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82023.04.

평화톡 통일톡

비욘드더바운더리

청년의 힘으로 남북 통합과 통일에 기여하다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사단법인 비욘드더바운더리(이사장 양옥경)는 2018년 출범한 비교적 신생 단체다. 설립 목적은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북한이탈주민, 청년활동가 및 신진연구자를 위한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 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남북 통합과 통일에 기여하는 것이 비욘드더바운더리의 목표다.

이 목표를 이루고자 비욘드더바운더리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남북 출신 청년들이 ‘평화의 섬’ 제주에 모여 함께 진행한 ‘2022 남북청년 통일역량 강화 리더십 캠프’가 한 사례다. 당시 참가자들은 맨발로 같이 축구를 하며 유대감을 쌓고, 북한 음식점에서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제주 해군기지를 동반 견학하는 등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대를 만들어가기 위한 여러 활동을 했다.
남북 출신 대학생이 함께하는 ‘유발란스’
비욘드더바운더리에는 남북 출신 대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동아리 ‘U-Balance(유발란스)’도 있다. 2021년 결성된 유발란스에는 현재 고려대, 동국대, 상명대, 성균관대, 세종대, 숭실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여러 학교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 80%는 한국 출신, 20%는 북한 출신이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저녁, 통일과 북한 관련 이슈를 균형감 있게 바라보고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토론 및 학습을 진행한다. 주제는 ‘우리는 왜 통일을 해야 할까’ 같은 일반적인 것에서,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의 부동산을 개인 재산으로 인정할 것인가’, ‘한국의 전술핵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채롭다.

유발란스는 MZ세대의 관심을 끌 만한 행사도 기획, 진행한다. 탈북대학생 동아리 회원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연합 토론,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전문가의 찬반 의견을 들어보는 밸런스 토크, 대학생이 바라보는 통일정책 세미나 등이 그것이다. 매년 1월에는 통일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연합 캠프를 한다. 올 초 2박 3일간 진행한 연합캠프에는 50여 명이 참가했다.

최근 일부 언론에 “청년세대는 통일이나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다. 그러나 유발란스에 참여하는 대학생들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요즘 청년들은 통일이나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관심을 표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통일이나 북한 이슈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바로 “너는 좌파냐? 우파냐?”,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 “어느 정권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느냐?” 등 편가르기식 질문이 쏟아지는 분위기라, 대답을 피하고자 아예 “나는 그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만난 한 청년은 “북한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한쪽에서는 ‘우리와 함께해야 할 대상’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우리가 무찔러야 할 적’이라고 하는 모습이 혼란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청년은 “학창시절 통일교육을 받았는데, 북한과 통일에 관해 스스로 알아가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그런 교육 방식에 싫증을 느꼈다”고 답했다. 한 청년은 “집에서 부모님과 통일이나 북한 관련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엔 ‘시험에 안 나오는 것이니 너무 관심 갖지 말라’는 말씀으로 마무리된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 요인 때문에 젊은 세대는 통일이나 북한에 대해 아예 생각하거나 말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좌파·우파 편가르기 문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일방적인 통일 및 북한 관련 교육 △시험 성적에 도움되지 않는 것에는 관심 갖지 말라는 분위기 등에 익숙해진 청년들이 통일 관련 이슈에 대해 입을 열기를 꺼리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유발란스 회원들은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사회가 변해야 한다. 청년들이 북한과 통일에 대한 의견을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궁금한 것을 천천히 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이 목적으로 탄생한 것이 유발란스다. 유발란스는 누구나 북한과 통일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MZ세대 통일에 관심 없다? 있다!
유발란스는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북한이나 통일 문제에 대해 양쪽 의견을 대변하는 강사를 초청해 ‘밸런스 토크’를 진행한다. 또 탈북대학생을 초청해 정치·군사 문제가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남북 출신 대학생이 모여 매년 6월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캠프’에도 참여한다. 아픈 우리 역사를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조금은 투박하고 조금은 느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청년들이 모여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씩 하나씩 징검다리를 놓아가며 한반도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이들이 이뤄낼 미래의 모습을 기다려주는 것이 MZ세대를 위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이 영 석 비욘드더바운더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