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82023.04.

부산중구협의회를 이끄는 정종연 부회장, 정미옥 부회장, 심재철 회장, 강희은 간사, 이승규 탈북민지원분과위원장이
민주공원 대한해협전승비 앞에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부터).

행동하는 민주평통


부산중구협의회

미래세대 키우는 글짓기, 30년째 이어오는 걷기대회

“부산 중구 평화통일 활동 기수 될 것”

부산 중구는 부산의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작다. 면적 2.8㎢로 부산 기장군(218.3㎢)의 80분의 1 수준이다, 인구도 3만9711명(2023년 2월 기준)으로, 부산 전체 시민(약 331만 명)의 1%를 차지한다. 규모가 작고, 사람도 적은 이곳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부산중구협의회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1월 4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22년 민주평통 의장 표창 수여식’에서 ‘통일 활동 우수협의회’로 선정돼 단체표창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단체표창은 지역협의회 사업과 활동 실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하는 명예로운 상이다. 환경적 한계를 뛰어넘어 평화통일 역량을 갖춘 모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3년간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평화통일 활동이 위축돼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역협의회가 적잖은 상황에서, 부산중구협의회 활동은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최근 평화통일 운동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부산중구협의회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차별화된 평화통일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부산중구협의회를 3월 20일 직접 찾아가봤다.
초등생 1000여 명 참여한 평화통일 글짓기 공모전
‘통일을 달고 온 나비와 자유를 달고 온 나비가 남한의 한 사람 손에 앉아서 통일을 원하고 있다. 그 사람은 나비가 말한 것을 받아들이고 말을 한다. (중략) 난 자유와 통일을 원하는 나비, 난 또 떠날게. 모두 통일과 자유를 위해 함께해줘. 북한과 남한을 위해서 한 민족이 되어 마주치자.’

이 글은 부산중구협의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제9회 초등학생 평화통일 글짓기 공모 작품집’에 실린 작품 중 일부다. 지역 주민과 함께 평화통일 시대를 열어나가려면 통일 후계세대를 육성하고 통일 환경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부산중구협의회의 신념이 초등학생의 의식에서 구현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중구협의회는 2014년 통일 미래세대인 관내 초등학생의 평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통일 의식을 강화하고자 ‘초등학생 평화통일 글짓기 공모전’을 열기 시작했다.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공모전 응모 형식엔 제한이 없다. 산문, 운문 불문하고 평화통일에 관한 글을 써서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이후 각 학교 교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평가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 학교별로 시상하고 우수작품집 500권을 제작해 일선 학교와 기관·단체 등에 배포하며 통일 의식 조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제9회 공모전에는 부산 중구 4개 초등학교 재학생 1000여 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그중 58명의 학생이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앞서 소개한 글은 대상(민주평통 부산부의장상)을 수상한 남승희 봉래초등학교 학생 작품의 한 부분이다. 강희은 부산중구협의회 간사는 “올해도 10회 평화통일 글짓기 공모전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관내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담당 선생님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한 덕에 어린이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과 공모전 참여 열기가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9회 초등학생 평화통일 글짓기 공모전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학교 관계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중구협의회 제공)
함께 걸으며 평화통일 염원하는 ‘한마당 걷기대회’
부산중구협의회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는 ‘한마음’이다. 세대를 초월해 한뜻으로 평화통일을 염원하자는 취지다. 이 마음을 모으고 지역 주민 건강 증진에도 도움을 주고자 부산중구협의회는 ‘평화통일 기원 중구민 화합 한마당 걷기대회’를 30년째 운영하고 있다. 1994년 시작한 행사로 부산 중구 구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부산 민주공원 일대에서 열린 ‘제28회 평화통일 기원 중구민 화합 한마당 걷기대회’ 현장 모습. (부산중구협의회 제공)

지난해 11월, 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 만에 걷기대회를 재개하자 참여 인원이 1400명을 넘어섰을 만큼 인기가 높다. 참가자 연령대는 어린이부터 청소년, 대학생은 물론 구순이 가까운 어르신까지 다양했다. 가족 단위 참가자도 많았다. 참가자들은 다 함께 준비 운동을 한 뒤 부산 민주공원을 지나 약 1시간 동안 길을 걸으며 평화의 가치와 건강한 생활 습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약 1km의 걷기 코스 중반을 돌면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하고, 추첨을 통해 벽걸이TV 등 푸짐한 상품도 증정했다. 행사장에서는 평화를 염원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많은 지역협의회가 주민 화합과 평화통일 의식 제고를 위한 행사를 기획하지만, 주민 참여 저조와 운영 노하우 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부산중구협의회는 이런 난제를 극복하고자 걷기대회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안전사고 발생을 막고자 걷기 코스를 단축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심재철 부산중구협의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그 어느 때보다 화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때 함께 걷기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며 “부산중구협의회는 앞으로도 걷기대회를 브랜드화해 건강하고 평화로운 지역사회 형성에 앞장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 협의회를 자랑합니다
“결속과 화합의 힘으로 똘똘 뭉쳐 평화통일 의미 되새기지예”

부산중구협의회가 우수한 평화통일 역량을 가진 협의회로 자리매김한 비결은 뭘까. 심재철 회장은 부산중구협의회가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주는 비결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면 ‘결속과 화합의 힘’”이라고 답했다. 심 회장은 부산 중구에서 사업가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바르게살기운동 부산중구협의회 회장 등으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다 통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2021년 9월 민주평통 부산중구협의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2년째 협의회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지역의 평화통일 운동을 이끌고 있다.

물론 자문위원의 역할도 작지 않다. 부산중구협의회 자문위원 32명은 7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구현 의지를 지역 주민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신창상가조합장을 맡고 있는 정종연 부회장은 주변 상인에게 평화 메시지와 통일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화합 분위기를 도모한다. 부산 중구 중앙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정미옥 부회장은 제15기부터 제18기까지 여성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민주평통 로스앤젤로스협의회 자문위원단을 부산에 초청해 오찬 간담을 주최하는 등 소통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승규 탈북민지원분과위원장은 제19기에 이어 제20기에도 탈북민지원분과위원회를 이끌며 부산 중구 거주 북한이탈주민에게 지원금을 전달하고 통일 강연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강희은 간사는 2018년부터 부산 중구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며 민주평통 부산중구협의회와 기관 간 협력 증진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각종 회의 때 민주평통 홍보 활동을 하고 통일에 대한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하는 등 ‘통일 일꾼’을 자처하는 강 간사는 청년분과위원회에서도 활동하며 청년세대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3월 20일 열린 부산중구협의회 제7차 정기회의에서 참석자들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부산중구협의회 제공)

심 회장은 “평화통일 운동을 꾸준히 하려면 이념과 사상을 떠나 화합을 추구해야 한다”며 “결속과 화합 정신으로 부산 중구가 통일시대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중구 평화통일 여행지
민주화와 6·25전쟁 돌아볼 수 있는 시민 공원 2선



부산민주공원 (한국관광공사 제공)
민주공원
총면적 2만337㎡에 이르는 민주시민 교육의 장이다. 1960년 4·19혁명,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7년 6월민주항쟁 등 한국 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기리고자 조성된 공원으로, 1999년 10월 16일 부마민주항쟁 20주년 기념일에 맞춰 개관했다.

민주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잔디광장은 장승터라 불린다. ‘민족통일대장부’와 ‘민주평화여장부’ 두 장승이 우뚝 서서, 비민주적이고 겨레의 하나됨을 가로막는 온갖 ‘삿된 것’들로부터 민주공원을 지킨다. 민주공원 상징물인 민주횃불은 민주항쟁기념관 가운데 있다.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이름 없는 별들을 형상화한 횃불 형태 조형물 내부에 반사가 잘되는 재질로 만든 작은 조각을 설치했다. 이외에 4·19민주혁명 희생자 위령탑과 영령보안소도 마련돼 있다. 민주공원 수목원에는 약 400종의 수목이 자란다. 이 공간의 하이라이트는 부산항과 부산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는 산복도로 풍경이 기막히다.

부산중앙공원 (부산시설공단 제공)
부산중앙공원 충혼탑
부산 서구에 위치한 부산중앙공원 자리는 6·25전쟁 때 피난민이 판자촌을 이루고 살던 곳이다. 대청산 자락에 있어 처음에는 대청공원으로 불리다 1986년 중앙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충혼탑은 높이 70m로, 나라를 지키다 숨진 7704위의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충혼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통로가 나선형으로 조성돼 있고, 위패를 모신 실내 천장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해 채광이 아름답다. 충혼탑 앞에는 넓은 광장과 야외조각 소공원, 중앙도서관, 벚꽃단지, 해군전승비, 시민헌장비 등이 있다.일제강점기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 겸 학무부장을 지내는 등 독립운동에 헌신한 장건상 선생(1882~1974) 동상도 설치돼 있다. 장건상 선생은 1986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수훈했다. 이 외에 6·25전쟁 때 북한군 군함을 최초로 격침한 것을 기념해 세운 전승탑과 게이트볼장, 배드민턴장, 산책로 등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