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공공외교
아프리카에서 전한 K-평화
작은 물방울이 모여
통일 무지개를 만들다
민주평통 아프리카협의회는 2013년에 협의회로 출범한 이후 지난 19기까지 교민 수가 많고 정치가 안정된 케냐,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거점국가를 중심으로 평화통일활동을 펼쳐왔다. 이들 국가 외에는 자문위원 수가 3명이 채 되지 않는 나라가 대부분이고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는 나라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20기에는 25개국에서 80여 명의 자문위원이 위촉됐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동안 대면활동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와 거리두기는 역설적으로 지역 자문위원들에게 평화통일활동에 대한 열망을 일으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지난 8월 13일 아프리카의 두 나라에서 열린 광복 77주년 기념행사는 이러한 열망으로 만들어진 행사였다. 아픔을 딛고 성장 중인 르완다와 아프리카 유일의 왕정국가 에스와티니에서 개최된 ‘K-문화축제’와 ‘나라사랑 통일교실’이 그것이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 이후 두 나라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공공외교활동이었다.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열린 이번 행사는 현지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에게 애국심과 통일의식을 높이고, 정부 인사를 비롯한 많은 현지인들에게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오케스트라 향연과도 같은 통일의 맛
흔히 감각을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오감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미각은 단맛, 쓴맛, 신맛, 짠맛, 감칠맛, 지방맛으로 세분화된다. 각각의 재료와 양념이 균형 있게 조합된 한국 음식은 오케스트라 연주같이 조화롭고 통일된 맛을 선보인다. 마치 분단된 남북이 하나가 되길 바라는 우리의 염원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번 르완다 행사는 세계적인 맛이 된 K-푸드의 인기를 실감한 행사였다. 김밥, 수육, 김치, 떡볶이 등 다양한 한국음식을 선보인 이번 행사는 많은 현지인의 입맛과 관심을 사로잡았다. 현장에서 떡볶이 시연 행사가 열리자 많은 현지인들은 레시피를 배우기 위해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 먼 거리에도 한걸음에 달려 온 여성자문위원들은 개량한복을 입고 아름다운 한국의 멋을 알리며 한국문화의 가치를 더욱 빛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식 체험뿐 아니라 IZUBA팀의 합창, 월드미션프론티어의 BTS 댄스, 나누리팀의 기타 공연, 르완다 국가대표 태권도팀의 품새 시범과 겨루기 등 풍성한 볼거리도 이어졌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K-POP, K-FOO D, K-FASHION 등 한국의 매력뿐 아니라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이해하고 평화통일에 대한 소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주 르완다 분회장은 “르완다는 대한민국과 동일하게 동족상잔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에 누구보다 분단의 아픔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나라”라며 “이번 K-문화축제는 한국문화뿐 아니라 평화통일에 대한 소망을 알리는 효과적인 통로가 됐다”고 전했다.
에스와티니 현지인들과 한인 자녀들이 한국 전통 탈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에스와티니에서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
아프리카 남쪽의 작은 왕국 에스와티니에서도 같은 날 ‘차세대와 함께하는 광복 77주년 나라사랑 통일교실’ 행사가 열렸다. 행사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사업은 교민 자녀와 현지인 자녀가 함께 어우러져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나누는 행사였다.
에스와티니 한글학교는 이번 행사를 위해 약 2개월 전부터 독립, 광복, 통일한국 등을 주제로 글짓기, 그림 그리기 등의 특별활동 수업을 진행해 왔다. 학생들은 이날 행사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며 평화와 통일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행사에서는 한국 역사에 대한 강연에 이어 평화통일 포스터 그리기, 독립운동가에게 편지 쓰기, 한국 전통 탈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에스와티니 학생들로 구성된 만나 중창단의 중창, 한글학교 학생들의 K-POP 댄스 공연은 많은 사람의 호응을 받았다. 행사에 함께한 아이들은 선열들의 희생과 독립정신을 기리며 통일에 대한 희망을 그리고 노래했다. 에스와티니 한글학교 학생과 현지인 청소년, 한글학교 교사, 자문위원들은 모두 한국의 역사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 가고 평화통일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행사에 함께한 베키템바 감와에스와티니 교육부 차관을 비롯해 교육부 차관보, 교육부 국장, 보건부 차관, 감사원장 등 현지 정부 고위 인사들은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과 지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취약국가지수(Fragile States Index, FSI)가 높고 내전과 전쟁의 아픈 역사를 경험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펼쳐지는 평화통일 공공외교활동은 분쟁과 갈등으로 얼룩진 땅에 평화와 생명을 심고 함께함의 가치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아프리카의 작은 두 나라에서 만든 평화와 통일의 무지개는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만들어 낸 결과였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far, go together)”는 말이 있다. 사막과 정글이 많은 아프리카에서는 함께 가는 사람 없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향한 여정도 ‘혼자가 아닌 함께의 정신’이 필요하다. 광복을 맞은 지 어언 77년. 이제는 위기를 넘어평화통일의 무지개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때다.
임 창 순
민주평통 아프리카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