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32022.11.

올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모두 합하면 50발로,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던 시기보다 미사일 발사 종류나 수량 모든 면에서 우위를 보인다.
사진은 전술유도탄이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는 모습 ©연합

진단

북한의 핵·미사일 전략과 남북관계

확장된 시각으로 대북문제 접근해야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2022년 북한 미사일 발사의 특징과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

북한은 2022년 1월 5일 화성-8형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10월 14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르기까지 여느 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사일 발사 횟수를 늘리고 발사 장소와 미사일 종류도 다양화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자위력 강화를 앞세운 ‘국방우선정책’은 2019년 13차례의 25발, 2020년 5차례의 11발, 2021년 7차례의 11발, 2022년 10월 14일 현재 27차례 50발 등 전년 대비 약 4배 이상의 미사일 발사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 북한 미사일 발사의 특징
2022년 북한 미사일 발사는 2012~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 선언까지의 미사일 발사와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뿐만 아니라 2019~2021년까지 발사한 다양한 종류의 신형 미사일 발사와도 차이를 보인다.

첫째, 올해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대부분은 새롭게 개발된 유형의 미사일이 아니라 2017년 시험발사에 성공했던 화성-12형, 화성-15형의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과 2019년부터 2021년에 시험발사에 성공한 신형 단거리 미사일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KN-24(북한판 에이태킴스), KN-25(초대형 방사포), KN-23 개량형인 열차 발사형 및 미니 SLBM 미사일, 단거리·장거리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등으로 각각 최소 2회 이상 발사했다. 올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모두 합하면 50발로,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던 시기보다 미사일 발사 종류나 수량 등 모든 면에서 우위를 보인다. 2022년 현재 북한의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 2017년 북한 경제 상황, 식량 상황과 단순 비교해보더라도 코로나19 확산 문제를 겪으며 경제, 식량, 보건 등 모든 면에서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올해 미사일 발사가 김정은 위원장 집권 기간 중 최대치를 보였다는 점에서 북한이 왜 핵경제병진정책에서 국방우선정책으로 선회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북한 단거리 미사일 1기의 발사 비용을 300만~500만 달러로, 중장거리 미사일 1기를 1천만~1천500만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 기준의 최소값을 적용해 환산해 봐도 북한은 2022년 10월 14일까지 미사일 발사에 최소 약 2억 6백만 달러를, 한화로 환산하면 약 3천억 원을 공중에 날린 셈이 된다. 각 미사일 종류별로 계산하면 금액은 이보다 훨씬 더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약 800여 발의 방사포와 해안포를 쏘고 이례적인 편대비행을 한 비용을 종합해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국방우선정책에 따른 비용은 최대치가 된다. 결국 자원 배분의 왜곡에 따른 피해는 북한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2022년 일련의 미사일 발사와 포사격 증대는 북한 스스로 국방우선정책이 인민대중제일주의, 애민주의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 10월 19일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일대에서 호국훈련 일환으로 열린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제7기동군단 예하 11기동사단,
한미연합사단 예하 미군 11공병대대 등 장병들이 부교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

둘째, 북한은 지난 4월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전술핵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의 다각화”를 강조하고 이례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다양한 장소에서 발사했다. 시험발사 지역을 살펴보면 평양 부근 13차례, 평안남도 3차례, 평안북도 2차례, 함경남도 5차례, 함경북도 1차례, 강원도 2차례, 자강도 4차례로 특권층이 모여 있는 평양 일대에서 가장 많은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다. 평양을 중심으로 평안남북도에서의 미사일 발사가 2022년 10월 현재 2/3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평양 인근인 순안과 삼석지역에서 신형 단거리 미사일 KN-23, KN-24, KN-25 등을 발사한 것은 처음 관측된 일이며 평양 인근에서의 미사일 시험발사 또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기간 동안 특정 지역에서 최다 미사일 발사를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평양 인근에서의 13차례 미사일 발사는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하나는 북한 스스로 핵무기 사용을 강조하며 위기를 고조시키는 전략이 평양 방어의 취약성을 가져왔고 그 결과 평양 방어력 강화의 필요성을 증대시켰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평양 방어력 강화를 위해 평양 부근으로 군사력을 집중시키며 평양 주민들을 볼모로 상대측의 공격을 제한시키는 전략전술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결국 북한 당국은 특권층과 엘리트층이 밀집한 평양을 볼모로 삼는 애민주의 정책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셋째, 미사일 발사 운용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에 포사격 훈련과 신형 미사일 발사를 연계한 적은 있었지만 올해는 이와 다른 패턴을 보였다. 첫 번째 유형은 다수의 장소에서 다량의 미사일을 동시 발사한 경우다. 북한은 지난 6월 5일 오전 9시 8분부터 약 35분간 평양 순안, 평남 개천, 평북 동창리, 함남 함흥 4개 지역에서 동해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북한판 에이태킴스 KN-24, 초대형 방사포 KN-25,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각각 2발씩 총 8발을 발사하며 북한의 1일 미사일 발사량 기록을 갱신했다. 이전에는 2006년, 2009년의 7발이 최대치였다.

두 번째 유형은 미사일 발사, 항공전력, 장거리포병부대의 포사격을 결합시킨 운용이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14일까지 미사일 발사 기간에 전투기 출격과 포사격을 함께 단행했다. 10월 6일에는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가 우리 특별감시선 이남으로 편대비행을 하며 공대지 사격훈련을 시행했다. 10월 8일 노동신문은 ‘신형 공중무기체계’ 시험 발사 및 적 작전비행장 타격을 모의한 동부전선 장거리포병부대의 집중화력타격 훈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10월 13일에는 밤 10시 반부터 14일 새벽 3시 7분까지 심야 비행, 미사일 발사, 포사격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며 9·19 남북군사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했다. 14일 오후에도 9·19 남북군사합의에서 설정한 동해, 서해의 해상완충구역을 향한 포사격을 이어나갔다. 15일에는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10월 13일 심야와 14일 오후의 포사격이 대응조치에 따른 방사포 경고사격이었다며 적반하장의 주장을 펼치기까지 했다.

북한은 18일 또다시 우리 호국훈련을 핑계로 9·19 남북군사합의에서 금지한 북방 해상완충구역을 향해 밤 10시에 서해상으로 100발의 포사격을, 밤 11시에는 동해상으로 150여 발의 포사격을 했다. 그리고 19일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지난 13일과 14일에 이어 18일에도 적들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적 도발을 또다시 감행했다”고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며 도발행동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6월 6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 도발에 대응해 우리 측이 동해상으로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 8발을 발사하며 도발 원점과 지휘 및 지원세력에 대해 즉각적으로 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했을 때 북한이 보였던 침묵과는 대비된다.
북한의 전략변화와 우리의 대응방향
최근 북한은 2020년 김정은 위원장의 신방위정책 언급 이후 그 성격이 변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한미연합훈련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올 한해 북한이 단행한 미사일 발사를 2019~2021년, 2012~2017년의 미사일 발사와 비교해보면 어떤 이유로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다양한 장소에서 발사하며 포병전력, 항공전력과 연계했는지 그 목적을 파악할 수 있다.

북한은 전략핵무기를 통한 강압에서 전술핵무기를 통한 강압으로 핵무기전략 변화를 시도한 결과 군사전략 및 군사력 운용을 변화시켜야만 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미사일 발사에 항공력을 전개하고 심야시간에 방사포, 해안포 발사 등을 동시에 단행한 것도 이러한 목적이 크다.

북한의 군사력 시위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군과 미군도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강릉의 한 군부대에서 지대지 미사일을 실사격하는 모습 ©연합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최근의 군사력 시위 증대가 북한 군사전략과 전술 변화에 따른 운용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맞춰 우리의 군사적 대응 방안을 변화시키고 남북관계에서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도움이 되는지 재고해봐야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2018년 ‘남북관계의 봄’은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때문이라기보다는 북한이 전략핵 능력만 있으면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미북관계에서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다고 여긴 오판의 결과였다. 북한이 서둘러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점이나 2018년 남북관계의 ‘따뜻한 봄날’이 짧을 수밖에 없는 점, 그리고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새로운 길로 전술핵을 선택한 점 모두 한미연합훈련 때문도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부족했던 탓도 아니었다. 북한의 연이은 오판과 이에 기반한 새로운 정책추구 때문이었다.

향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북한의 주장과 행보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동북아 차원, 국제질서 차원에서 한반도 문제를 조망하며 우리의 외교정책과 통일정책의 속도와 시간에 맞춰 한반도 정책을 만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즉 안정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의 대북전략과 대북정책에 대한 시각과 접근법을 모두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이 호 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