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한반도
남한의 재활용과 북한의 재자원화
재활용과 재자원화,
남과 북의 ‘업사이클링’
2020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으로 대면접촉을 줄이면서 배달 서비스와 택배 서비스가 활발해졌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의도치 않게 폐기물 배출량이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폐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미 전 세계에서 배출하는 폐기물의 양은 자연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폐기물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다수의 국가들은 경제 활동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남한의 재활용 정책, ‘리사이클링’에서 ‘업사이클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한국 또한 환경 보호와 경제 발전을 양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한국은 통계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재활용을 잘하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현실은 사뭇 다르다. 재활용 과정이 복잡하고 재활용을 담당하는 업체들도 영세해 비용이 많이 들거나 재활용을 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폐기물은 소각하거나 해외에 수출해 온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2018년에 발생한 소위 ‘폐비닐 대란’을 계기로 재조명됐고, 정부 차원에서 재활용 문제에 대한 대책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각종 포장재 및 이와 관련한 비닐, 플라스틱류 등과 같은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정부는 2020년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폐기물의 발생부터 최종 처리 과정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한편 폐기물 수거와 선별, 재생원료와 재활용 제품의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폐기물의 재활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함께 재활용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존의 ‘리사이클링’에서 ‘업사이클링’으로 전환하고자 하고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버려진 자원이나 쓸모없는 폐기물에 창의적인 디자인이나 기술을 접목해 더 좋은 품질 혹은 더 높은 환경적 가치를 갖춘 제품으로 재가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리사이클링은 폐기물 자체를 재활용하거나 화학적 공정을 통해 원재료를 재활용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재생원료로 만든 제품의 경우 품질이 하락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업사이클링으로의 전환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친환경제품을 생산한다면 재활용 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 결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업사이클 판매장, 소재은행 등과 같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환경의 날(6.17.)을 기념해 열린 ‘함께 GREEN 미래’ 업사이클링 부채 만들기 체험 행사장에서
어린이 참가자들이 부채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연합
북한의 폐기물 재활용 방안, ‘재자원화 정책’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은 북한에서도 확인된다. 북한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도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재자원화 정책을 제시했다. 북한의 설명에 따르면 재자원화란 ‘모든 경제부문에서 생산물을 생산할 때 나오는 폐기물과 폐설물,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생활오물을 수거해 가공처리를 통해 새로운 원료, 연료, 자재, 제품을 생산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경제 활동을 활성화하면서도 폐기물의 발생을 최소화시킬 수 있으며, 친환경 제품들을 생산하는 방향에서 환경보호 원칙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재자원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면에는 환경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유용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대북제재로 인해 각종 설비와 원자재를 수입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폐기물의 활용도를 높이면 필요한 자원의 일부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폐기물을 수집, 선별해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러한 자원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에 이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은 「재자원화법」을 제정했다.
북한의 재자원화 정책은 소비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공장들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각종 매체를 통해 수집한 폐기물들을 활용할 수 있는 생산공정과 설비를 마련해 기존 제품들의 품질을 개선하거나 신제품을 생산한 사례들을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조선중앙TV는 다양한 재자원화 사례를 시리즈로 제작해 반영했다. 또 노동신문 등과 같은 매체에서도 각 기업과 공장들의 중요 성과로 재자원화를 통해 생산량을 증가시키거나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들을 개발한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북한도 리사이클링을 넘어 업사이클링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재자원화 사업은 목표에 비해 그 성과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1년 6월 북한이 유엔에 제출한 자발적 국가보고서(Voluntary National Review)에서 북한은 재자원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폐기물 리스트 작성과 조사, 재자원화 경험과 기술 및 방법에 대해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의 선순환을 위한 남북협력
환경오염에 따른 피해는 국경을 넘어 확산되며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각종 폐기물들은 토양과 해양, 대기를 오염시키고 돌고 돌아 결국에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 활동의 결과가 환경오염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탈피해 경제를 발전시키면서도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한반도에 남한과 북한이 공존하는 이상 남과 북은 모든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을 병행해 나갈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돼 다시 협력 사업이 추진된다면 세계적 추세와 변화된 남북관계 상황을 반영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 남북은 모두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으며 남북협력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남한의 재활용 사업과 북한의 재자원화 사업을 연계할 수 있는 협력 사업을 발굴한다면, 이는 남북한이 직면한 이중의 과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 은 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