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현장

UN 동시가입 30년의 남북관계
통일에 대한 접근,
과정 중심으로 전환하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유엔 가입 30주년을 기념하며 11월 2일~3일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년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제30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북한연구학회와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온-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열렸으며 제1세션은 ‘유엔 동시가입과 국가인정 문제’를 주제로, 제2세션은 ‘유엔 평화 메커니즘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2021 11월 2일 열린 제1세션 토론에서는 1991년 남북 UN 동시가입의 의미를 진단하면서 남북의 국가인정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며 통일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배기찬 평통 사무처장은 개회사를 통해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남북은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하며, “한반도 평화의 첫걸음은 서로의 국가성과 독자성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의 국가인정 문제 어떻게 접근할까
  기조연설에 나선 정세현 전 평통 수석부의장은 통일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가입하고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배경에 대해 “1978년 중국이 개방·개혁을 시작하고 1980년대 후반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체제가 전환되면서 북한의 체제위기감이 고조됐다”며, “북한은 현실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남북공존을 지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남북이 UN에 동시가입하면서 국제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사실상 통일보다 상호 체제 인정 및 평화공존을 지향해 왔다며, 당장 통일이 어려운 만큼 ‘남북 연합’ 추진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배기찬 사무처장의 사회로 본격적인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동서독 기본조약과 남북 기본협정’을,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이 ‘남북한 교차승인과 2국가 평화공존론’을 발표했다. 토론에는 박정원 국민대학교 교수,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동기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장, 이정철 서울대학교 교수, 정진헌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제성호 중앙대학교 교수, 최기식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 최철영 대구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가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임을 확인했다. 이규창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기본합의서가 그 자체로 완결성이 높지만 30년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남북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남북 기본협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종전선언 이후 남북 기본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동·서독도 기본 조약을 체결하여 관계를 발전시키고 결국 통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남북 기본협정에는 △남북 상주대표부 설치 △남북한 주민 왕래 및 인적 접촉 확대 △남북항공협력 △남북접경협력을 통한 신안보 문제 공동대응 등의 내용이 포괄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개회사를 하고 있는 배기찬 평통 사무처장

통일에 대한 접근, 과정 중심적 패러다임으로 전환 필요
  정대진 센터장은 통일보다는 평화를 중시하는 최근의 국민 인식을 설명하면서 “현 상황을 미래의 통일과 당면 현실인 평화 중에서 평화를 선택하고, 상황을 발전시키며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단계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선평화·후통일 원칙에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안정적인 관리를 중점으로 평화통일 정책을 시행해 왔음을 언급하며, “통일국가 형태 다양화를 통한 평화 실현 등 남북한 통일 논의와 평화공존에 대해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남북 기본협정 체결과 국가인정 문제에 대해 토론자들은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을 ‘국가와 국가 사이가 아닌 특수관계’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인 특수관계’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특수관계를 내세우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남북한 상호 승인을 위해 북한의 관련 법·제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통일에 대한 접근에서 과정 중심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과정 중심적 패러다임은 지속성과 일관성을 통해 신뢰와 실효성을 구축하는 것이며, 남북 기본협정 체결에도 연락사무소, 상주대표부, 인적교류에 있어 단계적 진전 상황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종전선언에 대한 유엔의 지지 이끌고 다자협력으로 지속가능성 강화
  11월 3일 열린 제2세션에서는 유엔의 평화 메커니즘을 살펴보면서, 종전선언 추진 및 국제기구와 함께하는 남북개발협력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진희관 북한연구학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유엔 평화 메커니즘과 종전선언’에 대해, 홍석훈 창원대학교 교수가 ‘북한의 유엔 SDGs* 참여와 남북협력’에 대해 발표했다.
* SDGs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토론에는 강영식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김영희 KDB산업은행 선임연구위원, 문경연 전북대학교 교수, 윤창원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탁용달 한국자산관리공사 책임연구원, 홍지영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 등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종전선언이 중단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개하는 타개책으로 의미가 있다며, 관련 당사국들이 참여하여 서명하고 유엔이 한 번 더 보증·지지하는 형태를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최근 북한이 유엔 SDGs에 자발적 보고서(VNR, Voluntary National Review)를 제출한 것을 평가하면서, 이를 활용하여 남북협력을 추진하고 다자협력의 틀 내에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