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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스토리 골든벨, 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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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꿈이 자라는 공주한일고등학교

2013년 여름 임진각, 열대 스콜처럼 세차게 내리치는 빗속에서 두 명의 학생이 남아 ‘KBS역사·통일골든벨대회’ 최종 우승자를 가리고 있었다. 승부가 갈리기 전 각오를 묻는 말에 “지난해엔 공주 한일고가 준우승에 그쳤지만, 올해는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하던 김도훈 학생은 그날 정말 ‘최후의 1인’이 됐다.

본선 열기보다 더 뜨겁고 치열한 ‘교내 예선’

‘e-행복한 통일’ 취재팀과 만나기 위해 지도교사 신인수 교감선생님을 따라 내려 온 학생들은 모두 4명(김도훈·이준혁·이호성·정동현, 3학년)이었다. 2013년 KBS역사·통일골든벨 최종 우승자 김도훈 학생도 함께였다. 도훈이를 제외한 준혁이, 호성이, 동현이는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열린 전국대회에 출전해 100여 명의 학생들과 실력을 겨뤘다.

그런데 도훈이의 ‘통일골든벨 도전기’가 재미있다. 1학년이었던 2013년엔 원래 전국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아깝게 놓쳤는데, 우수학교에 배당된 정원이 한 명 더 있어서 운 좋게 나갈 수 있었고 놀랍게도 최종 승자가 됐다. 지난해의 경우 교내대회 1위로 지역예선에 나갔지만 탈락했다가 패자부활전에서 부활, ‘평화상’을 수상하며 전국대회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최후의 1인’이었던 학생은 두 번 출전이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출전 기회를 양보해야 했다. 도훈이는 “통일골든벨 덕분에 의미 있는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은 한국사능력시험이나 다른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됐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며 활짝 웃었다.

2014년 충남도·대전시·세종시 지역회의 예선에서 5명이 본선에 진출했고 우수학교상과 지도교사상을 모두 휩쓸었다.

동현이는 “지난해 학교, 지역, 전국까지 총 세 번의 골든벨 대회를 치렀는데, 가장 치열했던 대회가 바로 한일고 교내 대회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2013년 최종우승자를 배출해서인지 교내대회는 소극장이 꽉 찰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기 때문에, 전국대회보다 더 마음을 졸여야 했다. 심지어는 만점자가 세 명이나 나왔다고. 지역예선 역시 작년에는 충남, 대전, 세종권역을 묶어서 했기 때문에 치열하긴 마찬가지. 이 대회에서 평화상을 수상한 동현이는 전국대회에서 최후의 8인이 될 때까지, 준혁이와 호성이는 11인이 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떡을 저희는 먹기만 했어요”

공주 한일고등학교는 민주평통 공주시협의회의 제안으로 2011년부터 통일골든벨에 참가했는데, 그 때 대상 포함 7명이 상을 수상했고, 2012년에도 7명, 2013년 6명, 2014년에는 5명이 입상했다. 동현이는 “한일고 골든벨의 힘은 신인수 교감선생님”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저희는 신인수 선생님이 잘 만들어주신 떡을 먹기만 했을 뿐이에요. 떡을 잘 만드시는 선생님 덕분에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어요.”
정말로 떡을 잘 먹을 것 같은(?) 동현이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그런데 도훈이도 옆에서 한 마디 거든다. “신인수 선생님이 주신 문제은행엔 자료가 정말 많아요. A4용지로 쌓으면 10센티미터가 넘을 정도인데, 한 번 넘겨보기만 해도 지식을 많이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인수 교감선생님(중앙)과 ‘KBS역사·통일골든벨’대회에 출전한 학생들(왼쪽부터 이준혁·이호성·정동현·김도훈)

2013년 충남지역회의 예선에서 한일고등학교는 대상을 포함 총 8개의 상을 수상했다.한일고 학생들의 교재가 되어준 문제은행은 신인수 교감선생님이 25년간 윤리, 도덕을 가르치며 시험에 출제하기 위해 만들어둔 ‘문제 보물창고’였다.
“2천 개가 넘는 문제를 다 오픈했어요. 사실 조금은 씁쓸한 이야기지요. 만약 지금도 아이들이 도덕교과에서 통일 분야를 배운다면 오픈할 수 없었겠지요? 시험문제를 내야 되니까요(웃음).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아이들 모두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며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호성이는 여기에 더해, 친구들과 함께 묻고 답하면서 확인하는 공부방법도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준혁이는 근현대사부분을 읽고 내용을 연표로 정리했는데, 통일골든벨뿐 아니라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또한 작년에 신 선생님이 주신 북한연감을 통해 북한 주민의 생활이나 관련 정보도 많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통일을 주제로 소논문 쓰는 아이들, 골든벨 영향”

신인수 교감선생님신인수 교감선생님은 통일골든벨을 통해서 아이들이 통일과 역사에 대해 많은 지식과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개인연구과제 시간에 준혁이는 ‘통일헌법에 대한 구상’을 주제로 소논문을 썼고, 또 다른 출전 학생은 ‘남북통일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목의 소논문을 쓴 것을 보면서 통일골든벨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확신했다.
준혁이는 “통일골든벨을 준비하면서 통일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많이 고민해봤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소논문도 통일헌법에 대한 구상을 썼고, 남한과 북한 헌법을 비교해보면서 통일 후 가장 적합한 헌법을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분석해봤다”고 말했다.

통일골든벨 준비를 도와준 신인수 교감선생님(사진 중앙)과 이준혁·이호성·정동현·김도훈 학생(왼쪽부터)

동현이는 “청소년으로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많이 배우고, 많이 아는 것”이라며, “미래에 넓은 세계로 나갔을 때 통일 분야에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초석을 닦아 놓은 것 같다”고 했다. 또 “지난해 전국대회에서는 탈북대안학교 학생과 해외거주 학생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좋은 만남의 장이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훈이는 “아직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정부 통일방안이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고, 앞으로 통일과 관련해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호성이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공부하면서 당시 민족 최대의 당면과제가 독립이었듯 지금은 통일이 그러한데, 열의가 별로 없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다”며, 국민들이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고 의견을 이야기했다.

정치가 법조인 PD 학자 등 꿈은 달라도, 통일염원은 한마음

이날 만난 학생들의 꿈은 매우 다채로웠다. 동현이는 정치가나 외교관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짧은 시일 내에 경제발전을 이뤘기 때문에 개도국과 선진국의 두 경험을 살려 양진영에 연결고리가 되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도훈이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의 역사와 기상을 알리는 역사학자가 되고 싶고, 통일 후엔 북한지역에 있는 고구려 문화유산을 연구해보고 싶다고 했다. 또한 독도나 동해표기 등 역사적 문제를 외교적으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외교관의 꿈도 함께 꾸고 있다. 도훈이는 통일이 돼서 기차로 육로수송이 이뤄지면 교과서에나 나오던 말, ‘동북아 허브’가 진짜 실현될 것 같다며 눈을 반짝기도 했다.

김도훈 정동현 이호성 이준혁(왼쪽부터)

호성이는 방송사의 PD가 돼서 사회문제, 국제문제에 대해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제가 성인이 되어 PD라는 직업을 갖기 전에 남북이 통일됐으면 한다”며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래희망이 법조인이라는 준혁이는 “통일이 되면 불편하거나 경제발전이 지체될 수 있겠지만, 후손들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며, “독일도 통일 후 잠시 주춤했지만 유럽연합의 최강국이 되었듯 우리나라도 통일을 이루면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이 생길 것같다”고 의견을 이야기했다.

제자들의 인터뷰를 끝까지 경청해주던 신인수 교감선생님은 “통일골든벨을 통해 아이들이 통일과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며 “대개 청소년들은 통일 의식이 부족하다는 등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통일골든벨을 통한 아이들의 변화에서 희망을 읽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일교육이 제도권에서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학생 스스로 역사와 통일에 대해 폭넓게 공부함으로써 어느 쪽으로 편중되지 않는 통일관과 역사관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사진. 기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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