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교육현장
‘50초 평화통일 숏츠 영화제’ 수상자 3인의 도전기
시나리오부터 편집까지 척척
“영화 만들며 통일 필요성에 눈 떴죠”
화면에 ‘검색어를 입력하시오’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네모 검색창에 ‘K-POP’을 입력하자 청소년 수십여 명이 흥겨운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동영상이 등장한다. 화면이 전환되고 검색창이 다시 뜬다. ‘K-BEAUTY’를 입력하자 이번엔 한 여고생이 손거울을 보면서 화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음 검색어는 뭘까 궁금증이 생길 즈음, 검색창에 ‘K-통일’ 글자가 입력된다. 하지만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만 뜰 뿐이다. 잠시 후 검은 배경에 ‘검색 결과를 채워주세요. 우리에게는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올라온다.
초·중·고등부 3개 부문에 241팀 참여
다큐멘터리인가, 공익 광고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의 기발함과 신선함으로 평가단의 호평을 자아낸 이 영상은 강원 원주 대성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최경민(16) 군이 제작한 ‘검색어를 입력하시오’라는 작품이다.
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은 지난 5월 26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개최한 ‘50초 평화통일 숏츠(Shorts) 영화제’ 시상식에서 이 작품을 고등부 부문 최우수상(장관상)으로 선정했다. 최 군은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검색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 ‘검색어를 입력하시오’를 영화 제목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평화통일 숏츠 영화제는 국립통일교육원이 청소년에게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통일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2022년부터 시작한 행사다. 숏츠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유행하는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을 의미한다. 요즘 젊은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콘텐츠 형식 중 하나다.
올해 공모전에는 초·중·고등부 3개 부문에서 241팀이 참가했다. 국립통일교육원은 고등부 부문 최 군의 작품과 함께 대전 회덕초 5학년 이채은 양의 ‘화해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울산 이화중학교 1학년 김예린 양의 ‘우리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를 각각 초·중등부 부문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
남북통일 필요성 깨닫고 지식 쌓여
이들 작품 모두 아이디어와 구성 등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등부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화해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라는 작품은 친구와 다툰 후 화해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남북통일의 의미를 담았다. 초등학생 특유의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남북관계 문제를 일상의 소재로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소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담임교사의 권유로 공모전에 도전한 이채은 양이 영상 속에 담고자 했던 의미는 ‘진정한 회복’이다. 남과 북이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다툰 뒤 화해하고도 마음에 남아 있는 상처를 인식했던 이 양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 양의 설명이다.
“평소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던 말씀을 영상에 담으려고 했어요. 친구와 싸우고 화해하면 관계가 회복되는 줄 알지만, 사실 각자 상처가 남아 있거든요. 남북관계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중등 부문 최우수상작으로 뽑힌 김예린 양의 ‘우리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는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남북 청소년의 일상과 북한 친구와의 만남을 기약하는 얘기다. 김 양은 모든 연령층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무기를 활용해 평화통일 숏츠 만들기에 도전했다.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도화지에 드로잉해 색을 칠하는 식으로 종이인형을 제작했다. 따뜻하고 선명한 색채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등부 최우수상 이채은(대전 회덕초·5학년) 학생의 작품 ‘화해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김 양은 “북한 청소년의 일상이나 남한 청소년의 일상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면서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남북 청소년이 하루빨리 만나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수상자로 선정된 이들은 “50초 분량으로 평화통일을 드러내거나 상징하는 스토리를 창작하는 과정이 다소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양과 이 양은 “통일에 대한 정보를 담기보다 사람들의 눈길과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 시나리오를 여러 번 수정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거듭 고친 결과, 두 사람 모두 수준 높은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남북통일 필요성 인식은 이번 영화제 참여로 얻은 또 하나의 성과다. 최 군은 “통일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분단으로 인해 국방비 등 국가의 비용 손실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면서 “영상을 제작하면서 다양한 지식이 쌓였는데, 이제는 남북관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 있게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최우수상 3팀을 포함해 수상의 영예를 안은 18개 팀은 예선 심사와 대국민 온라인 국민투표, 결선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 청소년들이 만들어낸 개성 넘치는 영화제 수상작품들은 유튜브 채널 ‘제10회 청소년 평화통일 문화 경연대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