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양회 결과 분석 및 향후 전망
시진핑 3기 출범 공식화, 경제·외교 정책 천명
3월 13일 폐막한 중국 양회는 시진핑 3기 체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양회를 통해 드러난 중국 정치 지형과 경제 및 외교 정책, 한국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3월 13일 폐막했다. 올해 양회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첫 3연임 지도자 탄생을 공식화하고, 당·정의
새로운 지도부 인선을 마무리함으로써 ‘시진핑(習近平) 집권 3기 체제 완비’를 대내외에 공표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번 양회 기간 중국 행정부를 이끄는 국무원 총리를 비롯해 3명의 부총리와 각 부(部) 부장(장관)이 새로 임명됐다.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도 교체됐다. 또 이번 양회는 중국이 지난 3년간 이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멈추고 ‘위드 코로나’로의 본격 전환을 시도하는 첫해에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중국 정치 지형 및 권력구도 변화
중국 정부는 지난 5년의 집정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5년의 국정 운영계획을 밝히는 ‘정부공작보고’에서 2023년도 경제성장 목표를 국내총생산(GDP) 5% 내외로 밝히면서 다양한 경기
부양과 소비 활성화 정책을 제시했다. 그리고 일본의 방위예산 대폭 증액 등 미·일 동맹 강화와 미·중 갈등 격화 등의 흐름에 맞서고자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7.2% 증액한
1조5537억 위안(한화 약 293조 원)으로 설정했다. 중국 국방예산 증액률은 2019년 7.5%에서 2020년 6.6%로 하락한 뒤, 2021년 6.8%, 2022년 7.1%로 잇따라
상승했다. 작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목표치 5.5%에 크게 밑도는 3.0%에 그친 상황에서 올해도 국방예산을 증액한 것은 ‘강군의 꿈(强軍夢)’을 내세우는 시진핑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시진핑은 제14기 전인대 1차 회의에서 요직에 ‘시진핑의 사람들(習家軍)’을 배치하며 당·정·군을 모두 장악한 명실상부 최고권력자 입지를 재확인했다. 중국 행정부 조직을 이끄는 국무원
총리에는 지난해 가을 20차 중국공산당 대회에서 권력 서열 2위에 오른 리창(李强)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리커창(李克强)을 대신해 취임했다. 리창 총리와 호흡을 맞출 상무부총리에는 당내
서열 6위인 딩쉐샹(丁薛祥) 상무위원이 임명됐다. 나머지 3명의 부총리로는 각각 중앙정치국 위원인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류궈중(劉國中) 전 산시성 서기,
장궈칭(張國淸) 전 랴오닝성 서기가 임명됐다. 이 가운데 리창은 시진핑이 저장성 서기로 근무하던 시절 비서실장을 맡아 인연을 맺은 인물로, 저장성장과 장쑤성 서기, 상하이 서기를 역임한
시진핑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이다.
상무부총리에 임명된 딩쉐샹 역시 시진핑이 상하이 서기였을 때 비서실장으로 인연을 맺었으며, 시진핑이 베이징으로 올라와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임명되자 2013년에 뒤이어 중앙으로 올라와 당
중앙판공실 주임 겸 국가주석 판공실 주임으로 일하면서 ‘시진핑의 그림자’로 불린 인물이다.
이번 양회에서는 국정 자문기구인 정협과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인 전인대 지도부도 교체됐는데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당내 권력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상무위원이 맡았다. 정협 주석은 ‘시진핑
책사’로 불려온 왕후닝() 상무위원이 맡게 됐다. 왕후닝이 지도할 정협은 향후 중앙과 지방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하고 대만 문제와 통일전선 공작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과 영향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커창 전 중국 총리(왼쪽)가 3월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신임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리창은 시진핑의 핵심 측근 중 한명이다.(베이징=신화/뉴시스)
전반적으로 이번 양회를 통해 나타난 새 지도부 인선 결과를 보면, 시진핑 측근이 독점적 지위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는 중국 정치에서 과거 발견되던 최고지도부 권력 분점 현상이 쇠퇴하고, 집단지도체제가 퇴보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로 코로나’ 종료와 경제 회복을 위한 노력
이번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산적한 대내외적 난제를 고려해 경제성장 목표치에 대해 보수적이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전인대 ‘정부공작보고’에서 제시한 2023년도 주요 경제목표는 GDP
성장률 5% 내외, 도시 신규 일자리 약 1200만 개, 도시 실업률 약 5.5%, 소비자물가 상승률 3% 등이다. 이 가운데 GDP 성장률 5% 내외는 중국 정부가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4년 이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심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러나 리커창 총리는 ‘정부공작보고’에서 중국
경제가 점차 안정을 회복하고 있으며 소비 수요와 시장 분배, 산업 생산 등이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양회에서 “소비 회복과 확대를 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고 밝혔으며, 중국 경제에 기여도가 높은 민간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원 강도를 높이는 등 기업 친화적 메시지를
발신하고자 노력했다. 이는 시진핑 집권 기간 “국가 통제로 인해 국영기업은 흥하는 반면 민간기업은 규제로 위축된다(國進民退)”는 중국 재계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국유기업이 민간기업을 헐값에 사들이면서 민간경제가 위축되고 국유경제만 비대해진다는 우려와 비판이 폭넓게 확산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3월 7일 중국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이날 친강 부장은 미국을 겨냥해
“모든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를 반대한다”며 “(중국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AP/뉴시스)
동시에 중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 제도·정책 및 경영환경 개선 의지를 보이고, 지속적인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해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할 것이며, 공급망·산업망 안정화
대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친강(秦剛) 외교부장은 전인대 기간 내외신 기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중국 외교정책과 대외관계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전면추진 중국특색 대국외교’를 강조했다. 지난해 가을 제20차
중국공산당 대회에서도 강조한 중국특색 대국외교는 중국이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도하고,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종식에 발맞춰 중국이
다자 외교에 적극 참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도전과 대립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친강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계속 엉뚱한 길로 가면 그 어떤 가드레일도 탈선과 전복을 막을 수 없으며 충돌과 대결에 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강한 어조로 미국을 비판했다. 중국은 미·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화해를 원하지만 자신들이 정한 ‘레드 라인(紅線)’은 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양회 기간 중국 지도부의 발언과 친강 외교부장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중국 외교의 핵심 화두는 미·중관계와 대만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양회 기간 대만 문제와
관련해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고 조국 통일의 대업을 완수하는 것은 중국 인민의 신성한 의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등 유화적 대만 정책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일축했다. 친강 외교부장도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이익 중의 핵심이자 중·미관계의 정치적 기초 중의 기초로, 중·미관계가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첫 번째 레드 라인”이라고 했다. 시진핑 3기 미·중관계에서 대만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잠재적인 충돌 이슈가 될 것이란 점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월 15일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서 경기
부양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 3기 중국 외교 방향과 대외정책
이번 양회에서 중국은 미국을 향한 불신과 반발, 자국 핵심이익 수호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우리로서는 시진핑 3기에 다양하게 나타날 미·중 대립의 부정적 파급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차단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대만 문제는 시진핑 3기 미·중 대립의 가장 불안정한 ‘지뢰’로 작용할 것이란 점에서 대만해협에서의 위기 고조가 한미동맹,
한중관계, 북한 도발 등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원칙 있는 대응을 준비해나가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국내적으로 경기 부양과 공급망 정책이 적극화되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중국 정부 주도의 경기
부양 정책 방향과 ‘위드 코로나’ 도래에 따른 소비 활성화를 주목하면서 중국시장 진출 전략을 좀 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 시진핑 집권 3기에는 과거와 달리 정협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바, 중앙정협과 지방정협에 대한 네트워킹을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 기업, 민간 등은 정협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달라진 중국 국내외 상황과 왕후닝 주석 임명을 배경으로 향후 정협의 기능과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병 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