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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플러스 포커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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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의 국제질서 재편 움직임과 한반도 통일 홍우택(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강해진 중국은 거침이 없다. 지난 3월 29일 폐막한 보아오 포럼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이 들고 나온 ‘아시아 신안전 개념’을 보면 실감이 난다. 아시아 국가가 제3국과 군사동맹을 맺는 것은 공동의 안전보장에 해가 된다는 개념이다. 다분히 미국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다. 여기에 미국도 물러서질 않는다. ‘힘과 강제력으로 일방적인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것은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5월초 발표한 미국과 일본 두 정상의 공동성명 내용 중의 하나다. 당연히 중국이 들으라는 소리다.

사실 미·중간 대립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질서를 만들려는 경쟁이다. 남이 만든 질서보다 자신이 만든 질서에서 이득을 챙기기가 쉽다. 그런데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으려면 이를 지지하는 국가들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벌여 자신의 주도로 돈을 풀고 잔치를 열 계획이다. 이 잔치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국가들에겐 크나큰 유혹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이를 위한 중국의 첫 걸음이다.

중국 반대편에선 미국이 세를 규합하고 있다. 남미대륙에서 아시아 국가들까지 경제통합을 목표로 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앞에 내세웠다. TPP가 완성되면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전세계 국내총생산 (GDP)의 40%에 달하는 거대 경제공동체가 탄생 하다보니 무역으로 먹고사는 국가들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군사·안보 분야에서도 미국은 세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일본과 호주 그리고 인도 등이 동참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다지려면 이들 국가의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이 그렇게 미국의 사드(THAAD)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도 실은 자신의 군사적 영향력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보아오(博鰲) 포럼 2015년 연차총회 공식 개막식에서 “아시아가 운명 공동체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 미국과 일본은 지난 4월, 18년만에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여, 미국과 일본의 방위협력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하도록 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동북아 정세가 우리의 바람과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위해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바란다. 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미국과 거리를 두라고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우리는 미국이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도덕적으로 판단해 주길 바란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미국은 일본과 군사·경제 협력을 증진하는 선택을 했다. 과거를 반성하고 평화헌법을 유지하기를 기대했지만,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일본은 이참에 평화헌법까지 개정하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은 사실 상대방을 자신의 질서 안으로 집어넣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대립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가입하여 중국의 주도를 막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또한 중국의 행동반경을 TPP안에 가두려고 중국의 가입을 유도할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을 자신이 주도하는 질서 밖으로 내치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모두 주도권을 잡기위한 전략의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바람과 현실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넋 놓고 지켜볼 수만도 없다. 그렇다고 헤쳐 나갈 뾰족한 수는 보이질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간단치가 않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된다는 의견이 주류다. 사실 순위로 따지면 중국은 우리에게 세 번째 교역국이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와 미·일 간의 총교역량의 1/4 수준이 중국과의 총교역량이다. 한편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의 경제에서 중국과의 교역량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대립이라는 선택을 했다. 서로 내칠 수는 없으면서도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사실 상대방을 자신의 질서 안으로 집어넣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대립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가입하여 중국의 주도를 막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또한 중국의 행동반경을 TPP안에 가두려고 중국의 가입을 유도할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을 자신이 주도하는 질서 밖으로 내치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모두 주도권을 잡기위한 전략의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모두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통일이 우리 외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은 미·중 양국의 협력과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북한의 위협을 해소하고, 나아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외교의 숙제라 하겠다.

이를 위해 우리가 그들을 필요로 하는 만큼, 그들도 우리를 필요로 할 만한 사안을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통일 뿐 아니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외교적 과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주변국들이 한국을 필요로 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그들로부터 필요로 하는 것을 얻어내는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도 사람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두 사람이 다투는데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균형을 잡는 처세는 높이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소극적으로 균형만 잡다보면 서로 다투는 사람들은 나를 야속하게 볼지도 모른다. 또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꺼릴 수 있다. 그래서 주변 국가들 모두와 항상 사이좋게만 지내는 것은 욕심일 수도 있다.

통일 이전에 독일은 통일외교를 겉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냉혹한 국제정세 속에서 차분히 우리의 외교적 과제를 풀어가고 결국 통일을 이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진제공 : 청와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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