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32022.11.

지난 9월 11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원더티켓’ 공연을 마친 후 관객들과 함께한 기념사진

예술로 평화

DMZ에 울리는 평화통일의 노래

뮤지컬 ‘원더티켓’

지난 9월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와 인제 하늘내린센터에 평화통일의 판타지 쇼가 펼쳐졌다. 2020년 초 DMZ 평화 관광의 대표 콘텐츠이자 한국형 야외 블록버스터 공연으로 기획된 ‘원더티켓’은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온라인으로만 관객들을 만나왔다. 그러다 드디어 금년 9월 처음으로 오프라인 라이브 공연으로 관객들과 호흡하는 기쁨을 누렸다.

관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창작 뮤지컬 ‘원더티켓’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 낯설지만 신선한 것, 가장 각광받거나 앞서있는 것, 한류와 ICT 기술,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 비극과 격동의 근현대사,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기에 역설적으로 평화의 가치를 웅변하고 있는 DMZ 접경지역….

뮤지컬 ‘원더티켓’은 이 모든 것들을 늘어놓고 뼈대와 줄거리를 세운 끝에 탄생한 작품이다. 그러나 상황과 사건을 구성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일반적인 대형 창작 뮤지컬의 극장 형식을 벗어나 광활한 야외에서 뮤지컬의 구조와 역동적 퍼포먼스를 융합한 작품이었기에 성공에 대한 부담과 중압감 또한 만만치 않았다. 때문에 제작과정에서부터 많은 이들의 협업과 헌신을 필요로 했다.

뮤지컬 ‘원더티켓’의 포스터

공연의 소재로 쓰이기보다는 전시적 개념이 강한 ICT 기술(홀로그램, 3D 맵핑, AR 등)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여내기 위해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시행착오를 거쳐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ICT 기술은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더불어 ‘원더티켓’의 명장면을 연출하며 장관을 만들어 냈다.

뮤지컬 ‘원더티켓’의 부제는 ‘수호나무의 부활’이다. 친절하고 선한 사람들이 살았던, 넉넉하지 않아도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나누던 이웃들과 긴 세월 마을을 자애롭게 굽어보던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아름다운 옛 마을. 그러나 전쟁으로 평화의 상징이었던 수호나무가 불타버렸다. 이 마을의 노신사는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을 하고 고향도 잃어버렸지만 격동의 현대사를 꿋꿋하게 살아낸다.

뮤지컬에는 남경주(노신사), 윤도현(풍백), 유회승(풍백), 에이핑크 보미(손녀 해나) 등의 셀럽과 34명의 걸출한 퍼포머 앙상블이 참여해 공연의 완성도와 화제성을 높였다. 3년동안 ‘바람의 신’ 풍백 역할을 맡아온 윤도현은 뮤지컬 은퇴 후 복귀작이 된 ‘원더티켓’에 특별한 애정과 열정을 보여주었고 ‘원더티켓’의 시그니처 배우가 됐다. 뮤지컬에 처음으로 도전한 보미는 연습이 끝난 뒤에도 혼자 남아 연습을 하는 열정으로 배우와 스태프에게 감동을 줬다. 관록의 뮤지컬 스타 남경주는 시간을 쪼개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의 연기를 지도하며 모범을 보였다. 이렇듯 원더티켓의 연습실은 매일 애정과 배려가 넘쳐났고, 현장에는 팬들이 보내준 커피차가 배우와 스태프를 응원하고 격려해줬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평화통일을 공감하다
‘원더티켓’의 이야기는 전쟁과 DMZ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하지만 기본적으로 판타지를 추구한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풍백, 운사, 우사와 소망이 모아지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열차,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야철신 단야 등 비현실적 캐릭터들과 장치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렇기에 장면에 함몰되거나 자칫 공상에 빠질 수 있는 판타지적 전개를 감상적 화법으로 해결하려 더욱 노력했다.

또한 전쟁을 겪은 기성세대와 한류의 생산자이며 소비자인 젊은 세대, 한국의 멋과 매력을 찾는 세계인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복잡한 복선을 배제했다. 전쟁의 아픔과 생이별의 고통을 겪은 할아버지의 기억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손녀가 할아버지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로 구성했다.

바람의 열차 앞에서 열연을 펼치는 주연 배우들(보미, 남경주, 윤도현)

‘원더티켓’은 비극의 장소나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역사적 장소를 둘러보는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을 미래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특히 우리나라에만 있는 분단의 상징인 DMZ 접경지역이 평화통일의 상징적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전쟁과 분단의 상처가 남아있는 DMZ. 역설적으로 평화의 가치와 소중함을 웅변하고 있는 248km 접경지역 이야기를 소재로 한 ‘원더티켓’이 외국의 블록버스터 콘텐츠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평화통일 콘텐츠로 다시 관객들을 만나기를 소망해본다.

“평화, 함께 하는 오늘과 내일을 꿈꾼다면 잊지 않는다면이 길을 따라 언젠가 다시 만날 그 곳에서...”
- 뮤지컬 원더티켓 주제곡 ‘수호나무의 부활’ 중에서
최 광 일 ‘원더티켓’ 총감독