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북한에서는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국제부녀절’이라 부르며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해왔지만, 이에 더해 최근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다. 11월 16일은 김일성 주석이 1961년 어머니의 역할에 대해 연설한 날로, 2012년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정령으로 이날을 ‘어머니날’로 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8일에는 이를 기념하는 우표도 발행했다. 기념우표를 보면 어린아이를 보듬고 있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우표 맨 윗부분에는 ‘어머니날’이라는 문구가 있고, 그 밑에 작은 글씨로 11월 16일이 적혀 있다.
북한 당국이 추진하는 대부분의 기념일들은 그 자체가 우상화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머니날’도 마찬가지인데 이를 두고 북한 주민들은 휴일이 하나 늘어날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반응이다. 아직 남한처럼 기념일의 의미를 충실히 살리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승의 가르침에 감사하는 미풍양속은 남북한 모두 마찬가지다. 북한도 한국의 '스승의 날'(5월 15일)과 같이 교육절(9월 5일)을 정해 스승의 존재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표시를 전해왔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존경의 마음보다 물질이 앞서는 것 같다.
북한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육절을 기념해 학생들이 담임선생이나 특정과목(영어·중국어·수학 등) 선생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확산됐다. 학부형들도 먹고살기 힘든 상황이지만 혹여 자녀들이 차별대우를 받을까봐 남만큼 해주려고 한다. 초·중·고 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교사(또는 교원)들에게 개별적으로 관심 있는 과목선생에게도 선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북한 신의주에서 중·고등학교 교사였던 탈북자 강명석(남·52) 씨는 "고난의 행군 이전에는 교육절이 있는지 잘 몰랐다. 특히 나흘 후가 9월 9일 공화국 창건일이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교육절은 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 국경을 통해 중국제 밀수품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선물 규모도 커졌다. 각 시·도 마다 영재들을 뽑아 교육하는 제1고등학교 학생들은 주로 전기밥솥, 녹음기, 전기다리미, 옷장 등 가정에 필요한 제품을 선물로 준비한다. 소학교의 경우 학부모 회장이 알림장을 돌리면 학부모들은 돈을 모아 선물을 준비한다. 보통 맛내기(미원), 쌀, 옷감, 식용유 등이 주를 이룬다.
강 씨는 "2000년대부터 학생들과 부모들이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작게는 양복지 한 벌, 크게는 냉장고도 선물하는데 나는 녹음기를 받은 기억이 난다"며 "교원들도 다음 날이면 선물 받은 것을 자랑했다"고 설명했다. 선물이 교사 사이에서 문화로 고착화 되면서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고 일부 탈북민들은 전했다.
2012년 탈북한 나성일(남·43) 씨는 "남들이 다 내는데 나는 낼 것도 없고 돈도 허락지 않아 자식을 위해 오래전에 보관하고 있던 양복지 한 벌을 아들에게 보냈다. 그런데 교원이 '시기가 지난 양복지로 무얼 만들겠는가'라며 되돌려 보내 섭섭했다"고 언급했다. 2011년 탈북한 박영희(50) 씨도 "자식을 잘 가르쳐 달라는 부모들의 작은 성의마저 무시하고 고가의 선물을 받는 것을 응당한 일로 생각하는 교원들이 얄미웠지만 (자녀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어 분담된 돈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교원들이 교육절에 노골적으로 고가의 선물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 시스템의 붕괴와 관련이 깊다. 실제 교원들도 먹고 살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장마당에 나와 앉아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1997년부터 배급제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먹고 사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고 교원들도 장마당으로 나와 살 길을 찾거나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 사욕을 챙기고 있다.
5월 5일은 남한 어린이들이 ‘우리들 세상’을 맞는 어린이날이지만, 북한 어린이들에게는 평소와 다름없는 평일이다. 그렇다면 북한에도 어린이날이 따로 있을까. 북한에는 남한과 같은 ‘어린이날’은 없지만 비슷한 성격의 기념일로 6월1일 ‘국제아동절’을 지낸다.
국제아동절은 1949년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민주여성연맹이사회에서 매년 6월 1일을 어린이들의 국제적 기념일로 제정한 데서 시작된 대표적인 사회주의권의 명절이다.
매년 국제아동절이 되면 북한은 평양 만경대유희장에서 당·정 간부들과 평양 주재 외교관들, 해외동포 등을 초청해 어린이를 위한 행사를 연다.
지난해 국제아동절에도 평양에서는 친선모임이 마련돼 어린이들의 공연과 씨름, 달리기, 공 차넣기, 줄다리기 등 체육대회가 열렸다. 어린이들은 학예회를 통해 며칠동안 연습한 노래와 춤, 기악 등을 선보이고 체육·오락 행사를 즐긴다. 단체로 인근 공원이나 경치 좋은 곳에 소풍을 가는 경우도 있다.
남한처럼 공휴일은 아니지만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은 휴가를 내고 자녀의 학예회에 참석하고, 저녁에 고기나 과일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특식’을 마련하기도 한다.
국제아동절이 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나이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명절이라면, 남한의 초·중학생에 해당하는 어린이를 위한 날도 있다. 북한은 만 7~14세 학생이 가입하는 ‘소년단’ 창립일인 6월 6일도 어린이 명절로 지낸다.
대북 전문매체 데일리NK는 최근 “북한 젊은이들이 가장 시체 멋으로 여기는 결혼선물은 가락지 보다 휴대전화”라고 전했다. 즉 북한에서 가장 유행하는 결혼선물이 휴대전화이고 그 다음이 반지인 것이다. 결혼 예물 중 아파트가 가장 큰 선물이겠지만 형편이 못되는 계층의 경우 휴대전화을 가장 값진 선물로 여긴다.
이어 데일리NK는 “휴대전화는 북한 젊은 세대들의 상징이 되고 있다. 휴대전화가 있으면 연인들 사이에 수시로 연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스마트폰을 사려면 일반 주민의 연간 수입의 5분의 1이 든다. 북한 국산 휴대전화 아리랑스마트폰은 가격이 400달러 정도다. 현재 북한에는 약 250만 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총인구의 10%를 차지한다. 좋은 스마트폰이 부의 상징처럼 자리하면서 연인들 사이에서는 예물 개념으로도 여긴다고 탈북민들은 전했다.
북한 소학교와 중등학생들 사이에서 최근 '기타배우기' 열풍이 일어나면서 기타 선물도 인기다. 특히 남녀사이에서도 ‘선호’한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안남도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소학교, 중등학생들 사이에서 기타 배우는 바람이 늘어났다"면서 "기타는 이전부터 대중악기로 사랑을 받았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 기타를 잘 치면 ‘스타’ 대접을 받는다"고 전했다.
기타를 생산하는 곳은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위치한 '만경대선물악기공장'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악기는 기타를 비롯한 손풍금, 가야금 등의 여러 가지가 있다. 북한 최대의 국영백화점인 '평양 제1백화점'에서도 소량이 판매되었지만, 평양 출입 제한으로 지방 주민들은 기타구입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1980년대까지 기타를 소유한 주민은 매우 드물었지만, 90년대 장마당이 생기면서 개인구매가 가능해졌다. 중국과의 활발한 무역으로 값싼 중국산이 들어오지만 북한에서는 고가에 팔리고 있다.
이와 관련,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 소장은 "학생들은 기존에 기타를 취미나 재능을 위해 배웠지만, 지금은 인기를 위해 선택한다"면서 "청소년들 속에서 문화로 자리한지는 오래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평양을 비롯해 북한 전역에 노래방이 들어섰지만 아직도 기타는 젊은 세대들의 낭만을 설명하는 주요한 문화 통로다. 그래서 기타는 고가임에도 선물의 가치가 높아, 주로 연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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