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12021.11

평화통일 현장


통일에 새로운 상상을 더하다
실감미디어로 바라본 통일교육



  4차 산업의 등장과 함께 우리의 삶도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핀테크, 가상현실을 활용하여 어제보다 더 편리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초기 가상 현실은 고가의 하드웨어와 양적·질적 콘텐츠 문제로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언택트 환경으로 변화하자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XR(확장현실, eXtended Reality)을 넘어 메타버스(metavers)까지 현실과 가상을 잇는 실감미디어 서비스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가상현실이라는 공간 속에서 실제와 비슷한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실감형 콘텐츠는 문화, 교육, 금융, 건설, 의료, 국방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되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고사양 하드웨어가 등장하고, 5G 통신을 통해 고용량·고품질 콘텐츠가 제공되면서 몰입감을 높이고 자유로운 상호작용을 통해 사용자의 경험적 영역도 확장되고 있다.

VR로 본 강화도 민통선 지역

실감미디어를 활용한 통일교육의 모습
  이러한 실감미디어는 통일교육 분야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운영 중인 ‘KTX VR 통일열차’와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북한으로 떠나는 기차여행 ‘PTX 통일교육’ 등 실감미디어를 활용하여 북한에 대한 이해,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가치관 및 한반도의 미래 지향적 사고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실감미디어를 활용한 통일교육은 기존 교육과 다른 매력이 있다. 가상현실에서 실제로 보고 느낄 수 없는 북한의 다양한 모습을 실감미디어 콘텐츠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세대들이 경험하지 못한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아픔뿐만 아니라 북한의 생활문화를 가상으로 경험함으로써 평화와 통일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쉽게 이해하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남과 북의 모습을 보며 민족공통성 회복 등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비록 가상현실이지만 이렇게 체화된 경험이 쌓이면 기존 통일교육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통일교육의 패러다임을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통일부와 평통 및 유관기관에서 다양한 실감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신기술을 적용한다고 해서 성공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어렵다. 실감미디어는 스토리텔링, 콘텐츠, 하드웨어가 유기적으로 구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기획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도 연동되는 하드웨어가 받쳐주지 못하거나, 반대로 기술에 비해 콘텐츠 구성이 좋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가볼 수 없는 곳을 가상의 공간에서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보니 보통 사람들은 통일교육을 실감미디어로 구현하면 북한의 생활문화, 북한의 주요 관광지를 가상현실을 통해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결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화엄동굴

  첫째, 북한에 대한 검증되고 승인된 최신 자료나 고해상도의 사진·영상의 확보다. 콘텐츠는 요리와 같다. 좋은 재료를 써야 좋은 음식이 나오듯, 좋은 원천자료를 확보해야 가공과 편집을 통해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

  둘째, 시대에 맞는 통일교육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다. 과거와 달리 통일 담론이 안보·반공이 아닌 평화통일로 변해가고 있다. 더욱이 통일이 불필요하다는 등 부정적인 생각과 의견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ICT 기술만으로 현세대들에게 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기는 어렵다. 따라서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실감미디어 기반 통일교육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다. 통일과 교육 그리고 기술이 합쳐지다 보니 편향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재미와 학습 그리고 기술적 표현에 따라 오히려 잘못된 인식과 편견이 양산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한 실감미디어에 통일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교육이라는 사명이 더해져 잘못된 북한의 모습이나 행동을 표현할 수 있기에 관·산·학·연 공동의 연구가 필요하고 꾸준한 논의를 통해 미래 통일 교육의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느끼는 통일교육에서의 실감미디어는 공간과의 유기적 연계성이다. 어릴 때 부모 손을 잡고 갔던 여행지에는 늘 비행기, 탱크, 장갑차 모형이 있고 그 옆에는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있었다. 그때는 그게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당시 통일교육의 핵심은 반공교육이었으며 안보교육이었으니 생활 속에서 반공이 체화되었다. 부모가 된 지금, 아이들을 데리고 임진각 나들이를 떠났다. 아이들이 “아빠 어디가?”를 물었을 때 “곤돌라 타러”라고 답했다. DMZ와 철조망, 평화의 도보다리, 갤러리 그리브스의 전시물과 미디어아트를 통해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고 싶어 임진각 평화누리광장의 곤돌라를 타고 DMZ 민통선 구간을 넘었다.

VR체험을 하는 학생들

공간, 공존 그리고 공감의 통일교육
  현재 실감미디어를 통한 통일교육은 HMD(Head Mounted Display), 시뮬레이터 등 장비의 문제로 개인화보다는 특정 장소에서만 이루어진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의 통일교육이 전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때 이러한 공간 속에서 스토리텔링, 미디어아트 등을 접목하여 지속적인 참여형 실감미디어 콘텐츠가 제공되어야 한다. 공(空)간의 통일교육을 사람이 함께하는 공존·공(共)감의 장소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그거 봤어”가 아니라 “그걸 느꼈어”라고 체화되는 통일교육을 담아낸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참 빠르게 변하는 사회다. 대한민국은 근대화된 지 겨우 100여 년 만에 무섭게 성장했다. 그에 비해 느리게 변화하는 게 통일교육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통일교육이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당장의 통일은 어려울지라도 평화에서부터 천천히 시작되는 것이라 믿고, 오늘도 나는 여권만 있으면 왕래가 자유로운 평화 한반도를 꿈꾼다. 그동안은 아쉽지만 여러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구축된 Well-made 실감미디어 통일교육으로 통(通)하길 바란다.

이일섭 (주)포이드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