열풍 등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하고 있다. 또한 미국 대형마트의 중요한 자리는 일본제품 대신 한국제품들로 채워지고 있다. 길거리 승용차 10대 중 한 대는 한국산이고, 그 증가세는 가파르다.

  공공외교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이 두루 주체가 되어 국가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하여 외국 국민을 상대로 국가 홍보 활동을 전개하는 외교’이다. 「공공외교법」 제2조에는 공공외교란 ‘국가가 직접 또는 지자체 및 민간부문과 협력하여 문화, 지식, 정책을 통하여 대한민국에 대한 외국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활동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각국마다 수출품을 외국에 내다 팔듯이 자국의 안보와 그 위상을 위해 외교의 범위를 통상, 문화, 인적교류 등 비정부 부문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보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동방의 작은 국가’, ‘지도상에서 찾기 힘든 나라’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공공외교활동과 노력은 규모나 예산 면에서 일본, 중국에 비해 뒤처져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1980년대 일본 경제가 미국을 추월한다고 떠들썩할 때, 일본은 ‘일본의 경제적 위협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쓰며 대미공공외교를 펼쳤다. 반면 워싱턴에서 느끼는 한국의 대미공공외교는 정부외교와 현지 동포사회만 보이는 게 현실이다. 한인 동포사회도 이민생활의 특성상 커뮤니티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류문화의 거센 훈풍에 힘입어 오늘날의 공공외교는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방역 관련한 ‘Made in Korea’의 제품경쟁력은 세계적이다. 기업과 문화가 견인하고 외교와 민간이 이를 추동하고 있다. 이런 호재가 남·북·미 간의 종전과 평화, 그리고 통일의 길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를 연결하는 것이 워싱턴협의회를 비롯한 미주지역 평통의 숙제이다.

제20기 워싱턴협의회 출범회의가 10월 28일 열렸다.

위싱턴협의회, ‘Korean Peace Misson’ 수행에 앞장설 것
  평통의 평화공공외교는 역사, 전통, 문화, 예술, 가치, 정책, 비전 등에 대한 신뢰를 외국 국민에게 확산하고, 전쟁을 반대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시민들의 의지를 모아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여론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발행된 자료를 보면, 2021 워싱턴 지역에서 한인만 상대로 하는 업소는 5,356개이다. 그 외 한인회, 동창회, 친목회, 체육회, 향우회 등 300여 개의 사회 봉사단체가 있다. 공공외교 측면에서 보면 워싱턴에서 한인들이 모인다는 것은 단순한 모임 이상의 의미가 있다.

  평통 워싱턴협의회의 역할은 지리적, 시간적, 공간적인 장점을 살려서 미국 연방의원, 보좌진, 인턴 등과 다양한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이들의 대외, 대한, 대북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포사회의 유관 단체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한인 동포사회를 모으는 구심점 역할도 해야 한다. 또한 코리안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갖고 있는 차세대 청년들을 적극 발굴하고, 공공외교활동에 참여시키면서 ‘Young Korean Academy Group’ 형성도 지원해야 한다. 전 세계 750만 재외동포들이 통일의 구심력을 잃지 않도록 ‘Korean Peace Misson’을 수행하는 첨병이 되어야 한다. 워싱턴협의회는 2,000여 명의 선배 자문위원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20만 워싱턴 동포사회에서 평화의 향도가 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강창구 평통 워싱턴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