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가 간다Ⅱ
영국 최초 한인 부단체장
박옥진 킹스턴 부시장
“英 주류 사회와 한인 사회
함께할 방법 찾아야죠”
영국 런던 남서부 킹스턴자치구 의회는 5월 14일(현지시간) 전체회의에서 자유민주당 소속 한국계 박옥진(영어명 엘리자베스 박·57) 구의원을 부시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영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뽑힌 첫 한인 부단체장입니다. 킹스턴은 17만 인구가 살고 있는 런던 32개 자치구 중 하나입니다. 유럽 최대의 한인타운 뉴몰든이 있고, 난민으로 받아들여진 탈북자 900여 명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현직 간호사인 박 부시장은 2022년 구의원에 당선된 뒤에도, 이번에 부시장에 선임되고도 간호사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이기도 한 박 부시장은 영국협의회에서 공공외교분과위원장을 맡아 대한민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박 부시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낮엔 간호사, 밤엔 부시장… 시간 싸움이죠.”
- 런던 킹스턴 자치구 부시장이 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킹스턴 지역에서 그동안 열심히 해온 한인들의 적극적인 공동체 활동들이 인정받은 것 같고, 저 또한 지역 구의원으로의 활동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고 뿌듯합니다.
- 1996년 영국에 오셔서 간호사가 되신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처음엔 희극 프로덕션 공부를 하려고 영국에 왔었어요. 예술행정과 문화정책을 공부하고, 소극장에서 조명 디자인과 프로덕션 일을 병행했는데, 당시 KBS의 지구촌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영국 뉴스를 전하기도 했어요. 아이를 낳은 후에는 자연스레 지역사회 봉사를 하게 됐는데, 정신지체장애학교에서 활동했던 게 계기가 돼서 간호사 공부를 시작했죠. 2011년 45세에 킹스턴대학교에 입학해서 2014년에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금까지 10년간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부시장과 간호사 일을 겸직하실 수 있나요?
시간 싸움이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간호사로 근무합니다. 낮에 있는 행사는 시장님이 다니시고, 저는 주로 저녁 행사나 주말에 시장님이 불가능하신 일정을 대신해 활동하고 있어요.
취임식을 마친 박옥진 영국 런던 킹스턴자치구 부시장과 리즈그린 시장.
- 지난해 11월 찰스 3세 국왕이 뉴몰든 한인타운을 방문했을 때 직접 안내를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찰스 3세 국왕이 뉴몰든에 왔던 건 로열패밀리가 초대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맞이하기 위해서였어요. 한국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한인 사회를 좀 더 이해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날 비가 많이 내렸는데 국왕이 환영하는 인파들을 보고 우산 쓰기도 거부하고 모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첫인상부터 소탈한 할아버지 같은 느낌을 받았죠. 당시 지역 자선단체장들과 성공회 신부님들도 많이 오셨는데, 찰스 국왕이 한 분 한 분에게 질문하며 대화를 이끌어가셨어요. 또 국왕께서는 탈북자들의 탈북 과정에도 관심을 갖고 질문하셨는데, 북한의 인권 문제도 주의 깊게 들으셨어요. 그래서 영어가 되시는 탈북자들은 직접 대화를 나누고, 영어가 부족한 분은 제가 통역을 해드렸죠.
-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처음에는 부담이 컸어요. 이틀 전까지도 비밀리에 준비하며 동선을 체크하고 보안 상태 등 모든 부분을 점검하는 것을 보면서 막연히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서는 너무 편하게 대해주셔서 긴장이 풀렸죠. 덕분에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는데, 방문 후에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니 제가 굉장한 분을 만났던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웃음).
“구의원 재선 도전에 최선 다하고 싶어”
- 민주평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으셨다고 들었는데요?
대사관 추천으로 이번 기수에 처음으로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위촉됐습니다. 그리고 공공외교분과위원장을 맡게 됐는데, 저희 분과에서는 미래의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동·서독의 통일,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통일, 그리고 뉴몰든의 통일문화가 어떻게 정착해왔는지를 공부하고 있어요. 이걸 어떻게 적용해 통일을 준비할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부시장으로 일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되긴 했지만, 정말 좋은 점은 많은 단체들의 활동들을 보며 킹스턴에 대해 좀 더 세세히 알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이전에는 시민사회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한인 사회가 어떻게 네트워크를 이뤄가고 있는지 그 속사정까지는 몰랐는데, 지금은 영국 주류 사회에 한인 사회가 함께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역민들도 저의 역할을 뿌듯하게 여겨주시고 응원해주고 계시고요. 그래서 구의원 재선에 도전하고 싶고, 재선에 성공한다는 건 지역 주민들로부터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한 것을 인정받는다는 뜻이니 기회가 온다면 최선을 다해보고 싶어요. 한인으로서뿐 아니라 지역 내 다민족과 융화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글·박 진 희 제21기 청년자문위원 기자(북유럽협의회)
사진·박 옥 진 부시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