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톡 통일톡
통일의 바람, 청년의 울림
‘청년! 통일로 한걸음 2023’
분단 현장에 울려 퍼진 평화 메시지
“청년이 통일 미래를
이끌어갈 주체임을 선언한다”
“저는 1980년생으로, 당시 20대 초반에 군에 입대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병사들이 군 생활 동안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배웠어요. 북한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키려면 국가가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요즘 20, 30대 예비군 사이에서는 북한을 형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이주철 경남 창원시협의회 청년자문위원)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지만 형제국가이고 대화 상대이고 통일의 대상이기도 하잖아요. 국방과 안보 분야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해 보입니다.”(정대진 청년·교육분과위원회 상임위원)
국내외 청년자문위원 250여 명 참여
대한민국의 통일 비전과 안보 인식을 논의하고자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7월 5일부터 7월 7일까지 경기 연천군 통일부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열린 ‘청년! 통일로 한걸음 2023’ 행사 현장에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정전 70주년·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통일 공감대를 형성하고 청년층의 통일·안보 분야 활동 방향 및 참여 활성화를 논의한다’는 목적 아래 열렸다.
경기 연천 지역 수은주가 영상 30도로 올라간 무더위에도 국내 및 해외 청년자문위원 250여 명이 참석해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염원했다. 왕효근 민주평통 청년부의장은 이날 청년자문위원 250명을 대표해 개회를 선언했다. 왕 청년부의장은 개회사에서 “38도선이 지나는 경기 연천에서 헌법이 명령한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통일과 안보 방향을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벅차다”며 “2박 3일 동안 청년들은 통일 공동체를 건설하는 기반을 조성하고 활동 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우리의 발걸음이 곧 역사가 되리라 믿는다. 청년자문위원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이어진 인사말에서 “6·25전쟁을 겪으며 참담하고 참혹한 현실을 겪었고, 정전협정과 한미동맹을 맺은 지 70주년이 지났지만 남과 북이 풀어야 할 난제가 여전히 많다”면서 “한반도 통일은 미래 과제 중 가장 큰 숙제”라고 진단했다. 석 사무처장은 이어 “여러분이 북한과 맞닿아 있는 경기 연천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2박 3일 동안 온몸으로 평화의 기운을 느끼고 체험하길 바란다”면서 “우리 모두 청년의 패기로 평화로운 통일을 이루고 미래 통일시대를 이뤄보자”고 제안했다.
행사는 △기조 강연 △청년층의 통일·안보 분야 활동 방향 논의 △통일·안보 현장 답사 △청년 파트너십과 네트워크 활성화 활동 △특별강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으며, 대한민국 통일 미래 전략인 청년세대 통일 담론 형성 및 기대효과에 대한 담론이 오갔다.
“통일은 새로운 나라 만들어볼 기회”
행사 첫날 청년들은 전문가 강연을 통해 ‘평화·통일·안보 DNA’를 키웠다. 강연의 포문을 연 강사는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그는 ‘평화·통일·안보와 청년’이라는 주제로 청년들 앞에 섰다. 강연 시작에 앞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QR코드를 발표 화면에 띄웠다. 그러고는 “강연을 들으면서 궁금한 점이 생기거나 의견을 밝히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메시지를 남겨달라”고 안내했다. 그러자 청년들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한 뒤 오픈채팅방에 입장해 강연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소감을 남겼다.
조 대표는 자신을 “20년 차 글로벌 떠돌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국제개발정책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국제연합(UN) 산하 세계은행에서 빈곤 퇴치와 개발도상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전념했다. 아주대 통일연구소 소장과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맡아 한반도 평화 구축에 힘을 쏟았다. 더불어시민당 비례 6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뒤 2020년 10월부터 시대전환 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7월 5일 경기 연천군 통일부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열린 ‘청년! 통일로 한걸음 2023’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깨달은 것은 통일이 우리 사회와 나에게 왜 필요한지 고민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한민족이니 통일해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통일운동 담론은 버릴 때가 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새로운 통일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통일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경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여러분이 통일 대한민국의 헌법을 제정한다면 현재 제도를 그대로 둘 것인가? 선배들이 만든 통일 담론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보자. 각자 위치에서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지 집요하게 고민해보자”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청년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이어진 순서는 이해정 청년교육분과위원회 상임위원의 △청년 통일·안보 인식 △북한인권 △청년 공공외교 △안보 △사회통합 등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한 발제 및 문제 제기. 이 상임위원은 “한반도는 20세기 냉전의 산물을 극복하지 못한 채 21세기를 맞았다”며 “현재 우리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재편된 신냉전 가운데 놓여 있는데,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임위원의 ‘청년 통일·안보 의식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들은 청년들은 10여 명씩 조를 꾸려 각 주제별로 토론을 이어갔다.
조별 토의부터 분단 현장 체험까지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청년의 역할을 놓고 머리를 맞댄 한 조의 토론이 유난히 뜨거웠다. “북한인권이 소셜서비스(SNS)상에서 자극적인 콘텐츠나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문화나 현상)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 세계가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정치권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북한인권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고 해서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가 없다”,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 주민이 원하는 것부터 파악해야 한다”, “북한 인권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가 저하되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나왔다.
행사에 참여한 250여 명의 청년들은 △청년 통일·안보 인식 △북한인권 △청년 공공외교 △안보 △사회통합 등 다섯 가지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튿날 행사는 체험 활동을 통해 통일과 안보 의미를 온몸으로 익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와 경기도 연천 열쇠전망대 등 분단 현장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 체험 활동은 전쟁과 평화에 대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열쇠전망대 관계자의 설명을 듣던 청년들 입에서 저마다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해외에 거주하는 청년자문위원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시간이었다.
분단 현장이 낯선 이들은 열쇠전망대에서 넓은 평야와 북한 땅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면서도 철조망을 두고 남과 북이 갈라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해외 청년자문위원들은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통일·안보 체험을 통해 한반도가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 통일·안보 활동 방향 결의문’ 도출
청년들은 점심을 전투식량으로 해결한 뒤 조별로 팀워크를 다졌다. 첫날 서먹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폭염을 뚫고 함께 땀을 흘린 청년들은 어느새 ‘전우애’로 하나가 돼 있었다. 이후 한반도통일미래센터로 돌아가 통일미래체험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통일과 안보에 대한 실천 의지를 다졌다.
마지막 날인 7월 7일. ‘함장의 바다’라는 주제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의 특별 강연이 이어졌다. 천안함 피격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인 ‘PCC 772 천안’이 북한 해군 잠수함의 어뢰에 의해 침몰돼 해군병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된 사건이다.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숨진 46인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시간을 마지막으로 행사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7월 6일 철원 백마고지 전적비가 세워진 곳에 오르기 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민주평통 청년자문위원들.
이들은 행사 이튿날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와 경기도 연천 열쇠전망대 등 분단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청년자문위원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이번 행사는 ‘청년 통일·안보 활동 방향 결의문’ 도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2박 3일 동안 이뤄진 통일·안보 분야 토의를 토대로 △평화와 안보의 유지와 증진 과정에서 청년의 참여와 역할 확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 동참 △북한의 한반도 긴장 고조 행위 중단 촉구 △국내외 청년들과의 연대와 협력 △사회 통합을 위한 노력 등을 골자로 한 결의문을 이끌어낸 것이다.
1993년생 최은하 울주군협의회 청년자문위원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데도 북한과 통일에 관해 고민하는 지점이 일치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남 창원에서 온 이주철 씨는 “북한과 통일 문제를 풀기 위해 앞으로도 새로운 정책을 사색하고 몸으로 움직이는 청년들을 발굴해서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