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12021.11

국제


대중 견제 위한 AUKUS의 탄생
한국의 입장 견지하는 외교안보 정책 필요



미국·영국·호주의 외교안보 3자 협의체 AUKUS가 신설됐다.
AUKUS를 중심으로 한 안보파트너십과 국제질서의 변화를 살펴본다.


  2021년 9월 15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영국, 호주 3개국이 참여하는 ‘AUKUS’ 동맹의 출범을 전 세계에 공표했다. 백악관 발표 현장에는 호주의 모리슨 수상과 영국의 존슨 수상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영어권 국가로 이루어지고, 인도·태평양지역을 활동 범위로 하는 새로운 동맹체제가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AUKUS의 국제정치적 위상은 무엇이고 앞으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동북아지역에 속한 국가이자 AUKUS의 중심에 있는 미국과 동맹을 맺은 국가로서, 그리고 AUKUS 동맹의 핵심 과제로 호주에게 건네질 핵잠수함에 관심을 가진 국가로서, 한국의 눈길이 AUKUS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앞서 제기된 질문에 대한 답이 쉬운 것은 아니다. 3국 정상의 발표가 이 질문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UKUS에 대한 3국 정상의 짧은 언급과 역내 국제정세의 최근 전개 방향 등을 고려해볼 때 AUKUS의 성격과 역내에서의 역할 등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AUKUS의 위상과 역할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AUKUS, 인도·태평양지역의 군사적 핵심 역할 예상
  먼저, AUKUS의 성격을 살펴보자. AUKUS는 한마디로 군사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 3국 정상이 AUKUS를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 및 안전 확보에 필요한 공동의 노력을 목표로 결성된 군사동맹이라고 지칭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AUKUS 동맹은 향후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군사적 역할, 특히 중국 대항에 필요한 핵심적인 군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최근 들어 동일한 가치를 가진(like-minded)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기존 또는 신규로 결성된 미국 중심의 협력체가 중국을 견제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양자 동맹, 쿼드(Quad) 및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등이 그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안보 협력체를 통해서 중국에 대항하고 동맹 및 파트너 국가 등의 협력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협력체에 속해 있거나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이 지역 내의 국가들이 유사시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중국에 대한 결사 대항 의지가 부족하거나 분쟁지역에 군사력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으면서 쿼드에 속한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일본은 미국을 도와서 중국에 대항하고자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또한 상당한 군사력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밀접한 경제 관계와 ‘전수방위’ *라는 헌법적 제약으로 인해서 남중국해나 대만 등지에서 물리적 분쟁이 실제로 발생한다고 할지라도 미국 지원을 위해서 자국 군사력을 전개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는 실정이다.   동맹국인 한국도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북한 문제로 남중국해 및 대만 등지에서 벌어지는 대중국 분쟁에 개입하기를 꺼리기 때문에 유사시 미국에 별 도움을 못 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인도 및 아세안 국가 등은 최근 중국과의 크고 작은 분쟁을 경험한 후 중국에 대해 대항 의지를 다지고 있으나 해양 군사력 전개에 필요한 실제 군사 능력의 부족으로 유사시 분쟁지역에서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수방위
일본이 채택한 수동적 방어에 입각한 국토방위 전략 개념.
“일본은 상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하고, 방위력 행사의 양태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저한도에 머물게 하며, 보유하는 방위력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저한도로 한정한다.”
- 1989년 일본 〈방위백서〉


  동맹국인 한국도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북한 문제로 남중국해 및 대만 등지에서 벌어지는 대중국 분쟁에 개입하기를 꺼리기 때문에 유사시 미국에 별 도움을 못 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인도 및 아세안 국가 등은 최근 중국과의 크고 작은 분쟁을 경험한 후 중국에 대해 대항 의지를 다지고 있으나 해양 군사력 전개에 필요한 실제 군사 능력의 부족으로 유사시 분쟁지역에서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군사력과 대중 대항 의지 갖춘 호주와 영국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호주와 영국이 유사시 자국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이들 국가가 중국에 대한 뚜렷한 대항 의지와 상당한 해양 군사력 전개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의지를 살펴보자. 호주는 최근 석탄 및 식료품 등에 대한 중국의 수입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강력한 대항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반면 중국의 대호주 투쟁 의지는 중국 내 석탄 부족과 그로 인한 전력 공급 제한이 가시화되면서 오히려 저하되는 실정이다.

  영국도 화웨이와의 20년 파트너십을 깨트리고 미국 이외의 국가로는 처음으로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대결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였다. 또한 영국은 앞장서서 중국의 홍콩보안법 입법을 반대하기도 했다. 브렉시트와 코로나19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이러한 영국의 정책은 아마도 막강한 대중 대결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국에 맞서려는 호주와 영국의 의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난 9월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보리스 존슨(오른쪽)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왼쪽) 호주 총리와
화상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AUKUS 발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이 국가들은 대중국 투쟁에 적합한 상당한 군사력 전개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은 2021년 5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퀸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을 인도·태평양지역으로 출항시켜 인도, 싱가포르, 한국 및 일본 등에 기항시킨 바 있다. 이 전단에 포함된 군함 2척은 퀸엘리자베스 항공모함이 영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이 지역에 계속해서 배치될 전망이다.

  호주 역시 상당한 해양 군사력 전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는 자국의 구축함을 유엔 평화유지군 및 다국적군 활동에 파병함으로써 자국의 해양 군사력 전개 능력을 충분히 증명한 바 있다. 또한 호주는 다른 나라와 공동으로 정기 또는 비정기 연합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해돌이-왈라비 해군 연합훈련도 그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호주와 영국은 강한 대중국 투쟁 의지와 군사력 전개 능력을 바탕으로 유사시 미국을 지원하기에 적합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또 영국과 호주는 이제까지 양자 동맹, 나토, 파이브 아이즈 및 쿼드 등의 활동을 통해서 미국과 호흡을 맞추어 왔기 때문에 특별한 신뢰구축 조치 없이도 상호 신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국가이다. 이것이 미국이 영국 및 호주와 함께 AUKUS 동맹을 결성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향후 AUKUS 동맹은 무엇보다도 중국과의 대결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중국에 대한 국제적인 공동 대응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및 공급망 협력 요구 등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형국에서 가치와 관련된
안보원칙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국익이 달린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만의 입장을
견지하는 외교안보 정책이 필요하다.

군사협력 뛰어넘는 동맹으로 발전 가능성
  향후 미·중 분쟁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은 대만해협,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등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AUKUS 국가들은 힘을 합쳐 군사적으로 중국에 대응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호주의 핵잠수함 보유를 추진할 것이라는 3국 정상의 발표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핵잠수함 보유가 호주의 해양 군사력 전개 능력을 크게 증대시킴으로써 대만해협,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등의 분쟁에서 미국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잠수함 기지는 호주 남서부의 퍼스(Perth)에 위치한 HMAS 스털링(Stirling) 해군기지이다. 그런데 미국의 연구소 CSBA(Center for Strategic and Budgetary Assessment)에 의하면 만약 동아시아의 열점 지역(flash point)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호주 HMAS 스털링 해군기지에서 출발한 재래식 디젤 잠수함의 작전 지속 기간은 남중국해 작전의 경우 11일, 말라카해협 작전의 경우 14일, 인도네시아 근해 작전의 경우 28일 정도이다. 더구나 디젤 잠수함에 의한 동중국해 작전은 너무 원거리라서 작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반면, 호주가 핵잠수함을 보유한다면 같은 기지를 출발한 호주 핵잠수함의 작전 지속 기간은 남중국해 작전의 경우 77일, 말라카해협 작전의 경우 78일, 인도네시아 근해 작전의 경우 83일, 동중국해 작전의 경우 73일 정도이다. 핵잠수함의 작전 기간이 디젤 잠수함의 작전기간 대비 훨씬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핵잠수함을 보유한 호주는 동아시아 열점지역의 분쟁에서 훨씬 빠르면서도 장기간에 걸쳐 미국을 지원함으로써 중국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호주가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된다면 동아시아 열점 지역 분쟁에서 미국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국가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호주 남서부의 퍼스(Perth)에 위치한 HMAS 스털링(Stirling) 해군기지 ⓒ호주 해군

  더군다나 AUKUS는 군사협력을 넘어서 다방면으로 중국에 대응하는 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3국 정상이 AUKUS를 안보동맹을 넘어 기술, 과학, 산업에 걸친 포괄적인 파트너협력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산업적 특성만 놓고 보면, 반도체나 연료전지 등의 분야에서 호주나 영국이 미국과 공급망 협력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양국의 산업구조가 반도체나 연료전지 등에 특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협력과 과학기술협력 등에서는 상당 정도의 협력에 이를 수 있으리라고 예상된다.

  미국과 호주는 한국과 2+2 외교·국방장관회담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지구상의 단 2개 국가이다. 한국과 안보적으로 매우 밀접한 국가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 국가와 대중국 위협인식을 강하게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대중국 문제에 있어서 이들 국가와 보조를 맞출 필요는 없다. 핵잠수함에 필요한 연료를 획득하려고 이들 나라의 대중국 정책에 동조한다면 이도 우스운 일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만의 지혜로운 외교안보 정책이 요구된다. 중국에 대한 국제적인 연합대응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및 공급망 협력 요구 등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형국에서 가치와 관련된 안보원칙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국익이 달린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만의 입장을 견지하는 외교안보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우리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의 틀을 벗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미래전략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