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중 평화포럼
수교 30년 맞는 한국과 중국
평화시대를 여는 동반자로 함께 서야
지난 11월 24일 ‘2021 한중 평화포럼’이 열렸다.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과 중국 칭다오 홀리데이인 파크뷰호텔을 온라인으로 연결하여 진행된 포럼은 2022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중관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에 참여한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정체된 상황을 진단하면서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평화를 위한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수교 30년, 더 깊어지는 한중 협력
  2021 한중 평화포럼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와 중국차하얼학회가 공동주최하고, 중국지역회의가 주관했다. 중국지역회의는 중국 내 5개 지역협의회와 공동으로 한중 우호 발전을 위한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추진위를 구성했으며, 차하얼학회와 특별 MOU를 맺어 정례포럼학술포럼, 청소년을 위한 특별프로그램 등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설규종 중국부의장은 개회사에서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양국은 미래의 동반자로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며 새로운 동북아 평화를 만들어가는 역사의 주인공으로 함께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중관계의 비약적인 발전 추세에 맞춰 양국의 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포럼을 개최했다”며 이번 포럼이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이해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상으로 축사를 전한 한팡밍 차하얼학회장은 “한중 수교 30년을 맞이하는 지금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 믿는다”며 “이를 통해 양국관계가 더욱 높은 수준에서 질적인 발전을 이루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날 포럼에는 김경한 주칭다오대한민국총영사, 임종성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포럼 개최를 축하하고 양국의 발전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2021 개회식 후에는 이석현 평통 수석부의장이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이석현 수석부의장은 국회의원 재임 시절 중국과 맺었던 인연을 소개하며 “중국이 당사자로서 종전선언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6·25전쟁 후 유엔, 북한, 중국이 합의해 정전협정에 서명했으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밀접한 관계자이자 북한 비핵화에 기여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후 하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 협상에 들어가기 위한 입구라며,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대화의 길이 열릴 것이고 이를 위한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또 “평통은 남북공동올림픽 추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22 베이징올림픽에 공동응원단을 파견하기 위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의 노력으로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오기를 기대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이석현 평통 수석부의장
한중 양국 전문가가 보는 미·중 경쟁과 한반도 평화
  본격적으로 시작된 포럼에서는 추궈홍 전 주한중국대사와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의 발제가 있었다. ‘한반도 관계 개선을 위한 한중의 전략적 협력’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시작한 추궈홍 전 대사는 한반도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정리했다. 그는 현재 한반도 문제의 원인이 첫째, 안보 문제를 둘러싼 특정 국가들의 전략적 힘겨루기 둘째,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셋째,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 조성 넷째, 한국의 정권교체에 따른 대북정책의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간과 기반 마련, △상호대립의 수위 조절과 신뢰 구축, △화해와 협력을 통한 자주적·평화적 한반도 통일에 합의, △동시·단계적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평화체제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홍현익 원장은 ‘동아시아 전략 환경과 한국의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심화되고 있는 미·중 갈등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우리가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하지만, 미·중은 분야에 따라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 동맹으로서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뢰 회복이 북핵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며, 종전선언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증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핵개발의 명분이 된 대북제재 완화, 톱다운과 보텀업 방식 병행, 단계적·점진적 비핵화, 미·중관계 개선을 통한 중국의 영향력 활용 등을 북핵 문제 해결법으로 제시했다.
종전선언, “한반도 문제의 돌파구, 평화의 플랫폼 될 것”
  발제 후에는 배기찬 평통 사무처장의 사회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종합토론에는 장충의 차하얼학회 부비서장,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왕충 차하얼학회 선임연구원, 신종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미·중 경쟁과 종전선언, 동북아시아에서의 평화 등을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했다.
  먼저 장충의 부비서장은 “종전선언은 북·미대화를 재개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며,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중 양자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냉전으로의 회귀를 막기 위해 상설화된 동북아 안보체제그룹을 구축하거나 6자 회담 등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남주 교수는 “종전선언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던 북·미가 다시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경쟁과 관련해서는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면서 “미·중 간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안에 따라 설득력 있는 비전과 원칙으로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현지에서 참여한 왕충 연구원은 『삼국지연의』 중 “천하의 대세는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통일되고, 통일이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된다”는 말을 인용하며, “한반도의 통일과 분열의 역사는 수백 년간 이어져 온 문제이며 현재의 방향은 통일로 가고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동북아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종전선언이 필요하고, 이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4자 회담, 반관반민 등 다양한 형태의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호 연구위원은 미·중 경쟁의 핵심은 어느 나라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우리의 대외전략도 과거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때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중 수교 이후 여러 가지 성과가 있지만, 여전히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갈등이 많고 한국과 중국의 젊은 세대는 상대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후 자유토론에서는 종전선언 당사자 문제, 종전선언이 이루어졌을 때 유엔사와 한미연합훈련의 지위 문제, 한중 청년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한 발전방안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평화번영의 시대 함께 열어갈 한국과 중국
  장시간의 토론이 끝난 후에는 닝푸쿠이 전 주한중국대사가 마무리 발언을 했다. 그는 포럼을 지켜보면서 한중의 상호 신뢰가 증진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전하면서 “미래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더 나은 계획과 방안을 마련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 간에 발생하는 문제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문제를 평가하고, 양국 국민과 언론의 자기규율을 강화하며, 양국 모두 과거의 경험을 학습하면서 문제를 관리하고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국제정세가 격변하는 오늘날, 수교 30년 계기를 잘 관리해서 미래지향적이고 실용적인 전략을 만들어나간다면 미래 한중관계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했다.
  토론회를 마친 후 배기찬 사무처장은 15년 전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관으로서 ‘평화번영의 동북아시대’라는 국정 목표를 주관했던 경험을 전했다. 당시 우리 드라마 <대장금>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자 문화·인적 교류가 증가했고, 한중이 힘을 합쳐 ‘평화번영의 시대’를 열어가고자 협력했다. 배기찬 사무처장은 “지금은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을 목표로 일하고 있는데, 이 일을 하는데 중국지역회의, 차하얼학회가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