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현장
‘2023 청소년 통일골든벨’ 결선대회
국내외 청소년 100명 열띤 경쟁
통일에 대한 인식 새롭게 다져
“신간회는 1927년 2월 15일 사회주의, 민족주의 세력들이 결집해서 창립한 항일단체입니다. 1931년 5월까지 지속한 한국의 좌우합작 독립운동단체인데요. 신간회 회장으로 추대된 인물은 누구일까요.”
33번 문제가 출제되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문제를 듣고 곧바로 답을 적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한참 고민 끝에 답을 적는 이들도 있었다. 잠시 후 진행자가 답을 발표했다.
“정답은 이상재입니다.”
이내 참가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답을 맞힌 학생들이 화이트보드를 머리 위로 올려 흔들며 환호했다. 오답을 적은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탈락석으로 이동했다. 얼굴에는 아쉬움과 허탈감이 가득했다. 학부모와 교사, 친구들은 “괜찮아, 괜찮아”를 연호하며 학생들을 위로했다.
폭염·폭우 오락가락 날씨 속 뜨거운 각축전
7월 22일 서울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가 주최한 ‘2023 청소년 통일골든벨 결선대회’가 열렸다. 이날 전국 17개 시·도와 일본, 중국,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등 해외 각국에서 개최된 통일골든벨 본선대회에서 입상한 청소년 100명(국내 입상자 85명, 해외 입상자 15명)과 가족, 친구 등 응원단은 폭염과 폭우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서도 3시간 동안 뜨거운 각축전을 벌였다.
통일골든벨에 참가한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청소년 통일골든벨 대회는 건전한 통일관과 역사관을 형성하고 통일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청소년 통일공감사업으로, 민주평통 핵심 사업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화이트보드에 답을 적고 들어 올려 틀리면 탈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한민국 역사를 비롯해 통일이나 북한과 관련된 50개의 문제가 출제된다. 탈락자들은 두 번의 패자부활전을 통해 재도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올해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예선, 본선, 결선대회 모두 대면방식으로 진행돼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뜨겁다”며 “젊은 날의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골든벨을 울리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참가자들에게 “통일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할 여러분이 가진 통일과 평화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 “통일골든벨 참여를 계기로 여러분의 통일 문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공감대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기자랑, 응원전 등 축제 같은 분위기
결선대회는 장기자랑과 공연, 국내외 지역회의의 응원전 등 다양한 행사가 더해져 축제처럼 꾸며졌다. 이날 장기자랑 무대에 오른 참가자 5명은 밝고 감동적인 공연으로 통일골든벨의 열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세종시와 방글라데시에서 온 김단아 학생과 이한결 학생은 걸 그룹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이라는 노래에 맞춰 춤 실력을 뽐내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았다. 과테말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25시간을 날아온 참가자도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기고 싶어 장기자랑에 도전한 이예경 학생은 볼빨간사춘기의 ‘여행’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제주에서 온 강유림 학생은 보이그룹 세븐틴 유닛 부석순의 ‘파이팅해야지’ 노래에 맞춰 강렬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장기자랑 때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갈채를 끌어낸 이는 뉴질랜드에서 온 김한결 학생. 그는 전통 악기 북을 이용해 우리의 가락을 선보여 관람객에게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했다. 김한결 학생은 “뉴질랜드 현지에서 우연히 전통 악기 북을 접하고 매료돼 6개월간 연습했다”고 말했다. 장기자랑 참가자 5명 전원에게는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 또는 문화상품권이 상품으로 지급됐다.
민주평통은 국내외 지역회의별로 결선대회에 진출한 학생들을 응원하는 동영상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각 지역회의별 자문위원들의 응원을 다양한 유형으로 나눠 소개하면서 즐거움과 높은 몰입도를 이끌어냈다. 큰 소리로 응원하는 ‘와 함성 스타일’, 엄격하고 근엄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실력 발휘를 당부하는 ‘엄근진 스타일 파이팅’, 골든벨 울리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응원 구호가 돋보이는 ‘울려라 스타일’ 등 다양한 응원 영상이 통일골든벨에 도전하는 참가자들에게 힘을 북돋워줬다.
통일골든벨 장기자랑에서 실력을 뽐내는 참가자들. 뉴질랜드에서 온 김한결 학생(맨 오른쪽)은 전통 악기 북을 이용해 우리의 가락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응원석을 가득 메운 학부모 등 응원단 50여 명도 플래카드와 현수막, 피켓, 응원봉 등 각종 응원도구를 동원해 참가자들을 응원했다. 무엇보다 이번 통일골든벨 결선대회는 유튜브로 실시간 생중계돼 지방 또는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과 지인들이 통일골든벨 대회 시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응원 엽서 이벤트, 포토 이벤트, 소셜미디어(SNS) 사진 인증 이벤트, 통일 타투 스티커 존, 포토존 등 다양한 부대 행사를 마련해 참가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최후 1인 고민서 “제주 발전에 이바지하고파”
이번 통일골든벨 결선대회에선 총 7명이 수상했다. 이날 통일골든벨 최우수상(민주평통 의장상)은 고민서 학생(제주 오현고 1학년)이 차지했다. 고민서 학생은 오현고가 주최한 교내 통일 퀴즈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도내 대회, 본선 지역대회까지 모두 우승을 거머쥔 실력자. 고민서 학생은 통일골든벨 결선대회 출전을 위해 민주평통에서 제공한 통일골든벨 기본문제를 구해 독학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통일골든벨 기본문제를 5번씩 반복해 훑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학교 선생님의 지도와 응원 덕분에 부담 없이 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민서 학생은 본인을 포함해 도전자 3명이 남았을 때 유일하게 정답을 맞혀 최후 1인으로 등극했다. 최후 1인은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된다. 문제는 남북한 인적 교류 및 경제협력 촉진을 목적으로 1991년 3월 조성된 대북 관련 정책자금이 무엇인지 맞히는 것. 도전자 3명 모두 저마다 답을 적었지만, 고민서 학생만이 ‘남북협력기금’이라고 정확히 정답을 맞혔다. 1등은 가려졌지만 골든벨을 울리려면 50문제를 모두 맞혀야 한다. 그러나 최후 1인으로서 도전한 문제에서 아쉽게 답을 맞히지 못해 통일골든벨을 울리지는 못했다. 고민서 학생에게는 상금으로 장학금 100만 원이 지급됐다.
통일골든벨 ‘최후의 1인’에 오른 고민서 학생(제주 오현고). 아쉽게 통일골든벨을 울리지는 못했다.
통일골든벨 참여를 계기로 얻은 성과는 뭘까. 고민서 학생은 남북통일에 대한 인식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점을 꼽는다. 그동안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이뤘을 때 발생하는 문제나 부정적인 면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통일이 가져다주는 긍정적 효과에 집중한다는 것. 그는 “통일골든벨 공부를 하면서 헌법이 밝히고 있는 평화통일 정신과 가치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이끄는 인재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고민서 학생의 장래희망은 공무원. 국가와 제주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자 공무원 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훗날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며 쌓은 지식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제주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이 밖에 우수상(민주평통 사무처장상)은 강서준 학생(제주 남주고 1학년)이 수상했고, 장려상에는 윤기백(미국 텍사스), 윤준성(광주 광주고 2학년), 이재호(경남 거제 해성고 1학년), 임주혜(경기 용인 삼계고 2학년), 정서윤 학생(경기 광주 경화여고 3학년)이 이름을 올렸다.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장학금 50만 원, 장려상 수상자에겐 장학금 30만 원이 각각 지급됐다.
2023 청소년 통일골든벨 국내·해외 본선대회
국내외 청소년 4만여 명 참여해 열띤 경쟁 펼쳐
국내 및 해외에 거주하는 청소년 4만여 명이 2023 민주평통 청소년 통일골든벨 결선 진출권을 놓고 뜨거운 각축전을 벌였다. 국내외 예선 및 본선을 통과한 결선 진출자 100명은 최종 결선대회에 참가해 통일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통일골든벨 국내 시·도 대회는 4월부터 3단계(시·군·구 예선→시·도 본선→종합 결선)에 걸쳐 지역별로 개최됐다. 시·군·구 예선대회는 지역협의회가, 본선대회는 시·도 지역회의가 주최했다. 국내 본선대회에는 청소년 3430명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해외의 경우 4월부터 6월까지 각 해외 지역협의회 주관으로 예선대회를 치렀는데, 모두 47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예선을 거친 본선 진출자는 총 77명으로, 일본과 유럽, 미국, 중동, 파라과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가에서 뽑혔다. 이들은 7월 19일 경기 연천군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개최한 ‘2023년 통일골든벨 해외 본선대회’에 참가해 한반도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해외 본선대회는 예선 문제를 시작으로 패자부활전, 본선의 순서로 진행됐다. 치열한 문제풀이 끝에 15명의 참가자가 결선 진출권을 확보했다. 이들에게는 소정의 장학금이 수여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결선대회 진출자는 국내 85명, 해외 15명 등 모두 100명이었다.
한편 통일골든벨 본선대회 참가를 위해 방한한 해외 청소년들은 7월 20일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방문해 한반도 분단의 현장을 체험하며 통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