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102024.7·8

탈북민 정착 이야기Ⅱ

카드결제 시스템 서비스 기업
㈜엘티케이 이영철 대표

“탈북민이 편견 없이 더불어 사는 사회 꿈꿉니다”

한민족이지만 북한이탈주민(탈북민)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은 존재한다. 이런 편견을 깨고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과 사회 통합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탈북민들이 있다. 이영철 ㈜엘티케이 대표가 바로 그중 한 명이다.

이 대표는 2004년 대한민국의 품에 안겼다.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무선공학을 전공하고 20여 년간 해외 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2006년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서비스 업체인 ‘엘티케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공격적으로 영업에 매진했지만, 말투가 다르고 어딘가 어색한 모습에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늦은 밤까지 무수히 많은 점포와 기업을 찾아다녔지만 실적 없이 공치는 나날이 반복됐다. 다른 사람이라면 낙담하고 사업을 포기했을 법도 한데, 오히려 그는 이를 악물고 더 열심히 일했다.

특유의 성실함과 진솔함으로 다가가
“완전히 새로운 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어요. 사업 전에는 건설 노동, 대리운전, 식당 아르바이트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정말 살아가기 힘들구나’ 하는 걸 느꼈죠. 하지만 적응해내야 하는 일이었고, 사선을 넘기보다야 어렵겠나 싶었습니다. 사실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북한 말씨를 쓰고 얼굴도 거무잡잡한 사람에게 덜컥 카드결제 시스템 계약을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인정하고 나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영업 활동도 고되지만은 않았어요.”

카드결제와 포스기기 설치 사업을 하는 회사를 세운다는 말에 주변에 걱정하고 염려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이 대표는 ‘죄송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습관처럼 나올 정도로 특유의 성실함과 진솔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였다.

애초에 무선공학도인 그였기에 정보 습득이 빨랐고 학습 과정도 크게 단축됐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그는 차츰차츰 성과를 만들어냈고, 2007년 ㈜타이어뱅크의 전국 가맹점 계약으로 첫 결실을 맺었다. 400여 가맹점을 보유한 이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그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탈북민이 인정받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대한민국 국민으로
떳떳하게 설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겠습니다.”


“2007년에 전국 가맹점에서 사용할 카드결제 시스템 입찰이 진행됐는데, 우리 회사의 낙찰 확률은 거의 제로였죠. 설립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회사였고 실적도 턱없이 부족했으니까요.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제안 발표회)에서 승부가 난다고 생각하고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열정적인 자세, 사업에 대한 의욕을 담아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그것이 주효했는지 사흘 뒤 타이어뱅크 본사에서 축하 전화를 받을 수 있었어요(웃음). 그렇게 2008년부터 지금까지 타이어뱅크의 카드결제 시스템 설치와 관리를 맡게 됐습니다.”

이때 이 대표의 확신에 찬 모습과 진실된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은 타이어뱅크 측은 대전에 소재한 자사 건물 7층을 무상 임대해줬다. 이 대표도 전국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카드결제 시스템 운용 교육을 진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해 제공하는 등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현재 엘티케이가 카드결제 시스템을 관리하는 사업장은 1000여 개로 크게 늘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서 이 대표는 그동안 꿈꿔왔던 일을 하나둘씩 시작했다. 먼저 ‘미래를 위한 사랑나눔협회(약칭 미사협)’를 설립하고 그곳에 ‘남북행복가족봉사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 단체의 목표는 탈북민의 자립 지원활동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한민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탈북민의 자립은 사회 통합 차원에서 중요한 일이고, 훗날 통일한국의 마중물이 된다는 점에서 또한 중요합니다. 한편으로 탈북민도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대한민국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지원에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 크고 작은 도움에 감사할 줄 알고 기꺼이 손을 내밀 줄 아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인간상일 겁니다. 미사협은 사랑과 도움을 준 대한민국 사회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더 이상 이방인 아닌 대한민국 국민 될 것”
미사협은 ‘나눔이 커질수록 삶의 가치도 커진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국가유공자 가정과 소외계층 가정, 홀몸어르신 가정 등을 찾아 환경 미화와 연탄 나눔, 김장 나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탈북민 위기가정과 탈북청소년 대상의 지원 활동은 물론, 대전국립현충원 국가유공자 묘역 정비 활동을 진행하며 봉사활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이 대표는 “각 지역 탈북민단체, 사회봉사단체 등과 협력해 자원봉사 활동의 규모를 더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민주평통 상임위원으로, 또 이북5도청 평안남도 행정자문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그는 탈북민이 편견 없는 환경 속에서 안착하고, 국가 발전에 일익을 맡게 되기를 희망한다.

“탈북민이 인정받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남북한의 문화적인 이질감이 해소되고, 평화통일에 대한 당위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떳떳하게 설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겠습니다.”

글·사진 이 종 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