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12021.11

2021년 10월 19일 미국 브래드 슈나이더 연방 하원의원을 만나 평화공공외교를 펼친 이석현 수석부의장

분석


미·중 전략경쟁 속 평화공공외교,
국가별 특성 고려한 다층적 활동 추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 바람직한 평화공공외교의 방향을 제안한다.


2021년 3월 26일 휴스턴협의회, 앨 그린 연방 하원의원 초청 이산가족 상봉법안 설명회 및 평화통일 강연회

  21세기 들어 전통적인 국가 간의 외교활동에 더해 ‘공공외교’의 역할과 의미가 점차 확대되어 왔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조류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평화공공외교’라는 개념이 새로이 나타났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도 2021년 『문답으로 알아보는 평화공공외교』 소책자를 발간하며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였다.1)

1) 박종철 외. 『문답으로 알아보는 평화공공외교』 민주평화 통일자문회의(2021년 6월).
* 책은 평통 홈페이지(www.puac.go.kr) 발간자료에서 볼 수 있다.


  이 책자에서는 평화공공외교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아시아, 북미, 유럽,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지구촌 각 지역의 주요 상대국들을 대상으로 한국이 평화공공외교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기술하였다.

  이 글에서는 동 소책자의 내용과 당시 집필 과정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먼저 평화공공외교의 정의와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미국과 중국에 대한 평화공공외교의 현황과 바람직한 추진 방향을 제안한다. 미·중 전략경쟁 구도가 점차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안착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한 평화공공외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통일외교와 평화외교 결합된 평화공공외교
  전통적인 외교는 국가가 목표와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의 수단으로 수행하는 대외활동을 말한다. 국가 간의 외교는 유럽에서 종교 및 정치적 세력 대립이었던 ‘30년 전쟁’을 마무리하며 체결된 1648년의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근대 주권국가 중심의 국제정치체제가 갖춰지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21세기 들어와서는 외교의 주체 및 대상이 다양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교업무를 담당하는 정부의 공식 부처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및 NGO와 기업 등이 포함된 민간영역에서도 외교활동이 나타났다. 외교의 대상도 국가뿐 아니라 국제기구, 전문가 집단, 언론, 일반 국민 등으로 점차 확대되어 갔다. 이러한 현상은 다수의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 증진을 위해 국제사회와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자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공공외교를 점차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2019년 가을 광저우협의회, 평화통일 염원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

  한국도 효과적인 공공외교를 추진하기 위해 2016년에 「공공외교법」을 제정한 후, 제1차 대한민국 공공외교 기본계획(2017~2021)을 수립·실행하고, 공공외교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해 왔다. 특히 「공공외교법」 제2조에 따르면 공공외교를 ‘국가가 직접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과 협력하여 문화, 지식, 정책을 통하여 대한민국에 대한 외국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의 외교에는 그간 ‘통일외교’와 ‘평화외교’라는 개념이 있었다. ‘통일외교’는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통일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조성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대외활동을 가리킨다. ‘평화외교’는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대외활동이다. ‘통일외교’와 ‘평화외교’가 공공외교와 결합되면서 ‘통일공공외교’와 ‘평화공공외교’로 확대되었다.

  ‘평화공공외교’의 목표는 다양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국가별로 정부의 형태와 정치 문화, 사회체제, 시민사회의 영향력, 언론의 역할 등에 많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언론과 국민의 여론 그리고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정부의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반면 독재 또는 권위주의 국가들에서는 이들의 영향력이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정부의 공식적인 외교만으로는 다양한 국가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복합적이고 효과적인 평화외교를 전개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따라서 민간 영역이 주도하는 평화공공외교는 정부의 평화외교와 긴밀히 협력하며 해당 국가의 특성을 반영하며 다층적 대외활동을 펼친다면 더욱 큰 성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주도하는 평화공공외교는 정부의 평화외교와 긴밀히 협력하며 해당 국가의 특성을 반영하며 다층적 대외활동을 펼친다면 더욱 큰 성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는 최근 한반도 정세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미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어떠한 방식의 평화공공외교를 펼치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미 및 대중 평화공공외교의 접근방식과 내용은 무엇일까.

2020년 10월 24일 달라스협의회, 온라인 평화 코리안 페스티벌

2021년 3월 23일 온라인 평화공공외교 아카데미 강연 중인 배기찬 사무처장

대미 평화공공외교: 여론 주도층 대상으로 쌍방형 소통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사안으로 부각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착은 미국 사회 내에서도 관심 현안 중 하나가 되었다. 이로 인해 다수의 미국인들은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만약 북·미 핵협상이 진행되어 북 · 미관계가 개선된다면 미국인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특히 대북 인도적 지원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 지원에 긍정적인 미국인이 많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미국에 대한 평화공공외교는 우선 미국의 주요 거점 도시인 수도 워싱턴D.C.와 뉴욕, 한인이 밀집한 LA, 애틀랜타 등을 중심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대미 평화공공외교의 대상을 확대하여 정책적 영향력이 강한 의회 및 학계와 싱크탱크 등 전문기관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평화공공외교를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미국 현지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한인 젊은세대들과 협력하며 미국 내 다양한 NGO, 사회단체, 정치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외에도 청년층과 소장학자 등 젊은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일방적인 주장과 선전이 아닌 쌍방형 소통을 통해 미국인들의 공감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국 정부 및 의회의 인사들에게 한반도 평화의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협력의 필요성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북·미관계의 진전을 위해 한국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정부의 공식적인 외교만으로는
다양한 국가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복합적이고 효과적인 평화외교를 전개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따라서 민간 영역이
주도하는 평화공공외교는 정부의 평화외교와
긴밀히 협력하며 해당 국가의 특성을 반영하며
형태로 다층적 대외활동을 펼친다면 더욱 큰
성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26일 로스앤젤레스협의회 여성자문위원들이 개최한 역량강화 간담회.
이날 간담회에서 여성자문위원들은 공공외교와 한반도 평화정착 활동에 나서자고 뜻을 모았다.

대중 평화공공외교: 유기적인 협력 기반 만들고 지역 특성 반영
  중국은 미·중관계로 대표되는 국제질서 구조의 관점에서 한반도 정세를 바라본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어 자국의 안보와 경제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한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를 반대하고 억제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원칙적으로 동의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해지는 상황은 바라지 않는다. 미국과 치열한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북한이라는 전략적 완충지대의 상실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인식을 감안할 때 한국의 대중 평화공공외교는 우선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평화외교’ 중심의 틀에서 변화해 한국의 정부기관, 지자체, 공공연구기관, 민간단체, 재외동포 네트워크 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평화공공외교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평화공공외교의 대상 지역을 다각화하여 지역별 특성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한국의 대중 평화공공외교가 집중되었던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도 좀 더 특화된 주제를 선정할 필요가 있으며, 성급 지방정부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대중 평화공공외교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중국 대외 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미·중관계 혹은 국제정치 연구자들로 대상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한국의 ‘한류’를 포함한 소프트파워와 연관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개발된 콘텐츠들을 활용할 SNS, 동영상, 화상회의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10일 칭다오협의회는 청소년들의 통일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청소년동아리 ‘유스평통’ 발대식을 열었다.

  대중 평화공공외교는 우선 한반도 평화, 특히 한반도 분단체제의 극복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 평화’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한반도 평화가 중국의 지속적 경제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중국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긴장 완화와 경제협력을 촉진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공감을 유도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중견 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적인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착, 그리고 통일로 나아가는 기반을 쌓기 위해 ‘평화 공공외교’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이 한반도 정세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최근의 상황에서 양국을 대상으로 하는 ‘평화공공외교’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글이 평화공공외교에 대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내외 자문위원들의 이해를 높이고 향후 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