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회 탐방
경북 포항시 협의회
탈북민과 함께 지역사회와 함께
평화통일 공감대 확산에 주력할 것
6월 15일 토요일 오전 10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포항시협의회 건물 안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대부분 첫 만남인지 한동안 서먹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윽고 구수한 이북 말투로 한두 마디씩 서로 인사를 하다 보니 빙긋 웃음이 나왔다. 20~70대로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모두 포항 지역에 사는 북한이탈주민들로, 민주평통 경북 포항시협의회(회장 김승유)가 진행하는 짚풀공예 프로그램 ‘산이나 들이나 모두 다 꽃이야’에 참가한 이들이다.
짚풀공예 프로그램은 이날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9월 7일까지 3개월간 매주 토요일에 진행된다. 프로그램 요지는 짚풀과 라탄(Rattan, 동남아시아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야자과의 덩굴 식물로 줄기가 길고 질겨서 공예가구 재료로 많이 사용한다)을 이용해 일상생활 속에서 쓰일 소품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탈북민 ‘보금자리’ 사업의 일환
참가자들은 토요일마다 협의회 사무실로 와서 짚풀과 라탄으로 장식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만든다.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의 볏짚을 매만지며 자연스레 내가 사는 지역의 문화와 살던 고향 이야기를 공유하고 힐링하는 시간이 될 터다. 김주헌 짚풀공예가(한국짚풀공예협회 경북지회)는 “짚풀공예 시간에 볏짚과 소재들의 촉감을 느끼며 다양한 소품을 만들다 보면 삶의 만족감이 높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유 회장은 “탈북민이 감성적으로 교류하고 무언가를 완성해가는 보람을 느껴보며 우리 사회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김 회장의 설명이다.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며 누적된 스트레스를 풀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자기만의 소품을 만들며 낯설지만 해보고 싶었던 예술적인 경험을 하면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참가자들도 탈북과 대한민국 정착이란 공통된 사연을 갖고 있어서 동질감, 친밀감을 느끼며 서로서로 사회 적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더불어 포항 지역에 새로 뿌리내린 만큼 우리 지역도 알아보자는 의도도 담겨 있죠. 참가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한 마음을 회복하고 지역사회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습니다.”
짚풀로 완성된 목걸이.
탈북민 짚풀공예 프로그램은 지난 5월 27일 개소한 탈북민 생활상담소 ‘보금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보금자리는 탈북민이 취업, 법률, 인권, 노무, 부동산, 의료, 취업 등 문제에 대한 상담과 편의를 제공하는 생활상담소를 의미하고, 짚풀공예 프로그램은 탈북민이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세부 지원 사업인 셈이다.
포항시협의회는 보금자리 사업에 자체 조직의 자문위원를 비롯해 지역 내 전문가 인력 중 변호사, 노무사, 공인중개사 등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기로 했다. 포항시협의회는 김 회장과 홍필남 수석부회장 등 부회장단 7명, 간사, 분과위원장 8명 등 간부위원 17명을 포함해 모두 104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당연직으로 위촉된 광역·기초의원과 중소기업 대표, 자영업자, 시민·사회단체장 등이 주축이다.
짚풀공예를 배우는 한 참가자.
홍필남 수석부회장은 “보금자리 생활상담실을 열면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들이 대한민국 사회에 살아가면서 생기는 애로 사항을 해결하고, 생활의 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또 “같은 포항시민으로서 차별 없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진행된 짚풀공예 프로그램에서는 예비 교육 성격의 오리엔테이션 차원에서 간단한 강좌와 체험, 그리고 짚풀공예 맛보기로 목걸이를 만들어보는 순서를 가졌다. 참가자들은 개인 소개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의 바람,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등을 발표했다. 솔직담백하면서도 유쾌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에 참가자들은 박수와 웃음으로 화답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남한 적응기 풀어내며 한껏 가까워져”
참가자들은 한 꾸러미씩 담긴 형형색색 과자를 가지고 상상하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복했던 기억과 앞으로의 미래를 점쳐보기도 하고, 갖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을 갖가지 과자 재료로 만들어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다 만든 뒤에는 남은 과자를 나눠 먹으며 고향 이야기, 남한에 적응하면서 겪은 일, 함께 사는 가족 에피소드 등을 풀어내며 한껏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이윽고 짚풀로 목걸이를 만들어보는 순서가 됐다. 볏 짚단에서 대여섯 가닥을 잡고 가로세로 꺾어가며 모양을 만드는 손짓은 조금 서툴렀지만, 강사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옆 사람 것을 보아가며 금세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냈다. 작심한 듯 커다랗게 만든 이도 있었고, 목걸이는 작은 게 좋다며 적당한 크기로 매듭짓는 이도 있었다. 어느 것이든 정성 들여 만든 것임이 틀림없었다.
포항시협의회를 이끌어가는 김승유 회장(가운데)과 김의자 여성분과위원장, 박남문 부회장, 홍필남 수석부회장, 김상섭 간사(왼쪽부터) 등 임원진.
짚풀공예 프로그램을 마치고 만난 김 회장은 참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만족해한다는 말에 얼굴이 활짝 피었다. 지난달 보금자리 개소식과 탈북민 멘티·멘토 결연식을 가지며 탈북민 지원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진행된 행사라 많은 신경을 썼던 그였다.
“포항 지역에 230여 명의 탈북민이 거주하는데, 우리와 같은 포항 시민이자 같은 민족인 만큼 함께 살아가는 데에 힘이 되어주자는 것이 자문위원들의 생각입니다. 보금자리 사업과 멘토링 사업, 오늘 짚풀공예 프로그램 모두 연결돼 있는 사업이고, 또 앞으로도 계속 연계성을 가지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향후에는 체육, 음악, 미술 등 예체능 관련 단체와 협의해 탈북민들이 배움을 통해 삶의 보람을 느끼고 미래를 설계해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하루 빨리 사회에 정착하고 싶은 탈북민은 물론, 이들에게 도움과 배움을 이끌어줄 기관이나 단체의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통일 기원 포항해변마라톤대회’ 성공적 개최
포항시협의회는 매년 ‘청소년 평화통일 골든벨’ 지역대회와 ‘평화통일 청년 토론회’, ‘평화통일 기원 음악회’, ‘북한이탈주민 나라사랑 문화탐방’ 등 다양한 행사를 이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행사가 바로 매년 4월에 개최하는 ‘통일 기원 포항해변마라톤대회’다. 올해는 지난 4월 28일 열렸다.
포항시협의회를 이끌어가는 김승유 회장(가운데)과 김의자 여성분과위원장, 박남문 부회장, 홍필남 수석부회장, 김상섭 간사(왼쪽부터) 등 임원진.
포항 시내에서 해변도로로 이어지는 길을 코스로 한 마라톤대회는 2001년 첫 대회를 개최한 후 올해 22회째(코로나19 기간 중 2년 제외) 이어오며 전국 마라톤 동호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포항 일원의 수려한 풍경을 배경 삼아 건각을 자랑하는 대회라는 점에서 특별한 행사로 인정받고 있다. 또 대회 부대 이벤트로 펼쳐지는 ‘통일 기원 4행시 공모전’도 매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포항시협의회를 이끌어가는 김승유 회장(가운데)과 김의자 여성분과위원장, 박남문 부회장, 홍필남 수석부회장, 김상섭 간사(왼쪽부터) 등 임원진.
3회 대회부터 행사 기획과 추진을 맡아온 박남문 부회장은 “전국에서 오는 참가자들이 함께 달리며 통일에 대한 국민적인 희망을 널리 전하는 대회로 의미가 깊다”고 말하고, “통일 기원 마라톤이라는 콘셉트를 살려 이웃 도시들부터 북녘 땅이 닿는 곳까지 릴레이 형식의 마라톤대회가 열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김의자 여성분과위원장은 “포항시협의회는 한반도 평화통일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그동안 많은 사업을 추진해왔고, 탈북민의 정착과 생활수준 향상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며 “자문위원들이 높은 참여율로 솔선수범하니 좋은 사업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한편 6월 10일에 열린 포항지역 청소년 통일골든벨 예선대회는 포항시협의회 자문위원들의 열의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자문위원들은 활동력과 기획성 높은 사업으로 지역에서 한반도 통일의 공감대를 확산시켜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글 이 종 철 기자 | 사진 이 종 철 기자·포항시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