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민주평통 ②
상하이협의회
통일 골든벨, 8개국 청년· 여성 초청 통일한마당
“韓·中 미래세대가
통일 공공외교 디딤돌 되길”
“이것은 남북한 언어 통일을 목적으로 만든 한반도 최초의 국어대사전입니다. 2004년 남북이 사전 편찬 의향서를 체결하고 2019년 4월 완성했는데요. 총 30만 개 이상 어휘를 수록한 이 국어대사전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문제가 나오자 참가자들이 웅성거렸다. 한참 고민 끝에 각자 답안을 적기 시작했다. 10초 후 진행자가 답을 발표했다.
“정답은 ‘겨레말 큰사전’입니다.”
정답을 맞힌 청소년들은 머리 위로 화이트보드를 올려 흔들며 함성을 내질렀다. 오답을 적어 탈락한 청소년들은 자리를 떠나야 했다. 아쉬움과 허탈함에 청소년들 입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봄 상해한국학교 강당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상하이협의회 주최로 열린 ‘2022년 중국 상하이 청소년 통일 골든벨 예선’ 현장 풍경이다. 참가자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고 자란 재외동포 2~3세지만, 민주평통 사무처가 제작한 ‘평화통일 골든벨 문제’를 공부하며 한국 역사와 문화를 익혀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어낸다고 한다.
대회 참가 청소년들이 남긴 소감도 “통일 골든벨 대회를 준비하면서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통일을 염원하고 대한민국 역사를 공부하는 재외동포 친구들과 사귀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 “각자 자리에서 꿈을 이뤄 고국의 평화통일에 이바지하는 인재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비전을 되찾았다” 등 호평 일색이다.
이동한 민주평통 상하이협의회장은 “통일 골든벨은 남북한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청소년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공부하기 안성맞춤”이라며 “통일 골든벨 대회 참가를 계기로 한국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평화통일 필요성과 중요성도 깨닫게 됐다고 말하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말했다.
2021년 12월 2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8개국 청년·여성과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통일 토크 한마당’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상하이협의회 제공)
상하이협의회는 올해도 5월 13일 통일 골든벨 대회를 포함한 ‘제11회 청소년 통일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2013년부터 매년 열리는 이 행사엔 청소년 500여 명이 참가한다. 학생들은 퀴즈실력을 겨룰뿐 아니라 통일 그림 대회, 통일 글짓기 대회, 장기자랑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긴다. 축제 기간 응원석을 가득 메운 학부모 등 응원단이 플래카드와 피켓 등 각종 도구를 이용해 대회 참가 청소년들의 힘을 북돋아주는 것도 볼거리다.
이후진 우한지회장은 “해외에서 생활하는 재외동포는 대개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청소년과 청년들도 한반도 분단 역사와 통일 필요성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청소년 통일 축제는 평화통일 미래세대를 육성하고 한국인의 뿌리를 잊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2008년부터 중국에서 중고등학교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8개국 청년·여성 초청해 공공외교 증진
상하이협의회는 중국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 후난성, 후베이성, 허난성, 장시성, 우한시 등을 포괄하는 큰 조직이다. 전체 자문위원(70명)의 70%가량이 청년과 여성인 점도 특징이다. 2019년 말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상하이협의회는 해외 평화통일 홍보 포스터 및 캐릭터 공모전, 독도의 날 기념행사 등을 잇달아 개최하며 평화통일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고 지지기반을 확충하며, 평화통일 활동 반경을 세계로 확장하기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2021년 12월 28일 상하이 아티젠호텔 문화홀과 디너홀에서 개최한 ‘8개국 청년·여성과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통일 토크 한마당’ 행사는 상하이협의회의 평화통일 공공외교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날 상하이협의회는 상하이에 거주하는 세계 각국 청년을 초청해 한반도 평화통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상하이는 아시아 경제·금융 허브 도시로,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외국인이 많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들에게 대한민국 분단 역사를 설명하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알리는 시간도 가졌다. 더불어 세계인이 생각하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남북 화합과 평화통일을 위한 지혜를 모았다. 배제진 상하이협의회 부회장은 “이 행사를 통해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사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공외교 필요성과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열린 ‘통일 염원 DMZ 평화의 길 순례’ 행사에 참가한 민주평통 중국지역회의 자문위원들. (상하이협의회 제공)
상하이협의회가 지난해 중국지역회의, 강원지역회의와 함께 기획한 ‘통일염원 DMZ 평화의 길 순례’ 행사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9월 말 코로나19 대유행이 잠잠해지자 상하이협의회는 광복 77주년을 기념해 DMZ를 걸으며 분단 역사를 돌아보고 치유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동혁 상하이협의회 간사는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과 중국 전문가를 초청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는 ‘한중 전문가 포럼’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원 상하이협의회 부회장은 상하이에 대해 “땅이 넓고 사람이 많아 세계 어떤 지역보다 통일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권국희 부회장은 “중국에 거주하는 청소년과 청년은 통일 미래세대”라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통일 방안에 대해 경청하고,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평화와 통일을 향한 상하이협의회의 열정이 어떤 미래를 빚어낼지 주목된다.
중국 상하이 평화통일 여행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
중국 상하이 황푸구 마당로 302호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임정) 청사는 1926년 3월 김구 선생이 임정 국무령에 취임한 후 1932년 4월 29일 윤봉길 의사 의거 후폭풍으로 항저우로 옮겨갈 때까지 사용한 건물이다. 임정 역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독립운동의 거점 구실을 했다. 바로 이곳에서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 집필을 시작하고, 비밀결사 한인애국단을 조직해 이봉창,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준비했다.
임정 청사는 3층짜리 벽돌식 건물로, 1920년대 중국 연립주택 특성을 보여준다. 1층 회의실에는 김구 선생 흉상 뒤로 대형 태극기 두 장이 교차해 걸려 있다. 왼쪽 벽에는 이승만, 박은식, 이상룡 등 역대 임정 수반의 사진이 걸려 있다. 2층은 김구 선생 집무실, 3층은 전시실로 구성됐다. 이 청사는 한때 중국 도시계획에 따라 훼손될 위기에 처했으나 2014년 5월 국가보훈처가 중국 당국과 전시물 개선에 합의하면서 재개관 작업을 거쳐 2015년 다시 문을 열었다.
매헌기념관
중국 상하이는 매헌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공원 의거가 일어난 도시다. 루쉰공원(옛 훙커우공원) 안에 건립된 매헌기념관에 가면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그날의 역사를 돌아보고 윤봉길 의사의 애국혼을 되새길 수 있다. 기념관은 약 66㎡(약 20평) 규모 2층 목조건물이다. 기념관 앞 광장 왼쪽 옥외전시관에는 윤봉길 의사의 출생부터 국내 활동, 중국 망명, 의거 등의 내용이 연대기적으로 전시돼 있다. 1층에는 윤봉길 의사 흉상, 의거 성과와 세계에 미친 영향 등을 설명하는 자료를 게시했다. 2층은 영상물 상영 및 교육장소로 활용된다. 루쉰공원 내 매원(梅園)에는 ‘윤봉길 의거 현장’이라는 표지석이 있는데, 실제 사건 무대는 표지석에서 100m가량 떨어진 장소라고 한다. 1932년 4월 29일 일제는 일왕 생일 및 전승 축하 행사를 그곳에서 열었고, 윤봉길 의사가 단상을 향해 폭탄을 투척해 조선과 중국 침략에 앞장섰던 군 수뇌부와 정관계 핵심 인물 다수가 사망했다. 윤봉길 의사의 거사는 독립운동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으며 조선과 중국의 항일연대에도 크게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