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집중 분석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국가’
글로벌 3대 국가안보 목표 제시
국가안보실은 지난 6월 7일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목표와 기본방향, 기조와 과제 등을 담은 국가안보전략서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국가’를 발간했다. 이 전략서에 담긴 국가안보 목표와 전략기조, 분야별 과제 등을 집중 분석했다.
국가안보전략서란 외교·통일·국방 등 외교안보 분야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변화된 안보환경에 따라 국정기조가 달라진다. 현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는 외교안보 비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 배경에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주요 도전과 위협의 규모, 성격 변화 등과 관련이 깊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가장 심각한 도전이자 위협은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능력의 고도화다. 두 번째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심화에 따른 국제질서의 유동성 확대다. 중국은 경제성장을 토대로 ‘중국몽’ 실현을 위해 현재의 국제질서를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현상 변경을 하고자 한다. 중국은 특히 정치외교, 경제력, 군사력을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심화는 세계를 ‘민주주의 vs 권위주의’ 간의 대결로 전환시키며 동맹 및 우방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세 번째는 경제와 안보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구분이 모호하며 신형기술, 경제, 안보 간의 연계가 강화되고 있다. 또한 주요국 간 경제안보 갈등은 개별 국가들의 산업, 자원의 무기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로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와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사이버 해킹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안보 위협들의 증가다. 이러한 위협은 개별 국가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위협의 성격도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구조로 발전하면서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전략 목표와 전략과제
윤석열 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의 비전을 한반도 및 주변 지역으로 제한하지 않고 글로벌로 확장시키며 다음과 같이 3대 국가안보 목표를 제시했다. 첫째, 국가 주권과 영토 수호 및 국민 안전 증진, 둘째,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미래 준비, 셋째, 동아시아 번영의 기틀 마련과 글로벌 역할 확대다. 그리고 3대 국가안보 목표 이행을 위해서 5개 분야, 즉 ①외교에서는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와 가치외교 구현을, ②국방에서는 강한 국방력으로 튼튼한 안보 구축을, ③남북관계에서는 원칙과 상호주의에 입각한 남북관계 정립을, ④경제안보에서는 경제안보 이익의 능동적 확보를, ⑤신안보에서는 신안보 위협 요인의 선제적 대처를 전략기조로 삼았다. 전략기조는 다시 6개의 전략과제로 나뉜다.
첫 번째 전략과제는 자유와 연대의 협력외교 전개다.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온 한미동맹을 글로벌 범주로 확장시키고, 협력의 범위도 외교안보 분야를 비롯해 경제안보, 첨단기술, 인적교류, 문화, 정보 분야를 망라한 포괄적 수준으로 확대하며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의 자유연대를 바탕으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함께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따라서 한미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적 동맹을 통해 상호 협력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동시에 ‘핵협의그룹(NCG) 신설’을 비롯해 미국의 확장억지력 향상과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대응력도 강화시켰다. 또한 한·미·일 3자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현안뿐만 아니라 경제안보 등 새로운 수준으로의 한·미·일 협력을 제고해나가고자 한다.
동북아 지역의 주요 국가인 일본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한반도와 지역,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과는 상호존중과 호혜에 기반해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여기에 한·일·중 3자 간의 대화와 협력 모색도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와는 국제규범에 기반해 한·러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공조에 동참하고자 한다. 지역별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공동번영을 위해 2022년 12월에 한국 정부로서는 처음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체계적으로 이행하고자 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한이 7월 12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7월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발사를 현지 지도했다고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두 번째 전략과제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지구촌 번영 기여다. 국제사회는 새로운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지만, 글로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다자협력은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역할과 기여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국제규범과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국격과 위상에 부합한 다자외교 리더십을 강화하고자 한다. 글로벌 의제를 선도하고, 신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규범을 형성하며, 글로벌 현안 해결에 기여하는 선진국형 국제개발협력 규모 확대 등 기여외교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자 한다. 한편 우리 재외동포는 180여 개 국가에 약 732만 명에 이를 정도로 양적 질적 성장을 해왔다. 따라서 재외동포기본법과 재외동포청을 통한 한민족 네트워크 강화 정책은 결국 지구촌 번영의 기여와도 연계된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전략과제는 과학기술 강군 육성이다. 정부는 국방 분야에 첨단과학기술을 적용해 강군을 육성하는 국방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5대 중점과제로는 ①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로의 단계적 전환, ②우주, 사이버, 전자기 영역의 작전수행체계 구축, ③혁신·개방·융합의 국방 R&D 체계 마련, ④적시에 신속한 전력화가 이뤄지도록 새로운 한국형 전력증강 프로세스 정립, ⑤전투형 강군 육성을 위한 과학적 훈련체계 구축 등으로 정했다.
북핵 협상, ‘3D-억제·단념·대화’ 총괄 접근법
또한 강군 육성을 위한 첨단 전력 건설이 방산 수출 확대로 선순환될 수 있는 환경을 창출하고자 하는 한편, 장병들의 정신전력과 사기가 강군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장병들의 정신전력 강화 정책과 더불어 장병들의 복무여건과 처우를 국격에 맞도록 개선하고 국가에 헌신한 제대군인을 예우하는 사회적 문화를 조성하고자 한다.
네 번째 전략적 과제는 한반도 평화 구축과 남북관계 정상화다. 진정한 평화는 굳건한 안보가 바탕이 될 때 가능하기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창출하기 위해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획기적 대응역량 구축이 필요하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압도적인 ‘한국형 3축체계’ 능력을 확보하고, 전략사령부를 창설해 억제 및 대응능력을 강화하며, 북한의 핵사용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기 위해 독자적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구비하고자 한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원칙과 일관성을 갖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도록 억제(Deterrence), 단념(Dissuasion), 대화(Dialogue)로 구성된 소위 ‘3D’의 총괄적 접근법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이 현재의 ‘강 대 강’ 접근을 내려놓고 변화를 추구한다면 ‘담대한 구상’의 비핵화 이행동력을 활성화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의 스탠스를 고집한다면 억지력 강화뿐만 아니라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레짐(체제) 및 북한의 불법 활동을 근절하기 위한 국제공조 강화를 지속해나갈 것이다.
글로벌 차원 ‘보건위기 대응역량 강화’ 필요
남북관계의 정상화 추진을 위해서는 ①상호존중과 신뢰 확립, ②호혜적이고 실사구시적인 관계 정립, ③교류·협력 질서 정립, ④민족동질성 회복 등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남북 간 인도주의 문제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최우선 사안인 만큼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며,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 사회 정착 지원 및 북한주민의 인권 증진 활동 지원을 위한 국내외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또한 남북 분단 상황이 70년 넘게 이어오며 통일이 국민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하에 통일의 청사진과 추진전략을 담은 새로운 통일 미래비전을 정립하며 자유민주 통일 기반 조성에 대한 국내외 공감대 형성과 더불어 미래세대의 통일인식을 고취하고자 한다.
다섯 번째 전략적 과제는 글로벌 경제안보 대응체계 확립이다. 대한민국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개방형 국가인 만큼 대외 리스크에 취약하다. 대외변수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대외 리스크의 대응력과 회복력을 높이며 경제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한 능동적인 경제안보외교 역할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따라서 주요 국가들과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경제 질서 구축을 주도하며, 해외 충격에 대비한 핵심 공급망을 확고히 구축하고자 한다. 또한 핵심·신흥기술 보호를 위한 제반 여건 정비와 핵심·신흥기술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및 이에 대한 국제규범과 기술표준 형성을 선도하고자 한다. 나아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저탄소경제 전환을 가속화시키며 글로벌 환경 보전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협력에 참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전략적 과제는 신안보 이슈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다. 21세기 국제사회는 빠른 속도로 디지털 전환을 통한 편의성을 증대시켰지만 동시에 첨단 기술과 주요 정보를 노리는 해킹 공격에 취약해졌다. 따라서 국가 사이버 안보역량 강화와 관련해 국가 차원의 일원화된 대응체계 강화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사이버 안보 공조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신종 감염병 발생 위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글로벌 차원의 보건위기 대응을 위한 보건안보 체계 개선과 개도국의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보건안보외교를 추진하고자 한다.
이외에도 테러 및 재해·재난의 양상이 복잡해지고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국가차원의 대테러 역량과 재난 위리관리체계를 강화해나가고자 한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빠르게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기회의 창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외교안보 비전으로 삼아 국가안보 목표, 전략기조, 분야별 과제를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호 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