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92023.05.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20일 “미제와 남조선 괴뢰 역적들에 대한 치솟는 분노와 적개심으로 인민군대 입대,
복대(재입대)를 열렬히 탄원한 청년들의 수는 19일 현재 140만여 명에 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포커스

북한 청년 군 입대 탄원, 어떻게 볼 것인가?

대외적으로 대결 의지 과시,
대내적으로 청년세대 규율 강화 이중 노림수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최근 북한 전역에서 청년층의 입대 탄원이 빗발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성장한 ‘시장화 세대’인 북한 청년들의 입대 탄원에 담긴 의미를 짚어봤다.

올해 북한이 대남 전면전을 선포한 후 북한 전역에서는 3월 19일 기준 약 140만여 명의 청년이 북한군 입대 및 재입대(복대)를 탄원했다고 한다. 북한 노동신문은 3월 20일 자 2면 기사를 통해 “온 나라의 일터와 학원에서 거세차게 타번지는 청년들의 참군열의는 조국과 인민에 대한 열화의 사랑과 원쑤에 대한 서리발치는 증오로 조국사수전, 혁명보위전에서 빛나는 승리와 영예를 떨치려는 영웅조선 아들딸들의 높은 정신세계의 발현”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전국의 고급중학교(한국의 고등학교) 붉은청년근위대원 수십만 명”의 군입대 탄원뿐 아니라 이미 군대를 다녀온 근로청년의 재입대 탄원을 조명하며 “‘평양점령’을 줴쳐대며 이 땅우에 핵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원쑤들에게 무자비한 징벌의 철추를 내리고 조국통일대전의 승전포상을 제일 먼저 울려갈 애국청년들의 필승의 맹세”라고 그 의미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북한 전역에서 이어지는 ‘정치적 행사’
북한 각급 학교와 기업소 및 당·국가기구도 앞다퉈 청년 행사를 조직 중이다. 노동신문은 3월 22~23일 이틀 동안 북한 각지에서 소위 “미제와 괴뢰역적폐당의 무분별한 반공화국압살책동을 단호히 징벌하기 위한 청년학생들의 복수결의모임과 전시가요대렬합창행진”을 진행했고, 나아가 각 도·시·군 청년동맹일꾼들, 청년학생들이 참가한 모임에서 “청년들은 오늘의 준엄한 정세에 대처하여 투철한 반제계급의식을 지니고 반미, 대남 대결의 칼날을 더욱 서슬푸르게 벼리여갈 불같은 맹세를 다짐”했다고 보도했다.

청년들의 탄원 행사는 비단 군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현재 북한에서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건설돌격대 및 농촌돌격대 탄원사업을 비롯해 직업 또는 업무 분야와 관련된 탄원사업도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강원도와 함경남도 대학졸업생들은 험지인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와 최전연지대, 섬마을, 산골, 농촌학교들에 탄원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노동신문은 “당이 부르는 곳에서 청춘의 리상과 희망을 꽃피워가는 청년전위들의 자랑스러운 미풍이 위대한 전환의 해, 변혁의 해로 아로새겨질 올해의 총진군길에서 더욱 높이 발휘되고 있다”고 선전한다.

이렇듯 북한 전역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청년들의 대대적 탄원 흐름은 일종의 ‘정치적 행사’다. 이들 모두가 군대나 탄원 지역으로 바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탄원하는 청년들을 독려하고 영웅시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 북한 청년의 애국심과 집단주의 사상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역설적으로 북한 청년들의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진 상태에 대한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1960~80년대 북한에서 청년기를 경험한 북한이탈주민들은 실제로 청년들의 애국심이 현재보다 높았던 때는 이와 같은 탄원행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한다. 즉 군대, 농촌, 건설 현장 등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한 험지에 청년 노동력이 쉽게 동원될 경우, 이처럼 대대적인 탄원행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이다.
북한 전역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청년들의 대대적 탄원 흐름은
일종의 ‘정치적 행사’다.
역설적으로 북한 청년들의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진 상태에 대한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당국이 청년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탄원사업을 진행하는 의도와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대외적으로는 대남·대미 전면전을 선포한 상황에서 북한의 강력한 대결 의지를 선전하기 위함이다. 즉 북한의 대적 대결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최근 북한당국이 발표하는 각종 문헌과 담화에 이 목적이 그대로 표출된다. 또한 북한이 청년들의 탄원 실태를 대외 보도를 중시하는 국영 통신사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연일 보도·선전하고 있는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북한은 2017년 제6차 핵실험을 준비하며 군에 자원입대하는 탄원사업을 전개해 대내외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2017년 4월 7일 북한 인터넷 선전 매체 ‘메아리’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경고(2017. 3. 26.)에 호응하는 황해남도 청년 학생들의 조선인민군 입대·복대(재입대) 탄원 모임이 해주시에서 진행되었다”며 “참가자들은 악귀들의 무리가 (중략) 사상 최대의 전쟁 수단을 끌어들여 우리의 최고 존엄을 노린 ‘특수작전’ 놀음을 벌린다는 소식에 무쇠주먹을 분노로 떨었다. (중략) 청년들은 멸적의 총을 억세게 틀어잡고 특대형 도발에 미쳐 날뛰는 원수들에게 무자비한 징벌의 총탄을 퍼부을 의지를 굳게 가다듬으며 조선인민군 입대·복대를 탄원하는 서명을 하였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역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청년들의 대대적 탄원 흐름은 일종의 ‘정치적 행사’다.
역설적으로 북한 청년들의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진 상태에 대한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인구 3분의 1 차지하는 청년세대의 실체
최근 북한이 대대적으로 청년 대상 탄원사업을 벌이는 또 다른 의도이자 더 중요한 목적은 북한체제의 미래이지만, 북한당국 의도와 달리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있는 북한 청년에 대한 사상과 규율 강화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 시기 북한 청년세대와 그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의 청년세대는 북한 역사 중 주민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역사문화적 경험’인 대규모 기아, 즉 ‘고난의 행군(대략 1994~1999년)’ 이후 성장한 ‘시장화 세대’다. 국가기능 붕괴를 경험하며 시장경제에 기초한 정체성을 구축한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북한체제의 근간인 국가배급이 거의 중단되고 주민들이 생존투쟁을 벌이면서 북한에 시장화 및 정보화가 아래로부터 본격화된 시기에 성장했다. 출생연도로 보면 대략 북한의 시장화 시기 유아~청소년기를 보낸 1984년 이후 출생자부터 현재 20대인 20~30대로 구성된다.

이들은 2023년 기준 약 2500만 명에 달하는 북한 인구 중 800만 여명에 달한다. 북한주민 세대 중 가장 다수다. 또한 김정은 집권 후 성장한 이들로 현재 북한 사회에 영향력을 크게 미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체제의 지속과 변화에 가장 중요한 집단이다.

이들의 대표적인 특징을 보면 첫째, 자유주의, 물질주의, 정보화와 과학기술 발전 추구, 유행과 소비 중시, 가족이기주의적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다. 둘째, 남자가 여자에 비해 약 5% 정도가 많고, 여전히 가부장적 권위주의 체제에 살면서 남성중심적 특성을 지닌다. 셋째, 북한의 군사력 발전, 핵무력, 호전적인 군사 정책에 동조하는 흐름이 부모세대에 비해 높다. 넷째, 자유를 추구하고 외부 정보에 민감한 특징을 보이나 호전적이며, 책임감과 체제불만 정도는 성년기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부모세대보다 미약하다. 전체적으로 집단보다 개인, 사상보다 물질 중시 경향이 두드러진 세대라 할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북한의 군입대 탄원은 내부적으로 북한청년들이 군대생활 등 집단 생활을 회피하려는 흐름을 바꾸어내기 위한 청년 대상 사상·규율 강화사업과 직결돼 있다. 이는 북한의 군복무 연장과도 관련이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월 13일 “강원도, 함경남도 대학 졸업생들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와 최전연지대(최전방지대),
섬마을, 산골, 농촌학교들에 탄원했다”며 이는 “자랑스러운 청년 전위들의 미풍이라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2000년대 이후 북한도 저출산 흐름이 현실화됐다. 또한 김정은 집권 후 군력을 첨단전략무기 중심으로 배치하고 노동력 상당수를 건설사업 등에 투입하는 정책이 시행됐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군복무 연한이 남성 7~8년, 여성 5년 수준으로 단축됐다. 이 상황에서도 군생활이 힘들고 복무 중 사상자도 상당해 뇌물 등을 통해 입대를 회피하는 흐름이 증대했다. 나아가 군경제가 위축되면서 중하층 주민들 사이에서는 입대한 자식들에게 생활비를 보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따라서 군대를 회피하는 경향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은 농촌과 건설 사업에 대규모 군력을 투입하면서 군 복무기간을 남성 10년, 여성 8년으로 연장했다. 북한당국은 대대적인 탄원운동을 통해서라도 이들의 군 복무를 독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되는 북한의 전국적인 대규모 탄원운동은 이러한 배경과 목적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4대 세습까지를 구상하는 상황에서 북한 청년들에 대한 ‘전체주의 사상과 생활 규율의 재구축’은 북한 체제 유지에 절실한 문제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정권 10년 이상의 통치와 정책에 대한 북한 청년세대의 이중성 및 양가성을 주목해야 한다. 필자가 10년 이상 면담한 북한이탈주민 구술 및 북한 문헌에 대한 비판적 독해에 기초할 때, 현재 북한 청년들은 김정은 정권의 집단주의 조직생활 강조, 한류를 포함한 비사회주의 검열·통제, 구조화된 뇌물 상황에 대해 매우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반면 김정은 정권의 ‘미제 척결 이념’과 미국과의 대결을 준비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 등 ‘호전적 우리국가제일주의’ 및 소위 ‘부패 간부 척결’을 기치로 한 간부 숙청에 대해서는 부모세대보다 높은 지지를 보인다.

그렇다면 ‘돈과 자유의 맛’을 본 북한의 ‘문제적 청년’들은 북한의 고전적 사상·규율·통제 정책에 흡수될 수 있을까? 김정은 정권은 청년세대를 견인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의 청년정책을 중시했으나, 8차 당대회 후 이들에 대한 사상교육·규율·통제를 전면화하며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행동 양상과 의식 변화 흐름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정보화 및 휴민트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한 북한 청년의 의식화와 조직화 사업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 청년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해, 물질문명에 대한 반응, 해외정보에 대한 내재화 양상 등을 중시하며, 북한의 미래와 체제 변화를 전망할 필요가 있다.
박 영 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