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협의회를 만나다
중동부유럽협의회
“유럽의 중립지대에서
남북을 잇는 평화의 다리가 되겠습니다”
제20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는 평화공공외교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조직을 확대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신설된 중동부유럽협의회는 기존 북유럽협의회에 소속되어 있던 일부 동유럽 국가들과 모스크바협의회에 소속되어 있던 우크라이나 등 총 13개 국가 52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됐다. 중동부유럽협의회에 포함된 국가들은 대부분 남북 동시 수교국으로 남북의 만남이 자연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중동부유럽협의회 자문위원을 화상으로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0월 1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한인문화회관에서 제20기 평통 중동부유럽협의회 출범식이 열렸다. 코로나19와 방대한 지역을 관할한다는 지리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전체 자문위원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모였고, 미처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위원은 온라인으로 함께했다. 중동부유럽협의회 자문위원들은 신설된 협의회인 만큼 모범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중동부유럽협의회 출범회의
다국가 협의회의 특징 살려 협력의 면과 활동의 폭 넓혀 나갈 것
  중동부유럽협의회는 루마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북마케도니아, 불가리아, 스위스,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체코, 크로아티아, 폴란드, 헝가리 등 총 13개 국가에서 52명의 자문위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지회와 12개국의 분회로 구성돼 있다.
  정종완 중동부유럽협의회장은 “서유럽과 달리 동유럽 국가는 공산주의를 경험하며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더뎠지만 최근 EU로 편입되며 활발한 경제, 산업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북유럽협의회, 남유럽협의회에 더해 중동부유럽협의회가 생기면서 삼각 편대가 만들어졌는데, 자문위원과 사무처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활동을 적극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문위원들은 다국가로 구성된 협의회라는 특징이 평화공공외교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될 수도 있지만, 활동의 폭과 협력의 면을 넓히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성애 여성분과위원장은 “각 나라마다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도나 이해도가 달라서 활동에 대한 지지를 얻는 것이 쉽지 않지만, 오히려 이 점을 잘 이용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평화공공외교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동석 청년분과위원장은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어 모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제19기부터 코로나19로 온라인 행사가 활성화됐기 때문에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며 잘 소통하면 다양하게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중동부유럽협의회 출범회의
개별 국가는 지역에 맞게, 전체는 평화를 향해
  제20기 들어 신설된 협의회지만 평화공공외교의 주역으로서 활동해 나가겠다는 목표와 열정은 여느 협의회 못지않다. 이덕호 오스트리아분회장은 “자문위원들이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평화통일 공공외교를 펼쳐나갈 생각에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있다”며 자문위원들의 각오를 전했다.
  중동부유럽협의회는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 동포사회와 함께하는 평화통일 공공외교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내년 1월 중 오스트리아를 시작으로 체코, 폴란드,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에서 평화통일 기원 신년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협의회 소속 지회와 분회를 순회하며 정기회의를 개최하는 등 자문위원들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듣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고려인이 많은 우크라이나지회는 교육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윤동 우크라이나지회장은 “8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고려인 후손이 4대까지 이어져 살고 있는데, 이들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매년 청년포럼을 개최해 한반도의 분단에 대한 이해를 도우며, 왜 평화통일 활동을 해야 하는지 등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20기 평통에서 강화된 청년과 여성 활동과 관련해서는 교육과 본질에 충실한 활동을 하겠다는 포부가 전해졌다. 한글학교 교장이기도 한 한성애 위원장은 “여성의 비율이 40%로 늘어난 상황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면서 아이들의 교육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평화로운 한반도의 주역이 되어 사회를 이끌어나갈 아이들을 교육하는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며 “평통이 평화통일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김동석 위원장은 협의회에 소속된 22명의 청년 위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자문위원들은 대한민국의 평화통일 정책 방향을 숙지해 동포사회와 현지인에게 전달하고, 현지인과 동포사회의 여론을 우리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만큼, 평통의 사명을 잘 이해하고 반영하는 활동을 한다면 어떤 것이든 가치 있고 의미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촉장을 수여받은 자문위원들
위촉장을 수여받은 자문위원들
  방대한 국가가 모였다는 것 외에도 중동부유럽협의회는 소속된 국가 대부분이 사회주의 국가였다는 특징이 있다. 남북 모두와 동시에 수교를 맺고 있는 국가가 대부분이고 북한 대사관이 있는 나라도 있다. 북한에서 유학 온 음악인들도 있고, 대학교에는 북한어학과가 먼저 생기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현지인들도 어느 한편에 서기보다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를 보는 경향이 많다. 한국의 입장만 강조하면 반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문위원들의 고민도 많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립지대의 역할은 무엇일까?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는 김종호 간사는 “북한 사람들을 종종 만나지만,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고 북한 주민들이 사소한 접촉도 꺼리며 2~3명이 함께 움직이는 등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어 일방적인 제안이나 접촉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종완 회장은 “아직까지도 동구권에서는 북한과 친분이 있는 국가가 있고, 거주 기간이 오래된 교민들은 현지 국적을 가지고 있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며 “정치·경제적인 제재로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적지만, 인도적 측면에서 이곳의 동포들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밝혔다. 한성애 위원장은 “우리의 역할은 정치적인 것보다 생활 속에서 인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어느 사회에나 있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반도 평화 도시락을 나누는 등 우리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는 한국과 오스트리아가 수교한 지 129년이 되는 해이다. 양국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한인사회의 뿌리도 깊다. 오스트리아만 해도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한인사회가 있고, 이들은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이제 그 2세들이 중견기업이나 전문직에 진출하고있다. 최근에는 K-문화, K-푸드 등 한류의 영향으로 현지 한인들도 바빠졌다. 한국식품관을 운영하는 정종완 회장은 최근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물품을 찾는 현지인들이 많아 이를 공급하기 위해 더 분주해졌다고 한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과 영향력에 따라 한인들의 역할도 커졌다.
  정종완 회장은 “이 작은 나라에서 유럽을 선도할만한 기업을 이끌고 있는 동포들이 있고, 이들이 주축이 되어 행사를 하고 규모 있는 음악회를 열거나 장학금을 주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평통 협의회, 한인회, 대사관이라는 세 기관이 화합하고 협력하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설된 협의회지만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중동부유럽협의회가 한반도와 각 국가를 잇고, 동포사회와 현지인을 연결하고, 더 나아가 남과 북을 연결하는 평화의 다리가 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