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북관계 취업노트
정부기관, NGO, 국제기구, 기업, 창업까지. 남북관계와 통일 분야에서 일하는 2030 청년들의 취업전략과 비전을 듣는다.
공연을 통해 남북 이해와 소통의 길 여는
통일연극 연출가
남과 북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한다. 통일을 주제로 한 연극은 우리가 서로의 같은 부분에 공감하고, 다른 부분을 이해하며 마음을 열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019년부터 통일연극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는 이주한 연출가를 만나 문화 영역에서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었다.
INTERVIEWEE | 이주한 연극인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2000년대 후반부터 서울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습니다. 배우뿐 아니라 연출가, 공연기획자, 무대감독 등 다양한 역할로 여러 작품에 참여했고, 현재 극단 ‘달팽이주파수’ 부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는 사단법인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 통일연극단 연출가로서, 통일연극을 꾸준히 연출하고 있기도 합니다. 통일연극단에서 가장 최근 공연한 작품은 지난해 겨울 무대에 올린 ‘新 가족의 탄생’입니다.
Q. 통일연극단 작품은 일반 연극과 어떻게 다른가요.
‘新 가족의 탄생’을 예로 들어 말씀드리면, 이 작품은 ‘남한 출신 아빠와 딸’이 ‘북한에서 온 엄마와 아들’을 만나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연극을 보면 남과 북이 어떤 점에서 같고 또 어떤 점에서 다른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뭔지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죠. 이처럼 통일이 주제인 점, 또 매 작품마다 북한이탈주민 선생님이 배우로 무대에 서는 점 등이 통일연극단만의 특징입니니다. 이 외엔 일반 상업 연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통일을 주제로 한 연극이라니, 아무래도 지루하겠지’ 하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꼭 한번 우리 공연을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감동적이라 깜짝 놀라실 거예요(웃음).
Q. 통일연극 연출을 맡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알고 지내던 연극계 선배에게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해본 적 없는 분야고, 대학로의 다양성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보겠다”고 했죠. 처음엔 솔직히 ‘통일’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작품을 준비하며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북한이탈주민 배우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내가 참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겼어요. 우리 관객 가운데 실향민과 북한이탈주민분들이 많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그분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해요. 그래서 점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요. 공연 준비를 할 때면 북한 모습을 제대로 전달하고자 많이 노력합니다. 우리 배우들이 사투리 연습도 정말 열심히 해요.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겠지만, 우리 작품을 통해 한국 사람들이 북한을 좀 더 제대로 알게 되고, 이해와 소통의 길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Q. 통일연극 연출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나라에서 연극이 아주 인기 있는 공연 장르는 아니에요. 하물며 통일을 주제로 한 작품의 경우 관객이 많이 들기를 기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는 통일연극 연출가가 될 거야”라는 목표를 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좋은 연극인이 된 뒤,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통일 관련 연극 활성화에 기여하겠어” 같은 포부를 갖는 게 더 좋을 거예요. 연극 무대에서 많은 사람이 꾸준히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점점 관객의 관심이 커질 거라고 믿거든요. 현재 우리나라에 정착한 탈북민 수가 3만 명이 넘습니다. 통일을 바라는 사람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고요. 이분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작품을 만들면, 언젠가는 대중의 큰 사랑을 받는 사례도 나올 겁니다. 저는 그 꿈을 갖고 새조위 통일연극단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제가 몸담은 일반 극단 달팽이주파수에서도 통일을 주제로 한 작품을 계속 만들고 있어요. ‘노민호와 주리애’, ‘한 여름 밤의 꿈’ 등 달팽이주파수가 만든 통일 관련 창작 연극에 대한 관객 반응도 매우 좋습니다.
연극인이자 통일교육 강사라는 사명감을 갖고 활동하는 새조위 통일연극단 단원들(위)과 통일연극의 한장면.
Q. 통일연극 연출가에게 특히 필요한 자질이 있을까요.
통일연극 연출가는 연극인이면서 동시에 통일교육 강사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에게 전할 통일에 대한 메시지를 분명히 가져야 해요. 동시에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하고요. 관객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교육적 요소를 가미하면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 이것이 늘 제가 고민하는 주제입니다.
Q. 앞으로 이루고픈 꿈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통일을 주제로 한 좋은 연극을 관객 앞에 선보여 더 많은 사람이 극장을 찾도록 하는 겁니다. 지금 동료들과 함께 올여름 공연을 목표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가상의 통일시대를 배경으로 한 연극인데, 많이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통일연극 연출가 TMI
통일연극이
더 궁금하다면?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하기 힘든 일. 보상이 좀 더 커지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좋아하는 일 꾸준히 할 수 있는 데 만족함.
•같은 꿈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행복. 공연 준비할 때 설레고, 연습하는 내내 웃으니 워라밸 최고!
•통일연극단은 급여 외 급식비 별도 책정. 연습 중 식대 걱정 없고, 지방 공연 다닐 때는 다 같이 ‘맛집’ 찾아다니는 재미 만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