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정세를 전망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한중 양국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2015 한·중 평화통일포럼’이 4월 22일 중국 옌벤(延邊) 조선족 자치주 엔지(延吉)시에서 개최됐다. 중국 선양협의회 주관, 조선일보사 후원으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중국 동북지역 각계 전문가를 비롯해 자문위원, 동포대표, 연변대 및 연변과기대 학생 및 교수 등이 참석했으며 한·중 양국의 전문가 13명이 ‘한반도 평화통일, 중국의 협력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열띤 발표와 토론을 전개했다.
포럼에서는 김성웅 협의회장의 개회사와 신봉섭 주선양총영사 및 이훈복 중국부의장, 진창이 연변대 교수의 축사에 이어 현경대 수석부의장의 기조연설이 있었으며 ‘한반도 정세 변화 : 평가와 전망’, ‘한반도 통일과 한중관계 : 방향과 과제’ 등 1, 2세션 발표와 토론에 이어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현경대 수석부의장은 ‘북한의 발전과 한반도 통일-한중협력의 방향’이란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변화, 나아가 한반도 통일을 위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 역설했다. 현경대 수석부의장은 “중국이 추진한 전면적인 개혁·개방 정책은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구 공산권 국가들의 귀감이 되었고 더이상 북한도 개혁 개방을 외면할 수 없으며, 북한이 개혁개방을 선택한다면 연 15%를 넘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을 설명한 뒤 “이러한 정책의 성공을 위해 북한이 대외 교역의 90%를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며 동북3성지역 동포들이 가교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재호 서울대 미중관계연구센터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1세션에서는 ‘한반도 정세 변화 :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한반도 정세 분석, 북한의 경제현황과 전망, 두만강개발 등의 주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황지환 교수는 “2015년 북한 대외정책의 핵심은 ‘무관심으로부터의 탈피’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해 북한은 기존의 대외 전략적 프레임을 더욱 공세적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있어 남북관계에 악순환의 고리를 재점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남북간 경색국면이 지속되는 것은 통일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남북 관계를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일 외교는 한국정부의 가장 중요한 공공외교 아젠다이므로 다양한 통일공공외교 컨텐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저(金哲) 요녕사회과학원장은 “북중관계의 경우 정상적인 관계로 조정되는 진통을 겪고 있으나, 이 과정 속에서 전통적 우의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북중관계는 현재 회복기로 진입 중”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북중관계의 핵심 장애물은 국제정세와 같은 외부문제 및 남북한의 제로섬 관계이므로, 북중 양국의 특수성과 정상성의 병존은 향후 일정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1) 전략구상과 AIIB 설립 등은 북중관계 발전에 무한한 발전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현 경제상황에 대한 분석과 남북중 간의 협력모델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만하이펑(滿海峰) 요동학원 조선반도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경제 개선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더딘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경제개혁 움직임이 시작된 후, 농업 분조관리제 생산모델을 조정하고 있고 기업 경영권한이 중앙에서 기업으로 이양되고 있으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는 등 북한의 전통적인 계획 경제모델이 느슨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현 북중 관계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정상화하고 한반도의 평화 및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중국의 주변외교 방침 원칙과도 일맥상통하므로, 북한의 경제발전은 ‘남북중 경제 무역권’을 형성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경제개혁과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개발구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은 북한 경제가 시장에 편입될 때만 성공 가능성이 있다”며 “남한과 북한, 중국 3국이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상생의 발전을 위한 경제협력 모델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이에 “남·북·중이 참여하는 국제개발 경제벨트를 조성하여 동북아 경제성장의 새로운 거점으로 육성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AIIB 창립 후 첫 비즈니스 모델로 북한 인프라에 투자해야 하며, 이를 위한 지속적인 대화와 조직 구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중린(李中林) 연변대 경제학원관리원 원장과 최민자 성신여대 사회과학대학장은 두만강 개발의 현황과 전망에 관해 발표했다. 리중린 교수는 “1991년 이래 두만강지역 주변국들의 공동노력을 통해 인프라 시설이 크게 개선되었지만, 동북아지역의 복잡한 국제정세 등으로 인해 여전히 당초 계획에 못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두만강 지역은 북한에 대한 영향이 제일 큰 지역이며, 러시아극동지역 발전계획, 한국 동해연안지역 개발, 일본 몽골 등 주변국가 발전계획과도 연계될 수 있으므로 동북아 각국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민자 성신여대 사회과학대학장은 “동북아 경제권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인지돼 왔지만, 국민국가 패러다임을 넘어선 동북아 그랜드 디자인이 부족한 점 등으로 인해 진전이 없었다”며 “두만강 지역에 유엔생태평화공원을 건설하는 ‘환경생태공동체’ 이외에도 북·중·러 합의하에 무비자, 공동화폐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제협력지대를 창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2세션은 ‘한반도 통일과 한중관계-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진창이(金强一) 연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시각 및 한중관계 전망 등이 논의됐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이 ‘발전중인 강대국’에서 ‘대륙-해양 국가’로 정체성을 전환하고 있다”며 “이에 한국은 동북아의 거점국가로서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고, 중국의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전례 없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장은 “한중 간에는 주로 북핵과 북한 문제, 한미동맹, 지역안보체제 등 한중관계 외부에서 오는 것이 많기 때문에 양국은 새로운 협력체를 만들기 위한 다자간 대화채널을 구축해야 하며, 당분간 미중관계가 협력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중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바디엔쥔(巴殿君) 길림대 동북아연구원 국제정치연구소장은 “동북아는 세계 주요 대국이 집중돼 있고 경제적 협력과 안보적 갈등이 공존해 이웃국가의 변화에 민감할 뿐 아니라, 동맹에 있어서도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동북아의 안보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 발전 방식 및 역사를 존중하며 동아시아의 새로운 지역 거버넌스를 만들어 나가야 하며, 편협한 개발 개념을 초월한 균형 잡힌 환경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용중 조선일보 정치부장은 “한국에선 중국을 통일의 주요 파트너로 삼아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나, 중국은 북한 난민 대거 유입, 미중간 긴장 고조, 통일 한국의 민족주의 고조 등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우려가 많은 상황”이라고 보고 “한반도 통일은 한국과 주변 주요 국가들이 얼마나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느냐가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정부는 통일 비전을 세우고 국민적 합의를 이뤄 대내외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으며, 통일을 위한 한국의 대중 외교전략은 공동의 미래 비전과 이익을 공유하면서 중국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파오둥쉰(朴東勳) 연변대 조선한국연구센터 부소장은 “한국은 대박을 위한 효율적이고 실행 가능한 통일정책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통합과정에서 예상되는 수많은 고통과 갈등을 극복할 감수할 준비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장의 사회로 ‘한반도 평화통일과 한중협력 방안’에 관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종합토론에서 학자들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입장차, 우려 등을 씻어내고 신뢰를 쌓아가며 실질적으로 협력관계를 내실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강일 연변대 교수는 “한국 학자들은 중국이 동북아의 패권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고 있으며, 중국학자들은 통일 한반도가 중국의 적인지 우군인지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상호간 신뢰를 쌓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흥규 교수는 “중국의 꿈은 세계적으로 융성한 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고 한국의 꿈은 주변국과의 우호적 관계 속에서 통일하는 것이므로 양국은 상대방의 우려에 대해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호 교수는 주변국의 이해관계에 대해“중국이 강조하는 것은 ‘한반도의 안정’인 반면, 한국에게는 ‘통일 자체’가 중요하며, 미국은 북핵을 어떻게 확보해 처리할 것인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한중이 실질적으로 협력관계를 내실화해 나갈 수 있는 이슈는 북한 이슈 밖에 없으며, 트랙2에서 북핵문제가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진저 교수는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하지만 통일의 방식과 관련, 남북간이 상호 경쟁 내지는 압박을 통해 통일을 이룰 것인지 여부에 대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이 개혁 개방을 안 하려고 하는지 또는 개방하려고 하지만 국제사회가 받아주지 않는지에 대해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희옥 교수는 “금년 하반기에도 한반도 정세 변화는 가능할 것으로 보며, 한반도의 평화통일 방식과 관련, 대화가 ‘이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